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해진 딥 쓰로트(Deep Throat)’란 자기가 몸담았던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는 양심선언을 통해 뒤늦게나마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외부인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내부 고발자를 뜻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금융계 실상을 고발하는 딥 쓰로트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조진환 씨는 금융회사에서 재무 컨설턴트로 종사해왔으나, 회사의 단기 이윤 창출을 위한 상품 판매에만 몰두하는 금융 업계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초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순수한 머니 코치로 전환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이력을 둔 저자가 자녀를 위한 진정한 경제교육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핵심

돈은 쉽게 물려줄 수 있다. 그러나 쉽게 물려 받은 돈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 심지어 부모 세대에서 쉽게 번 돈은 자녀에게 물려지기도 전에 금방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쉽게 물려줄 수는 없지만 일단 경제습관이 상속되면 이는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자녀가 노후를 맞이하는 시점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의 구성

책은 크게 5가지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현재 금융권에서 진행되는 경제 교육에 대해서 내부 고발하면서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경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당위성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2장은 이 책의 핵심으로서 아이에게 반드시 남겨줘야 할 8가지 경제습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협상은 과감하게, 계약은 신중하게

금융도 상품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성공한 사람들은 투자가 아니라 본업으로 돈을 벌었다

투자를 하려면 무조건 3원칙을 따르라

인생계획은 항상 돈 계획과 함께 세워라

좋은 빚이란 없다

보험은 재테크가 아니라 위험에 대한 비용이다

아이의 노후보다는 꿈과 미래가 먼저다

 

3장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널리 배우는 용돈기입장의 무용론을 설명하고 대신 3개의 통장을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말한다. 자녀가 아니라 부모를 위한 4장에서는 성인의 관점에서 필요한 경제 관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모든 생활 습관이나 가치관과 마찬가지로 경제습관 역시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책의 주요 독자

책의 키워드가 상속인만큼 이 책의 메인 타겟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이가 없으며 당장 갖게 되더라도 적어도 6-7년 뒤에야 에 대해서 대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다소 섣부른 독자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 자신도 한 명의 경제 주체이며 부모이기 이전에 자녀이기 때문에 우선 내가 지닌 경제 습관을 돌아보고 고쳐나가기 위한 점에서 이 책은 나와 같이 자녀가 없는 사람이나 심지어 대학생에게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책의 의의

세세한 경제 지식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경제일간지를 3개월만 정독하면 주식이 어떻고 환율이 어떻고 수출이 어떻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을 알고 싶다면 경제학원론 책을 들여다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상식이 머리 속에 얼마나 들어 있느냐가 아니라 평상시에 세상을 어떻게 경제적으로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느냐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왜 그러한 경제적 사고를 지녀야만 하는지, 어떻게 하면 경제 지식이 아니라 경제 습관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근본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경제학교육과 경제학습의 차이를 정의하는 부분이다. ‘경제 교육이라고 하면 학교에서 미시와 거시, 각종 그래프를 통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배우는 경제학 교육을 생각하기 쉽지만 극히 일부의 학계나 업계 종사자를 제외하면 이는 불필요한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는 실제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기 위한 경제 학습이 중요시되어야 하며 이는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와 실습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어야만 하는 지혜일 것이다.

 

 

새 정부의 장관 지명 후보자들 중에서 지명 바로 전/후에 부모로부터 물려 받거나 자녀에게 물려준 재산의 증여세를 뒤늦게 납부하여 논란이 된 인물들이 몇 있다. 또한 최근 L그룹 계열 오너가 자녀 및 손자에게 수백억 원 대의 불법 증여를 안겨주어 비난을 받고 있다. 당장 줄어든 2013년 연말정산 결과를 두고 멘붕에 빠진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행태에 분노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자녀들은 이러한 세상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둥을 세워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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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Viewpoint의 글을 보다가 최근 읽은 (사실 작년에 쓰인 글이지만...) 글을 떠올려 보았다.
'빅 스위치 Big Switch'의 저자인 Nicholas Carr 가 쓴 글이 그것이다.

구글은 우리를 Bing신으로 만드는가? Is Google Making Us Stupid? (링크)


영어가 아니더라도 결코 짧지 않은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 인터넷 Reader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번 호흡을 가다듬을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구글로 대표)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읽기 패턴이 파편화되고 집중력이 분산되었다는게 요지이다.

뭔가 흥미로운 글을 읽다가 어느 순간 정신차리면 가십 기사를 읽고 있다거나...
굳이 로그인까지 해서 다운받은 50장 100장 짜리 보고서를 눈이 아니라 마우스로 읽고 있다거나...
심지어 책을 폈는데, 10장 정도 읽다보면 책에 밑줄을 긋고 클릭하고 싶은 느낌이 있다거나
하는 경험들이 누구나 한두번쯤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이퍼텍스트를 통해서 비선형적으로 이루어지는 독서의 방식이 증가하는 것이
마냥 비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글읽기 방식일 수도 있으나
마치 음악시장의 패턴이 변화한 것처럼,출판시장도 점점 인터넷스럽게 바뀌어가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카의 글이 흥미로운 한 이유는 (내용이 아니라 구성적으로도 무척 좋은 글이다.사족 참조)
새로운 도구나 기계장치의 해로움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반론이 존재해왔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글쓰기를 하게 되면 머리(기억력)이 돌이 될 것이다고 우려했고
구텐베르크 혁명기에도 지식의 싸구려화 혹은 신성함의 쇠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 물론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둘 다 틀렸다. 그렇다면 인터넷 시대에는 또 다른 방식이 등장할터 ? -
그런 관점에서, "You should be skeptical of my skeptism" 이라고 스스로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의 주장을 비관론자의 의견일 뿐이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원인 혹은 결과에 관한 링크가 100 개 걸려있다고 해서 그걸 논리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듯이
한가지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한 페이지를, 한 챕터를, 한 권을 몽땅 할애해서 머리속의 흐름을 정리해 놓은
저자의 창작과정을 직접 차례차례 밟아가지 않는다면
저자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며, 본인 스스로는 결코 그런 흐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집단적 글쓰기/글읽기가 새로운 시대의 그것이 된다고 한다면...
세르게이/래리의 방대한 꿈인 모든 인간의 두뇌를 컴퓨터와 연결하는 것이 종착점으로 된다면...
'대중의 지혜'가 곧 내 지혜가 되는 세상이 된다면...
굳이 각 개체가 자유의지에 따라서 살아갈 이유도 없지 않을까? Welcome to Matrix World.


한편 ITViewpoint 의 글은 아래와 같다.
트위터로 멍청해지고, 페이스북으로 영리해진다? (링크 :  ITViewpoint )

... 영국 한 대학의 Tracy Packiam Alloway 박사 ( http://tracyalloway.com/ ) 에 따르면,
트위터를 사용하면 바보가 되고, 페이스북을 사용하면 똑똑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워킹 메모리 활용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연구팀은 “트위터에는 한없는 정보를 끝없이 지속적으로 수신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지나치게 간결하다. 뇌는 그러한 정보를 처리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이 점점
짧아져, 뇌를 회전시키기 어려워지며,
따라서 신경절의 접속을 둔화 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흥적인 문자 메시지, 마이크로블로깅(트위터 등), 유튜브 시청 등이
대표적으로 워킹 메모리 감소의 주 원인으로 지적됐다.
- ITViewpoint 재인용


그렇다고 해서 트위터를 비난하고 페이스북을 찬양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난독증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 개개인의 이용 패턴에 따라서 트위터가 매우 유용한 정보창구로 활용될 수도 있고
페이스북이 단순한 사진 교환창구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마냥 일반화시키기 보단 개개인에게 달린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니콜라스 카의 글에서처럼...인터넷 사용이 읽기/쓰기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 확실한 것 같다.


p.s. 니콜라스 카의 글은 그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아 네 권의 라이팅 교재에 실리게 되었다고 한다.

The Best American Science and Nature Writing 2009, edited by Elizabeth Kolbert;
The Best Technology Writing 2009, edited by Steven Johnson;
The Best Spiritual Writing 2010, edited by Philip Zaleski.
또한 Writing Logically, Thinking Critically. 에도 실렸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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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웹에서 떠다니다가

베스트셀러 목록을 신뢰하지 않는다 라는 혜민아빠 님의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1. 도서 시장이 마케팅으로 지나치게 물들었다.
2. 사람들이 베스트셀러를 신뢰하지 않는다
3. 그렇다면, longtail 책을 읽느냐?            아니다. 책 자체를 읽지 않는다.
4. 책을 읽자. ^^

라는 논지의 포스팅이 곧 내 관심분야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흥미롭게 보았다.



출판 시장 베스트셀러 목록은,
Recommendation, word-of-mouse/mouth 의 대표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장에는 어김없이 herding behavior 가 존재하는데,
herding 에서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 논문인,

Sushi Bikhchandani, David Hirshleifer, Ivo Welch 세 사람이 쓴
Learning from the Behavior of Others : Conformity, Fads, and Informational Cascades

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1995년,

경영학자 Michael Treacy 와 Fred Wiersema 는
공저 ‘The Discipline of Market Leaders’의
50,000부를  전국적으로 서점을 통해 은밀히 구매했다.

이는 곧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게 되었고,
비평가들의 평범한 리뷰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게 되었다.

즉, 소비자와 평론가는 이전 구매자의 행동으로부터 구매 학습을 하기 때문에

일단 베스트셀러에만 들어가면,
그 이후의 판매 상승은 따논 당상이라는 것을 두 사람이 입증했다.

베스트셀러 자체가 불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찌보면 출판시장의 비즈니스 관행/구조상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낚여서' 목록의 상단에 있는 책이라도 읽으면 다행일 것 같다.

신천희 스님은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옷 사입는 대신에 술 사먹는다고 하셨지만,
가끔이라도 술 마실 '시간'에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으면서 왜 안해;;


관점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IT 기술이 발전하고 미디어가 다양하고 세분화되면 될수록
Longtail 이 아니라 Head 로의 집중 현상이 오히려 강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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