손발이 오글거리게 만들던 '하녀'에서 딱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주인집 꼬맹이와 전도연이 대화를 나누던 중에,

꼬맹이 왈
"다른 사람들에게 깍듯이 대접해주고 예의 바른 것은 상대를 높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높이는 거란다 라며 아빠(이정재)가 말했어요"라고 말하자
전도연 왈 "너는 그런 아빠를 둬서 참 좋겠구나..."라고 말한다.


소위 경희대 패륜녀 이야기가 시끌시끌하다.
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켰기 때문에 징계를 고려한다는 경희대 당국의 발상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개인의 인성문제를 학교 문제로 환원시켜 바라보는 것도 어이가 없다. 


경희대 여학생이 패륜녀라며 공격하는 사람들 중에서, 특히 나이 좀 자신 남자사람 중에서
식당같은 곳에서 반말로 이야기 안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싶다.

'김치 좀 가져와' 
'빨리 가져오라고'
'여기 얼마야'

식당에서 밥 먹는데  옆에 저런 인간들이 있으면, '나 무식해요'라고 스스로 드러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자기가 대접 받고 싶으면 상대를 대접해줘야 하는 것은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것.

경희대 여학생이 유달리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우연히 그런게 드러났을 뿐이지 사실은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특히 나이든 남자 => 서비스업 종사 여성의 관계는 무례를 넘어서서 폭력에 가까운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경희대 여학생이 문제가 된다면 그건, 중학교 교육을 못 받아서이지 경희대가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근데 또 폐티즌들이 들썩이니까 움찔해서,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징계를 고려한다는 경희대는 
또 무슨 코메디인가. 스스로가 (애시당초 있지도 않은) 인성교육 실패를 시인한다는 말인가?


경희대는, 해당 녀학생에게 징계를 줄 것이 아니라 '하녀'를 30번 관람하도록 하라!

그나마 유일하게 쓸만했던 대사를 30번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길일 뿐만 아니라,
매우 쓸만하지 않은 나머지 러닝타임을 30번 반복함으로써 고문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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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의 마지막회를 보면서... 혹자의 비판과 달리 해피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성으로만 들리는 뉴스에서의 사고 소식 전까지,
최다니엘과 신세경의 대화 씬을 보면서...
문득 즐겁게 보았던 한 편의 흑백영화가 생각났다.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명인 코엔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The Man Who Wasn't There' : Wikipedia , 씨네21
- 2001년 칸느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sharing with 머홀랜드 드라이브


형제의 영화가 언제나 그렇듯이 다소 황당하면서 어처구니 없는 전개가 이루어진다.

빌리 밥 손튼이 스칼렛 요한슨과 차를 타고 가다가
그때까지 어린 소녀로만 생각했던 요한슨이 팜므 파탈로 변신하면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빌리 밥 손튼을 '입으로' 무척 곤란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자동차는 사고를 내게 되고 빌리 밥 손튼은 - 다행히 죽지 않고 - 병원에서 깨어나게 된다.
살인을 추궁하러 병원에 찾아온 경찰을 보고 빌리 밥 손튼은 요한슨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

최다니엘과 신세경의 대화를 보면서 바로 저 장면이 떠올랐다.


때로는 상실 혹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을 깨달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걸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산골소녀의 초월적인 고백을 들으면서 동시에 뭔가 야릇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역시 저녁 시간대 온가족이 보는 시트콤에서 그런걸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 놈이겠지?

그러나 우리는 모른다.
PD의 마음 구석 깊은 곳에 숨겨져 있을 음흉한 의도를 저녁 시간대의 온가족 시청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3년후로 갔다가 다시 3년전의 플래쉬백에서 보여준 신세경의 마지막 대사를 들으면서
... 코헨 형제가 다시 한번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세경 "그냥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남아야 할 이유 50과 떠나야할 이유 50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시 말하면 그 어느 곳에도 속하고 싶지 않아야 할 가능성 100인 상황에서
태어나서 가족 외에 가장 사랑했고 가장 애타게 지켜봤던 사람과 함께 있는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만약 현실로 실행했다면 ... ?

항상 그랬던 것처럼 you are my girl 조차 나오지 않은 채
그냥 끝나버린 흑백 정지 엔딩을 보면서
내 머리 속에서 울려나온 마지막 OST는 Nell 의 '섬' - 듣기
 
... ...
당신은 내게 물었죠       지금 무슨 생각해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단 생각해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너무 완벽해
그래서 제발 내일 따윈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하고
역시 만나질 수 밖에       없었던 거라고 그런 생각해 ... ...

너무 완벽한 현실 혹은 현실의 재연은 현실감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한다.
신세경이 느낀 감정 역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완벽함을 보존하기 위한 선택은 ...... 본인에게는 행복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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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is in the Google !


http://comics.com/pearls_before_swine/2009-10-21/



M.C. Es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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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 사이에 - 나이가 드는건지 - 재발견한 가수/밴드 그리고 음악 중에서

가장 새롭게 다가오는 이는 공일오비였다.
한때 넥스트와 함께  쌍벽을 이루었던 그룹 공일오비 015B !

'이젠 안녕'은 도대체 언제까지 노래방에서 불려질지 모르겠지만
92년 N.EX.T 1집이 처음 발매 되었을 당시 015B 굴욕의 순간은 잊지 못한다.

당시 015B는 3집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그보다 조금 앞서 N.EX.T의 1집 Home이 출시된 상태에서
015B 의 콘서트가 (아마도 92년 4월)에 열렸었는데... 공연 중간 게스트로 신해철이 이끌던 N.EX.T가 나와서
그들의 첫 공식 무대를 보여준 적이 있다.

뭐 (신인ㅋㅋ) 밴드로서 노래도 몇개 없었거니와 아마도 도시인과 인형의 기사 + @ 3곡 정도만
불렀지 않았나 싶은데...문제는 '게스트'인 N.EX.T의 공연이 끝나자 사람들이 우후죽순 퇴장해버리는 사태!
엄연히  015B 콘서트 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인밴드! N.EX.T 의 티켓파워보다도 약한 모습을 보여줬던
2집 밴드 015B의 굴욕!

(바로 직후 3집 앨범이 출시되고,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4월달에 8,000원 했던 콘서트 표가 8월달에는 15,000원으로 무려 100% 인상에 가까운 똥배짱을....)

각설하고, 최근 몇년 사이에 015B 앨범들이 (나에게 있어) 재발견 되면서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 - 주로 소소한 사적 감정 특히 연애에 관한... - 이 새롭게 다가왔었다.
그런데 오늘 6집 앨범을 복기하다 한 노래가 귀에 팍 와닿았다.
분명 1996년에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사가 마치 어제 쓰여진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Real Time Web 혹은 Search 가 기지개를 펴고 있는 이 즈음에
13년전의 '구닥다리'노래는 이미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일까?


비관론은 대부분 낙관론한테 욕 얻어먹으면서 만약 전망이 맞지 않으면 열배로 욕을 얻어먹는 것 같다.
그러나, 낙관론이 잘못 되었을 경우에 책임지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책임질 사람은 이미 망해버렸으니까. 측은지심이라고 해야하나?

... 트위터를 보고 있으면, 유용한 정보도 많으나, Web 혹은 Social 에 대한 낙관론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전직래퍼인 MC Hammer 아저씨도 6명의 아버지로서 Social Networking Service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자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 시각이 정말 맞는지에 대해서 종종 의구심이 든다.

social의 미래, ebook의 미래, openSource의 미래, openGov의 미래 등등......
이런거 없이도 잘 살잖아?     라고 생각하는거 보니 천상 Procrastination 한 Conservatist 인가보다;;;


인간은 인간이다 - 015B sixth sense

이리 저리 내젓는 정보의 그물에
빌붙어 살지 못한 넌 낙오자다
모두 호들갑 떨며 세상을 바꾸는
이진수의 마술에 넋을 잃고 있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쇳덩이가
새 시대를 줄거라고 믿고 있는가
미디어는 앞도 뒤도 영문도 없이
그물망을 대스타로 만들고 있다

인간은 인간이다
우리에겐 기다림도 필요한걸
기쁨도 슬픔들도 우리에겐 무엇보다
소중한걸~~~ 예~

모든 정보는 너의 손앞에 있다며
낙원이 이제 왔다 허풍을 떨면서
저 세계의 모든 이 곁에 있다 하네
수백년간의 지식 오늘 하루만에
거대해진 그물망은 이젠 더이상
아무도 통제 할수없게 돼 버렸고
우리들의 아이들은 걸르지 않은
무제한의 정보앞에 놓여져 있네

우리를 위해 만든 많은것이
이젠 우릴 비웃으며
혹시나 이젠 너무 늦었을까
불안하게 만들고 있~~네 예~

인간은 인간이다
우리에겐 기다림도 필요한걸
기쁨도 슬픔들도 우리에겐 무엇보다
소중한걸~~~

우리를 위해 만든 많은것이
이젠 우릴 비웃으며
혹시나 이젠 너무 늦었을까
불안하게 만들고 있~~네 예~


... 흘러간 노래를 들으면서 정신없이 쌓인 트위터와 RSS를 보다가 문득 들은 비관적 생각으로부터.


p.s. 015B 8집은 나오려나?
p.s.2 주요 일간지에 전면광고까지 냈던 이가희 씨는 뭐하고 있으려나...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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