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은 해체되고 없는
한때 '할일이 많던' 대기업의 고위 임원으로 계시는 아버지를 둔 친구가 있었다.
회장부터가 전세계를 국밥 후루룩 먹어가며 정신없이 누비던 어느날,
집에서 쉬고 있는 아버지가 따르릉 전화를 받으면서
"아 회장님" (굽신굽신..) "네 네 네..." (굽신굽신) "알겠습니다" (굽신굽신) 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왜 아무리 상대방이 그룹 회장이지만
상대방에서 이쪽을 볼 수도 없는 전화통을 붙들고 저렇게 (비굴할정도로) 굽신대야하는지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친구가 말한 적이 있다.
최근들어서 3G로 쇼하거나 VoIP 영상통화가 가능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보편화된 것은 아니고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화는 voice to voice에 불과한 매개체였다.
그렇지만, 사람의 습관이나 태도라는게 무서운게... 상대방이 보이지 않더라도 평소에 그사람과의 관계
혹은 전화 통화 내용(고마운일 등등)에 따라서 받는 태도가 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길을 가다 혼자 전화하는 사람을 보면
웃고있거나 허리를 굽신굽신거리거나 허리를 쭉펴고 전화하는 등 그사람의 제스처를 보면
대충 무슨 내용의 통화를 하고 있겠구나 짐작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만,
어쨌건간에 아직까지 전화통화는 음성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연인과 감미로운 말을 주고 받으면서도 발가락의 때를 밀거나 코를 후빌 수도 있고
(전화기 건너) 직장 상사 앞에다 담배 연기를 뿜으면서도 구두 보고도 할 수 있고
불량한 곳에서 술을 마시면서도 야근하고 있다고 거짓말 할 수도 있다.
마음가짐이 태도를 결정한다고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저쪽에서 나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언행분리가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2.
신문을 보다가 흥미로운 기사가 있어 찾아보았다.
노컷뉴스 기사 / 미 CBS News
요지인즉,
오바마 미 대통령이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백악관 사진 기자가 통화 당시를 사진 찍은게 외부에 공개되자
이스라엘 측에서, 모욕적 Insulted 이라며 항의했다고 한다.
무슬림 문화에서는, 신발 바닥을 타인에게 보이는 것은 극강의 모욕이기 때문이란다.
"신발 바닥을 타인에게 보이는 것이 무례"라는건 문화적 차이에 기인해서 이해할 수 있고
오바마 정부 이후로, 팔레스타인 문제와 중동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소 불편한 관계에 직면한 것도 이해하겠지만...
이건 너무 옹졸한 비난이 아닌가 싶다-
기사에 따르면,
It is not a Jewish custom necessarily,
but Israel feels enough a part of the Middle East after 60 years to be insulted too.
라고 하는데, 즉...어느샌가 이스라엘 = 중동국가 = 무슬림 이라는 논리를 끌어다가
그러니까 (우리) 중동문화를 무시한 오바마 너는 무례하고 예의없고 나쁜놈! 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3.
본격적인 영상 통화 시대가 (과연 언제 올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되면
사람들의 행동이 훨씬 제약받고 불편해지는 건 명백한 사실인 것 같다.
오바마는 공인이고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는 기자가 옆에 붙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카메라폰의 보급으로 그런 세상이 도래했지만)
일반인들조차 표리부동의 삶을 살아가기란 점점 어려운 시대가 될 것만 같아서... ... ...
난 대한민국 최후의 2G - 011 이용자로 남아있으련다.
4족.
<이봐! 난 신발 바닥에 맞을 뻔 했다고!!! // 당신 센스가 그모양이니....ㅉㅉ>
백악관은 to 이스라엘 핫라인 전화기를 교체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