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자면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한빛비즈)가 순위에 들어있다

두 명의 KDI 연구원이 공동 집필한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문학/신화/공연/예술 등의 다양한 인문 분야 이면에 숨어 있는 경제학적 관점을 논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통섭과 융합이 유행이 되기 시작하면서, 경제학과 인문학이라는 전혀 별개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사실 우리네 삶이라는 공통 분모 속에서 두 이질적 분야를 하나로 재해석한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를 읽고 간략히 느낌을 적어 둔 적이 있는데 (http://eugenepark.tistory.com/202)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를 했었다.

 

이 책에서 제시된 모든 개념들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들 + 누락된 개념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선정해서 <네티즌의 경제학 서재(가제)>와 같은 책을 만들면 어떨까? 영화를 주제로만 해도 무수히 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을 텐데. Dark Knight’에서의 게임 이론, ‘철의 여인’에서 드러난 영국의 경제위기 등등……

 

그런데, 나의 그런 바램은 이미 <경향신문>의 박병률 기자가 3년 전부터 영화 속에 숨은 경제라는 이름으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고, 드디어 그 중의 일부를 새롭게 엮어 책으로 출간하였다. 바로 경제학자의 영화관이 그 책이다. 경제부 기자를 지내고 현재는 세종시에서 경제부처 출입기자로 활동 중인 박병률 기자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영화라는 대중 미디어를 통해서 경제 상식과 함께 경제학자의 프레임을 알려주고자 본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크게 5개의 챕터 속 35편의 영화로 구성된 이 책은 경제와 경제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두려움 없이 쉽게 읽힐 수 있게 쓰여졌다.


1장 영화 속 경제 원리는 영화의 줄거리가 곧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론(예를 들어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희소성의 개념부터, 절대우위 vs 비교우위, 가격 차별성 등)을 논한다. 2장 영화 속 경제심리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떻게 합리성 또는 제한된 합리성을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3장 영화 속 경제사에서는, 자본주의 4.0에 이르는 과정, 화폐의 시작, 대공황의 여파, 주식 버블과 붕괴 등 역사적/경제적 사건이 배경이 되는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4장 영화 속 현실경제에서는 경제 이론/심리/역사를 바탕으로 영화 속에 묘사되는 현실과 경제적 가치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 5장 영화 속 경제지표에서는 한발짝 물러나서 영화 속 인물, 시대, 사건 등을 경제학적인 지표(예를 들어 GDP, 엥겔지수, 고용통계 등)로 설명하면서 신문의 경제면에 나오는 각종 숫자가 결국 우리 삶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각 영화의 마지막에는 ‘B컷 경제이야기 1~2장 정도 덧붙여 있다. 본문에서 다룬 개념을 바탕으로 더 상세한 이야기를 하거나, 곁가지에 해당하는 가십성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독자에게 흥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아마 정식 지면 기사에서는 다루지 못한 뒷이야기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부분은 책 본문과는 별개로 소소한 재미를 주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인상은 흥미로웠다.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상식을 영화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영화의 해석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해야 할까? 많은 영화 평론이 원작자(감독/시나리오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서 해석하는 것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 책에서도 일부 그런 부분이 보였다. 그런데, 그런 부분도 읽다보면 어느 샌가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는데? 어쩌면 감독과 작가가 경제학적인 배경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을지도 몰라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이 책의 핵심 주제대로 경제()이란 결국 현실에서 뗄 수 없으며, 영화는 현실을 묘사하고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영화의 흐름은 경제()적으로 거의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는 보다 직접적인 이유로 기자라는 저자의 핵심 역량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글을 설득력 있고 맛깔 나게 썼다는 말이다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경제학 박사가 이러한 책을 썼다면 아무래도 훨씬 이론적이면서 딱딱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물론 교수님들 중에서도 글을 재미있게 잘 쓰는 분들이 있지만 (예를 들어, 정재승 교수나 최재천 교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안타깝게도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글을 잘 쓰는 경제학 교수는 적어도 내 짧은 식견으로는 아는 바가 없다 (, 경제학은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가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경제학자의 글쓰기 역시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이와 관련하여 서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저는 경제학자만큼은 경제를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평론가보다는 조금 더 압니다.

저는 영화평론가만큼은 영화를 모릅니다. 하지만 경제 학자보다는 조금 더 압니다.”

 

통섭과 융합은 모든 분야에서의 전문 지식보다는 오히려 얕지만 넓게 아는 지식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취미로 영화를 즐기며, 직업적으로 경제를 다루는 사람이, 글쓰기라는 역량을 발휘해서 만든 이 책은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와 본 책을 이어 이러한 성격의 책이 계속 시리즈로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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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이 타이타닉 이후 11년만에 다시 만난 작품이라며
화제를 모으고, 여기에 낚인 아무것도 모르는 관객들의 분노도 모았던 

'Revolutionary Road'에서 사실 주목해야 할 것은 주연 배우가 누구냐라기보다
(물론,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는 것 자체도 주목할만한 일이지만)
감독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샘 멘더스, 
1965년 8월 1일 생. 잉글랜드의 Berkshire 의  Reading 출생
풀네임은 Samuel Alexander Mendes 이며 케이트 윈슬렛과 결혼.....

... 따위 말고

그가 전에 만든 작품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케빈 스페이시가 무너져가는 중년을 담담하게 그린 <American Beauty> 가 대표작이라고 꼽을 수 있으나
- 실제로 이 영화도 상당부분 오버랩 되는 부분도 있다 -
난 영화를 보는 내내 <Road to Perdition> 이 생각났다.


<아들과 함께 '퍼디션'으로 가는 톰 행크스, 쥬드 로가 마중을...>

<로드 투 퍼디션>을 보면, 탐행크스 부자는 '퍼디션'으로 가고 있기에 곧 영화 제목이 영화 내용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Perdition' 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파멸, 지옥, 지옥에 떨어짐" 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이다.

즉, 영화 제목인 <로드 투 퍼디션>은 
영화의 소재이자 영화의 주제를 동시에 담고 있는 중의적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퍼디션'이 아닌 '지옥'으로 가는 마이클 설리반>

샘 멘더스가 이번에는 자기 와이프를 출연시키고,
11년전 (영화 속) 연인이었던 디카프리오를 남편으로 하여,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찍었다.
원작 소설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어찌되었건 이번에도 중의적인 "로드"를 들고 왔다.



교양 있고 멋진 젊은 휠러 부부는, 
아름다운 집이 놓인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이사온다.

아름다운 교외에서 멋진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들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레볼루셔너리 (대변혁의, 대전환을 가져오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레볼루셔너리 삶을 위해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고 싶어했던 그들은 '레볼루셔너리 로드'라는 곳에서
자신들의 소망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정착한 것이 
그들 삶의 1차 혁명이자, 샘 멘더스의 첫번째 중의적 유희다.



<겁나 행복해보이는 프랭크와 에이프릴.... 그러나?>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에이프릴 휠러는,
이곳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지겹게 느껴지고 곧 새로움, 가능성, 꿈을 찾길 원한다.
여기서부터 둘의 사이는 멀어지고, 한때 해결안을 찾아냈던 휠러 부부는 다시 각자의 이유로 인해 멀어지게 된다.

- 프랭크는, 승진과 연봉인상, 새로운 기회라는 멋진 챤스를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화장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ㅇㅇ 기구를 빌미로 에이프릴을 '제정신이 아닌 어머니'로 몰아붙힌다.

   비단 남녀 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에 있어서 상대의 약점을 자신의 기회로 승화(-_-)시키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한다는 점을 보면, 프랭크의 태도는 굉장히 야비하면서도 충분히 있음직한,
그러니까 그만큼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묘사라고 볼 수 있다 - 


<동네 아줌마 아들, 미친 수학박사>

사실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정상이 아닌데, 오직 단 한사람만이 "실질적인" 정상인으로 나온다.
동네 아줌마의 아들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수학박사 '존'이다.
프랭크의 동료, 프랭크의 부하, 옆집 부부, 부동산 아주머니 모두가 사회적 관계와 체면이라는 가면을 쓰고
좋은 이야기, 입에 발린 이야기, 자신의 것을 집착하려는 이야기를 하는 반면

전기치료로 그나마 있던 수학 능력마저 사라진 존은, 
Nothing to lose 의 마인드로 될대로 되라 식으로 맘대로 떠들어대고, 
그 것이 프랭크와 에이프릴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게 불편한 진실!)


"I'm glad that I'm not gonna be that kid"
- 존의 이 대사는 프랭크가 영화 내내 울부짖는 갓* 이나 *쉿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파괴적인 욕설(저주?)

 
만약, 에이프릴도 / 프랭크도 아닌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면,
존의 행동이야말로 가장 '비'현실적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 ...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파국으로 치닫고, 결국 에이프릴은 극극극단적으로 혁멍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 에이프릴의 대변혁을 알게 된 프랭크는,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미친듯이 뛰어가는 것으로 
샘 멘더스의 두 번째 중의적 유희와 함께 "교양 있고 멋진 젊은 부부"의 아름답던 모든 것은 끝이 난다.


마지막에 프랭크가 뛰어가던 그 road는 무슨 길이었을까? 어디로 가는 걸까?
그는 왜 그렇게 에이프릴을 대했으며, 왜 에이프릴은 그런 선택을 했을까?

휠러 부부 혹은 에이프릴은 만약 
그들이 원했던 1단계 이상향인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떠나
2단계 이상향인 파리에서는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을까?

에이프릴 스스로의 고백에서도 '파리'는 단지 구실일뿐 최종 목적지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에이프릴은 그 어디에 갔더라도 결국 행복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을 것같다.

현실과 이상(혁명 혹은 레볼루션)은 공존할 수 없던 것일까?
... 에이프릴에게 있어서 어쩌면 진정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오직 단 한 곳 밖에 없을 것이고, 
    그녀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로드 투 퍼디션>처럼 대놓고 중의적인 의미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레볼루셔너리 로드> 역시 감독의 역량과, 배우의 역량 그리고 튼실한 스토리가 잘 혼합되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괜찮은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 엔딩 크레딧의 "For Mia and Joe"는 샘 멘더스와 케이트 윈슬렛의 딸과 아들이라고 한다.
기껏해야 열살 내외일 것 같은 아이들에게 이 영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로버트 로드리게즈처럼 자기 아이들 보라고 <스파이 키즈>같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모를까-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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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th of the righteous man is beset on all sides

with the iniquities of the selfish and the tyranny of evil men.

Blessed is he who in the name of charity and good will shepherds the weak through the valley of darkness,
for he is truly his brother's keeper and the finder of lost children.

And I will strike down upon those with great vengeance and

with furious anger those who attempt to poison and destroy my brothers.

And you will know that my name is the Lord when I lay my vengeance upon thee.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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