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의 한 락 페스티벌에서 라디오헤드가 공연을 해서 큰 화제가 되었다그만큼 그들을 열렬히 바라는 팬들이 지구 반대편에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 라디오 헤드로 철학하기는 라디오헤드를 대중문화 아이콘 뿐이 아닌철학적인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는 위험하면서도 담대하고 발칙한 시도의 책이다. 16명이 공동 저술했다고 해서일종의 오타쿠’ 팬덤 현상이 아닐까 싶었으나… 이거 웬걸저자 하나하나가 철학문학음악적 내공을 지닌 사람들이다.

 



음악가는 철학자이며, 철학자는 록커이다.

 

지금은 트위터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그러나 한 때는 대한민국을 주름 잡았던 서강대 철학과 출신의 한 중년 락커가 오래 전에 말한 적이 있다.

“비트겐슈타인(영국의 철학자)을 읽고 ‘이 사람은 로커다’ 하고 생각했어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사적 위상이 어떻고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전공의 락커가 철학자는 락커다라고 말했다면, 그와 반대로 락커는 철학자다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비록 논리적으로 반드시 성립하는 문장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라디오헤드는 철학자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이 책은 흥미로운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비틀즈와 핑크 플로이드를 끼워 넣은 채 대중음악의 철학적 위상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기본 밑밥을 깔고 있다. 그리고 2장에선 본색을 드러내서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청중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가를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에서부터 영화 매트리스를 통해 널리 알려진 시뮬라르크에 걸쳐 설명한다. 3장에선 외부로 시선을 넓혀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 환경보호와 음악산업 혁신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4장은 마치 2장과 3장의 정--합이라도 되는 것처럼, 라디오헤드의 음악적 사상이 외부 환경인 현실 정치 현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고 이를 어떻게 비판하는지를 논한다. 마지막 5장은 탈 해체를 특징으로 삼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와 라디오헤드가 얼마나 잘 부합하는가를 고찰한다.

  

책을 읽기 전 내가 라디오헤드에 대해서 아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 수많은 청춘의 가슴에 불을 지른 ‘Creep’이라는 노래. 사실 라디오헤드를 안지는 오래되었고 주변에 많은 광 팬이 있었지만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우울하면서도 불쾌하게 만드는 라디오헤드를 듣는 이유는 동정심과 두려움이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겠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싫어했던 것이다. ‘왜 이렇게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음악을 들어야 하나?’ 그래서 책 전반에 걸쳐 논하는 라디오헤드 음악의 철학적 의미에 대해서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이 내게 흥미로웠던 것은 내가 유일하게 라디오헤드에 관해서 알고 있는 두 번째 사실 때문이었다. 3장에서 음반사라는 중간 매개체가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어떻게 음악(혹은 문화)산업의 중심에 자리잡고 음악가와 소비자 양측으로부터 폭리를 취해 왔으며, 라디오헤드가 이를 어떻게 때려 부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 2007년 음반 산업을 뒤흔든 ‘In Rainbow’ 앨범의 니 맘대로 가격을 내렴’ (Pay-what-you-want) 판매 전략이야말로 혁신을 가져온 봉기였다는 것이다. (관련된 오래된 포스팅 하나 http://eugenepark.tistory.com/144)

 

 


라디오헤드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읽어도 될까?’

 

라디오헤드를 몰라도 철학과 미학의 관점에서 대중문화 코드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임마뉴엘 칸트의 현상학적 관점에 따르자면 라디오헤드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서서히 쌓이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급진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또 누가 알겠는가? 제목의 함에 끌려 책을 잡았지만, 어느 새 틈만 나면 High and Day My iron Lung,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등을 듣고 있는 나처럼 될지?

 

물론 지산 락페까지 달려간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라디오헤드의 팬이라면 읽어 봄직한 책이 아닐까 싶다.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를 둘러싼 이면에 담긴 의미까지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지면서 부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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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차이나 / 류쥔뤄 지음, 김선우 옮김 / 한빛비즈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적어도 한국 내에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중국이 사회, 문화, 인프라 등 여러 방면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어서 결코 강대국이 될 수 없다는 냉소 또는 (악의적인) 희망이다. 또 다른 시각은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를 제패할 국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두려움 또는 (긍정적인) 희망이다. 둘 중에 어떤 시각이 결과적으로 옳을지는 현 시점에서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전자의 시각을 취함으로써 후자의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책이다.

 

이 책은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처럼 양면적이고 복합적인 이야기를 끊임 없이 진술하고 있다. 중국 내외부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던 중국의 장점이 사실은 허상에 불과하며 오히려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진단을 통해, 중국의 위기를 경고하는 것이 책의 주된 흐름이다. <블랙 차이나>의 원제인 <国经济萧条还有多> - 우리 말로 하면 '중국의 경제위기는 머지 않아 닥친다' (출판사 후기 참조) – 책의 이러한 관점을 직설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직면한 위기의 실상에는 G2의 반대편 축을 차지하는 미국이라는 현 패권 국가의 전략적이고 의도적인 노림수가 숨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라는 첨단 금융 시스템을 무기 삼아 중국을 현금 인출기로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달러의 문제, 자원의 문제, 지식산업의 문제 등 많은 사례를 들면서 중국의 이러한 이면적 위기를 폭로하는 이유는, 단지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시각에서가 아니라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패권국가가 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중국이 위기를 직시하고 이를 개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중국식 사상아메리칸 마인드를 능가하여 세계 최강대국으로 우뚝 서길 바라는 애정 어린 마음으로 환부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중국의 현실은 무엇인가?

 

2012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2011 2분기 대비 7.6% 성장에 그쳤다는 것이 크게 기사화되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이 8% 이하를 기록한 것이 3년 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을 휩쓰는 재정 위기와 미국의 경기 침체가 맞물려 중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기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나비효과를 살펴보자.

많은 이들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는 결코 좋은 수식어가 아니다. 미국이 2001년 이후 자국 내 제조업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대신 기술 혁신을 통해 더욱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 반면, 정작 중국은 저 부가가치의 가공무역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 뒷면에서 새겨진 Designed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라는 문구는 美(애플)과 中(폭스콘)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세계의 공장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수요를 훨씬 능가하는 악성 과잉 생산 단계에 접어들어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생산은 폭증하는 데 비해서, 눈 높이가 높아진 자국 내 소비자는 오히려 수입품을 찾기 시작하여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점점 커지게 되었다.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고급 분유 수입이 증가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제는 임금 인상률이 성장률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자, 해외 업체들은 동남아나 인도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면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장이라는 물리적 자산이 필요한 제조업은 매몰비용(Sunken Cost)이 존재하기 때문에 금융 자본과 달리 쉽사리 이동이 불가능하여 문을 닫은 채 버려지게 되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세계의 공장이 직면한 현실이다.

 

그런데, 그 버려진 공장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공업화 초기 붐을 틈탄 부동산 열풍에 힘입어 중국 전역에 걸쳐 개발된 농업 지대가 바로 그 버려진 공장터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중국인들에게 음식과 식수와 목화를 제공하던 비옥한 땅이 엎어지고, 공장과 아파트와 인프라 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땅은 난개발 폭풍이 지나간 뒤 버려진 땅이 되어버렸다. 이제 중국인들은 경기 침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식량을 수입하고, 식수난을 겪고, 부동산 버블이 터지는 것을 걱정하면서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복합적인 진단이다.

 

이런 복잡하고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 중국은 어떤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GDP로 대변되는 성장형 정책은 더 이상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가계, 기업, 지방정부가 상환 능력을 초과하여 부동산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GDP가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21세기 경쟁 환경에 걸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두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이 액면 그대로의 전통적인 물리적 도서관에 집착하는 동안, 미국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서 디지털 정보를 더 쉽고 빠르게 획득하게 되었다면서 중국 전체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따끔한 충고와 함께 마무리한다.

 

 

책을 덮으며


비록 이 책은 중국의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만, 위기의 본질은 우리에게도 상당수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청년 실업으로 인해 희망을 잃어가고, 사교육비에 걱정하는 청장년층과, 주택담보대출에 힘겨워하는 베이비부머가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위기는 <블랙차이나>에서의 복합적인 경고가 결코 남의 이야기만으로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대중 무역흑자가 대미 무역흑자보다 7배 이상인 오늘날,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붕괴는 우리에게는 당사자보다 더욱 아프게 다가올 지도 모른다. 초연결(Hyper-connected) 시대에 우리 이웃의 어두운 현실을 아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상 깊은 문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는 것이다. 남이 눈앞의 위기를 못 알아보는 것을 비웃으면서 정작 우리 눈앞에 다가온 위기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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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따먹는 사과가 사라지는 이 시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표지의 강렬한 이미지는 오늘날 우리가 혹은 미국이- 처한 상황을 의미한다. 침체 Stagnation은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지만, 경제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사실상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사회 또는 국가 전체가 녹아 내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혁신에 관한 혁신적 책

은 상당히 야심차면서 자신감 있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인 저자 타일러 코웬 Tyler Cowen 은 원래 전자책으로만 출판할 의도였다고 한다. 오늘날 미국 경제가 침체를 맞게 된 원인이 혁신(확산) 부족이라는 점에서, 출판/미디어 업계의 혁신인 전자책이 얼마나 보급이 ()되어 있는지 직접 입증하기 위한 실험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Creative Common License를 소개하는 책 스스로가 CCL로 저작권을 풀어버린 것과 같다고 할까?


그러나, 저자의 자신감 넘치는 의도는 의외의 방향에서 실패했다.

수많은 공신력 있는 전통 미디어 – NYT, WSJ, FT, Forbes, Economist 에서 이 책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자, 저자는 혁신에 관한 혁신을 포기하고 물리적인 형태의 전통적 종이책으로도 발간할 수 밖에 없었다.

 

 

경제적경제학적으로 쓰여진 경제도서

경제학은 항상 최소의 자원을 염두에 두는 학문이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이 쓴 글(주로 논문)을 읽어보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 힘든 경우가 있다. 수식어를 줄이고, 최소한의 간결한 표현을 금과옥조로 여겼기 때문이다. 150여 페이지 밖에 안 되는 이 책도, 불행하게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읽기 어렵지만 내용은 탁월한 경제학 논문처럼 상당한 내공을 요구한다. 개념을 이해하고, 전후 관계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책이길래? … … … 제목을 살펴보자.

 

1 쉽게 따는 과일을 먹고 살았다 
2
생산적이지 못한 신경제 
3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까? 
4
쉽게 따는 과일을 먹은 정부 
5
그렇게 엄청난 금융위기는 왜 일어났나? 
6
우리가 해결 할 수 있을까? 

쉽게 따는 과일은 오늘날 미국 경제가 실패한 근본 원인을 일컫는다.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갈린 정치적 양극화와 거기서 파생된 분배론, 부의 불평등이 원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쉽게 따는 과일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상의 토지, 수많은 이민자, 강력한 기술력.

 

책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상식을 논리와 통계를 바탕으로 깨트리는데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쉽게 말해, 정부의 소비지출, 교육비 지출, 의료비 지출은 GDP 25%를 차지하지만 헛된 돈을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쉽게 따는 과일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삽질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침체가 올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인터넷은 경제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인터넷의 역할에 대해서 다소 불확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 기존의 전통적 GDP 시스템에서는 측정 불가능한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고 말한다. 0에 가까운 비용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즐거움이라는 혜택은 분명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터넷은 경제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혁신은 아니라면서 분명한 선 긋기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다운쉬프팅처럼 물질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결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행위가 아니라며 인터넷이라는 혁신을 적어도 현 시점에서- 낮게 평가하고 있다.

 

부자들도 인터넷을 하면서 다이아몬드를 하지 않고 트위터만 한다” (p.89)라며.

 

1930년대 대공황 때에,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울함을 달래고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에서 얻는 위안은 적어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점에서는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컴퓨터 한 대와 한달에 약 2~3만원 인터넷 요금만 내면, 전세계의 수많은 오락 거리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축복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음반 시장이 몰락하고, 서적/신문 등 미디어가 몰락하는 것을 보면인터넷이라는 과일은 블리자드한테만 좋은 과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나려면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개념은, 경영 분야에서 주로 쓰는데 존속적인 혁신이 아니라 소위 깨는혁신이 일어날 때 게임의 법칙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표현이다. 저자는, 거대한 침체에 접어든 미국사회가 바로 이런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희망의 원천은 크게 세 가지라고 주장한다.

1) 인도와 중국의 (공급/수요자로서) 과학과 공학기술에 대한 관심

2) 무한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 인터넷

3) 미국 교육제도 개선의 희망

 

거기에 덧붙여서 과학자의 지위를 높이자” “정치적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라면서 미국이 다시 부흥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규범적, 추상적 결말이 아쉽지만 현재를 진단하는 통찰력


지난 300여 년간의 미국 경제 흐름을, 단 몇 십 페이지에 압축하면서 보여준 통찰력 있는 분석은 인상적이었다. 나아가 왜 미국 경제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지에 대한 진단도 탁월한 시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서는 다소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다. 너무 거창하게 판을 벌였던 탓일까? 기술적 혁신이 새로운 미국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점까지는 충분히 수긍할 만 했지만, 그러기 위해서 과학자의 지위를 높이자라는 결론에 달하게 되면 고개를 살며시 흔들게 된다.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일까? 아니면 저자의 의도가 너무 야심 차서 수습하기 벅찼던 것일까? 어찌되었건 결말은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거기까지 접근하기 위한 저자의 시각은 충분히 새겨 들음직하다.

 

<참고

저자 Tyler Cowen 블로그 www.marginalrevolution.com

 위클리BIZ 인터뷰 기사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10/20110610012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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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탱고경영

저자 형원준 | 출판사 한빛비즈



Do the Tango on Business Process Platform


이 책은, SNS로 대표되는 초 연결 사회에서 기업 경영이 어떻게 변모해가고 있으며, 이런 환경 속에서 생존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성공 기업이 되기 위해 대처해야 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고객과 밀고 당기며 함께 춤추는 TANGO 탱고라는 춤에 비유해서 탱고 경영을 화두이자 책의 제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탱고 경영의 기본 컨셉과 함께 세 가지 요소를 각각의 장으로 구성해서 총 4개의 장으로 보기 좋게 나뉘어 있다.


첫째, 고객과 밀착하는, 리얼타임 동기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 조차도 실시간으로 처리해서 조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병목 현상을 푸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또한 SNS 등을 통해 소비자를 포함한 각종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케 되면서 대량 생산, 일방 생산에서 벗어나 그때 그때 수요에 실시간으로 맞출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둘째, 파트너와 협업이 되는 (글로벌 표준) 플랫폼 화

플랫폼이 플랫폼으로 가능케 하는 것은 표준화와 모듈화라는 두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표준화를 통해서 어느 누구라도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잘게 쪼갠 모듈화를 통해서 큰 부담 갖지 않고 작은 부분이라도 플랫폼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플랫폼의 거래 비용에 관한 점이다. 경제학자 Robert H. Coase 는 거래 비용 Transaction Cost 라는 개념을 소개하여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을 단순히 소개하면 Make or Buy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덜 비용이 드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솔루션 업체인 SAP Korea의 대표인 저자는, 어설프게 직접 개발하거나 저가 솔루션을 쓰지 말고 글로벌 표준 플랫폼인 SAP을 쓰라면서 드러나지 않게 - 그러나 노골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즉 SAP 솔루션을 ‘BUY’하는 것이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게 이 책의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셋째, 파트너와 정량적, 정성적, 감성적으로 하나가 되는 감성 소통

마켓 3.0 시대에 소비자의 감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단지 기업 경영을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감동을 주고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저탄소 배출이라던지 사회적 책임과 같은 패러다임이 새로운 시대의 경영 철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에 걸쳐 복잡한 영어 약어가 난무하고 있고, 글로벌 경쟁 환경의 묘사가 정신 없이 녹아 있어서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탱고 경영은 쉬운 듯하면서도 경영계의 복잡한 개념이 담겨 있는 경영 철학이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탱고 경영의 좋은 예는 바로 당신 손에 이미 들려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쓴다는 스마트폰은 동일한 스펙의 하드웨어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 깔려있는 앱(App)의 가지 수를 고려하면 대한민국에 동일한 스마트폰은 단 한대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Mass Customization) 방식이 바로 탱고 경영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경영 환경은 – 필립 코틀러라는 경영학의 대가가 지칭했던 아니건 – 3.0 시대에 돌입했고 좋든 싫든 거의 모든 기업은 초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생존해나가야만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되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노키아, 모토로라, 닌텐도, 코닥이 이미 문을 닫았거나 닫기 일보직전에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보다 훨씬 영세한 기업은 앞으로 10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저자가 주창하는 탱고 경영의 3 요소 – 리얼타임, 플랫폼, 감성 소통의 원칙을 잘 따른다면 오늘 창업한 회사가 10년 뒤 아니 5년 뒤에 글로벌 1위 기업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은 바로 그런 ‘인생 역전’을 가능케 하는 3.0 경영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S.

1. 

추천사를 쓴 싸이월드 창업자 형용준 씨는 지은이 형원준 씨의 친 동생이다. 대한민국 IT 업계에서의 용감한 형제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가족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겠지만, 친동생이 추천사를 써 준 것은 뭔가 어색한 게 사실이다.


2

책의 전반에 걸쳐 ERP 분야에서 사용되는 수 많은 약어가 등장한다. 일부 처음 들어보는 약어는 영어 풀이를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제법 있었다. 책의 말미에 Glossary 를 통해 풀이를 해줬으면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3.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네 슈퍼마켓이나 식당에서 메뉴를 두 배로 늘리면 재고는 네 배, 다섯 배로 늘어나는 것”(P.199) 처럼 이 책의 약점 중 하나는 사례를 여러 번 들면서 책의 분량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져 버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정 경기 타수에 대한 비유, 캐터필러 사의 센서 부착 사례 등 뿐 아니라 SAP이 인수했다는 석세스 팩터 소개와 함께 HANA 솔루션의 (자랑)소개 등 동일 사례를 굳이 여러 번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또한 탱고 경영의 3대 요소가 서로 혼재되어 등장하면서도 불필요한 분량이 늘어난 부분도 감안하면, 실제 책의 내용은 2/3 정도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4.

저자의 궁극적인 희망 중 하나는, 완벽한 정보화를 통해서 ‘네트워크끼리의 정보가 통합되는 것은 인류가 하나 되는 방향으로의 진화’라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지향점은 ‘포기할 수 없는 물질 문명 속에서 인본적인 균형’을 찾는 ‘홍익인간형 기업/CEO’라고 결론 짓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결론은 지나친 비약이면서 그야말로 뜬금 없는 결론이 아닌가 싶다.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던 것일까? 굳이 그렇게 맺지 않고 탱고 경영의 컨셉과 요소, 지향점만으로도 뜻하는 바가 충분할 것 같은데…다소 무리수를 던지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사족이자 궁금증.

지은이는 파트너와의 협업과 감성 소통이 중요하다는 탱고 춤을 직접 즐기고 이 책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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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사려면 마트에 가라 <크리스 카밀로 지음, 차백만 옮긴, 한빛비즈 냄>


 원서 : Laughing at Wall Street: How I Beat the Pros at Investing (by Reading Tabloids, Shopping at the Mall, and Connecting on Facebook) and How You Can, Too



주식을 사려면 마트에 가라                         Laughing at Wall Street: How I Beat the Pros at Investing (by Reading Tabloids, Shopping at the Mall, and Connecting on Facebook) and How You Can, Too



<본 리뷰는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도서를 읽고 쓴 것임을 밝힙니다>


서문: 2006년 9월부터 2010년 4월까지, 내가 직접 운용한 투자포트폴리오는 자산가치가 83,752 달러에서 2,388,311달러로 774.22퍼센트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외부 회계법인 와그너, 유뱅크앤니콜스가 검증해준 내 투자수익 동향은 독자들이 직접 볼 수 있게 Chriscamillo.com에 공개했다.



책장을 펴자마자 나온 서문을 보고, 일단 움찔했다. 3년 반 동안 774.22퍼센트의 투자수익률이라니. 비슷한 기간 동안의 내 펀드는 7%의 수익도 내지 못했을텐데.  서문에서 인용한 “당신이 말로만 떠든다면 의심할지 몰라도 당신이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믿을 것이다”라는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실증 사례가 있을까 싶었다. 이 책은, 경험 또는 금융계에서 보여주는 온갖 복잡하고 현란한 기술이 없더라도 성공적인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목차만 보더라도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했었던가? 이 책은 그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장. 투자전문가와 증권분석가의 말을 무시하라. 투자를 위해서는 4장. 오랜 습관을 버리면 숨은 돈이 보인다. 로 투자 재원을 만든 다음에 5장 투자자의 안경을 주변을 둘러보아라. 투자를 위해서 반드시 6장. 재무지식은 없어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8장. 대중의 힘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좀 더 극적으로 9장.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High risk이긴 해도 옵션 투자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면 10장 정보 차익거래 투자자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판을 뒤집는 정보’를 남보다 먼저 찾아내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금융계보다 더 나은 실적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한다. 12살짜리 소년이 주식에 눈 떠가면서 로켓 발사 같은 기적에 가까운 지식이나 네이비 색 명품 수트 같은 근엄함이 없어도 투자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설득력과 함께 흡입력 있는 전개로 펼쳐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말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판을 뒤집는 정보’가 마트 같이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촉’을 세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쇼핑몰에서도, 주간지에서, 편의점에서, 영화를 보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등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 하나 주의 깊게 볼 점은, 이렇게 찾아낸 정보를 주변 지인과 대중네트워크 – 페이스북, 혹은 포털의 증권 게시판 등 – 에서 공유하고 검증하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의 금융 전문가들이 포착하지 못한, 그리고 관심도 갖지 않을 분야의 주식은 저평가 되어 있을 경우가 많으나 주변의 일반인 ‘대중’을 통해서 정보를 가다듬고 기꺼이 검증 받을 때 비로소 정말 가치 있는 투자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대학교 때 직간접적으로 얻은 교훈이 떠올랐다. 


하나. 소비자 행동분석이라는 수업에서 교수님은 매주 말씀하셨다. ‘마케터라면 주말마다 마트에 가보고, 연속극을 봐야한다’라고. 사람 붐비는 마트는 지금도 끔찍하게 싫어하고,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줄거리의 연속극은 영어 대사가 나오는 것이 아니면 보지 않는 나로서는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바라봐야지만 트렌드를 읽고 앞서나갈 수 있다는 말씀은 이 책을 통해 몇 년 만에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둘. ‘컬처 코드’에서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주장한 말이다. ‘아이에게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주는 게 아니라, 맥도날드 주식을 사줘야 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며, 경제관에 대한 개념과 미래 수익은 부수적인 가치로 따라올 수 있다며. 



그래도 명식이 주식 책인지라 후반부에서는 아주 약간의 전문 용어가 등장한다. 특히 콜 옵션과 풋 옵션을 통한 하이 리스크 전략은 소위 ‘대박’의 필수 조건이면서도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촉’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옵션 등을 통해서 2배가 10배로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우선 ‘종목 발굴’이 먼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는 774%라는 수익률이 허황된 숫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주위에는 여의도에서 일하는 친구도,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다. 그들에게는 ‘투자전문가와 펀드매니저의 말을 무시’하라는 이 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특히 한 녀석은, 주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한 종목을 ‘시장의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친절하게 조언했었지만 불과 2개월 사이에 100% 넘게 폭등한 사실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난 지금도 주식에 큰 관심은 없고, 가끔 재미 삼아 사는 것마다 족족 손실을 기록하는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앞으로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는 않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촉’을 세우라는 작지만 큰 교훈을 배운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모든 손실을 일순간에 다 만회한 듯한 기분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P.S. 월스트리트에 대한 반감 혹은 조롱은 책 전반에 걸쳐 – 제목부터- 나타나고 있는데 몇몇 구절은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된다.예를 들어 

“세상에는 모든 이들이 탐내는 직업은 바로 증권분석가와  LA나 라스베가스에서 일하는 기상캐스터다. 이 두 직업은 그다지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말만 번드레하게 잘 하면 큰 보수를 받을 수 있다.(p.47)” 

“수수료를 주고 중개인을 고용해서 로또 숫자를 고르게 하는 건 어떤가? (p.48)”

”월스트리트야말로 애플 제품이 오랫동안 가장 인기 없는 곳이다.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적이면서 일에만 집중하는 월스트리트의 분위기는…(p.146)”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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