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킥의 마지막회를 보면서... 혹자의 비판과 달리 해피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성으로만 들리는 뉴스에서의 사고 소식 전까지,
최다니엘과 신세경의 대화 씬을 보면서...
문득 즐겁게 보았던 한 편의 흑백영화가 생각났다.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명인 코엔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The Man Who Wasn't There' : Wikipedia , 씨네21
- 2001년 칸느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sharing with 머홀랜드 드라이브


형제의 영화가 언제나 그렇듯이 다소 황당하면서 어처구니 없는 전개가 이루어진다.

빌리 밥 손튼이 스칼렛 요한슨과 차를 타고 가다가
그때까지 어린 소녀로만 생각했던 요한슨이 팜므 파탈로 변신하면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빌리 밥 손튼을 '입으로' 무척 곤란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자동차는 사고를 내게 되고 빌리 밥 손튼은 - 다행히 죽지 않고 - 병원에서 깨어나게 된다.
살인을 추궁하러 병원에 찾아온 경찰을 보고 빌리 밥 손튼은 요한슨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

최다니엘과 신세경의 대화를 보면서 바로 저 장면이 떠올랐다.


때로는 상실 혹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을 깨달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걸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산골소녀의 초월적인 고백을 들으면서 동시에 뭔가 야릇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역시 저녁 시간대 온가족이 보는 시트콤에서 그런걸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 놈이겠지?

그러나 우리는 모른다.
PD의 마음 구석 깊은 곳에 숨겨져 있을 음흉한 의도를 저녁 시간대의 온가족 시청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3년후로 갔다가 다시 3년전의 플래쉬백에서 보여준 신세경의 마지막 대사를 들으면서
... 코헨 형제가 다시 한번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세경 "그냥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남아야 할 이유 50과 떠나야할 이유 50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시 말하면 그 어느 곳에도 속하고 싶지 않아야 할 가능성 100인 상황에서
태어나서 가족 외에 가장 사랑했고 가장 애타게 지켜봤던 사람과 함께 있는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만약 현실로 실행했다면 ... ?

항상 그랬던 것처럼 you are my girl 조차 나오지 않은 채
그냥 끝나버린 흑백 정지 엔딩을 보면서
내 머리 속에서 울려나온 마지막 OST는 Nell 의 '섬' - 듣기
 
... ...
당신은 내게 물었죠       지금 무슨 생각해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단 생각해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너무 완벽해
그래서 제발 내일 따윈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하고
역시 만나질 수 밖에       없었던 거라고 그런 생각해 ... ...

너무 완벽한 현실 혹은 현실의 재연은 현실감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한다.
신세경이 느낀 감정 역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완벽함을 보존하기 위한 선택은 ...... 본인에게는 행복했을 지도.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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