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차이나 / 류쥔뤄 지음, 김선우 옮김 / 한빛비즈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적어도 한국 내에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중국이 사회, 문화, 인프라 등 여러 방면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어서 결코 강대국이 될 수 없다는 냉소 또는 (악의적인) 희망이다. 또 다른 시각은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를 제패할 국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두려움 또는 (긍정적인) 희망이다. 둘 중에 어떤 시각이 결과적으로 옳을지는 현 시점에서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전자의 시각을 취함으로써 후자의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책이다.

 

이 책은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처럼 양면적이고 복합적인 이야기를 끊임 없이 진술하고 있다. 중국 내외부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던 중국의 장점이 사실은 허상에 불과하며 오히려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진단을 통해, 중국의 위기를 경고하는 것이 책의 주된 흐름이다. <블랙 차이나>의 원제인 <国经济萧条还有多> - 우리 말로 하면 '중국의 경제위기는 머지 않아 닥친다' (출판사 후기 참조) – 책의 이러한 관점을 직설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직면한 위기의 실상에는 G2의 반대편 축을 차지하는 미국이라는 현 패권 국가의 전략적이고 의도적인 노림수가 숨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라는 첨단 금융 시스템을 무기 삼아 중국을 현금 인출기로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달러의 문제, 자원의 문제, 지식산업의 문제 등 많은 사례를 들면서 중국의 이러한 이면적 위기를 폭로하는 이유는, 단지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시각에서가 아니라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패권국가가 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중국이 위기를 직시하고 이를 개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중국식 사상아메리칸 마인드를 능가하여 세계 최강대국으로 우뚝 서길 바라는 애정 어린 마음으로 환부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중국의 현실은 무엇인가?

 

2012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2011 2분기 대비 7.6% 성장에 그쳤다는 것이 크게 기사화되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이 8% 이하를 기록한 것이 3년 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을 휩쓰는 재정 위기와 미국의 경기 침체가 맞물려 중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기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나비효과를 살펴보자.

많은 이들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는 결코 좋은 수식어가 아니다. 미국이 2001년 이후 자국 내 제조업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대신 기술 혁신을 통해 더욱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 반면, 정작 중국은 저 부가가치의 가공무역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 뒷면에서 새겨진 Designed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라는 문구는 美(애플)과 中(폭스콘)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세계의 공장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수요를 훨씬 능가하는 악성 과잉 생산 단계에 접어들어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생산은 폭증하는 데 비해서, 눈 높이가 높아진 자국 내 소비자는 오히려 수입품을 찾기 시작하여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점점 커지게 되었다.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고급 분유 수입이 증가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제는 임금 인상률이 성장률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자, 해외 업체들은 동남아나 인도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면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장이라는 물리적 자산이 필요한 제조업은 매몰비용(Sunken Cost)이 존재하기 때문에 금융 자본과 달리 쉽사리 이동이 불가능하여 문을 닫은 채 버려지게 되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세계의 공장이 직면한 현실이다.

 

그런데, 그 버려진 공장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공업화 초기 붐을 틈탄 부동산 열풍에 힘입어 중국 전역에 걸쳐 개발된 농업 지대가 바로 그 버려진 공장터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중국인들에게 음식과 식수와 목화를 제공하던 비옥한 땅이 엎어지고, 공장과 아파트와 인프라 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땅은 난개발 폭풍이 지나간 뒤 버려진 땅이 되어버렸다. 이제 중국인들은 경기 침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식량을 수입하고, 식수난을 겪고, 부동산 버블이 터지는 것을 걱정하면서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복합적인 진단이다.

 

이런 복잡하고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 중국은 어떤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GDP로 대변되는 성장형 정책은 더 이상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가계, 기업, 지방정부가 상환 능력을 초과하여 부동산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GDP가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21세기 경쟁 환경에 걸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두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이 액면 그대로의 전통적인 물리적 도서관에 집착하는 동안, 미국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서 디지털 정보를 더 쉽고 빠르게 획득하게 되었다면서 중국 전체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따끔한 충고와 함께 마무리한다.

 

 

책을 덮으며


비록 이 책은 중국의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만, 위기의 본질은 우리에게도 상당수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청년 실업으로 인해 희망을 잃어가고, 사교육비에 걱정하는 청장년층과, 주택담보대출에 힘겨워하는 베이비부머가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위기는 <블랙차이나>에서의 복합적인 경고가 결코 남의 이야기만으로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대중 무역흑자가 대미 무역흑자보다 7배 이상인 오늘날,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붕괴는 우리에게는 당사자보다 더욱 아프게 다가올 지도 모른다. 초연결(Hyper-connected) 시대에 우리 이웃의 어두운 현실을 아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상 깊은 문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는 것이다. 남이 눈앞의 위기를 못 알아보는 것을 비웃으면서 정작 우리 눈앞에 다가온 위기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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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따먹는 사과가 사라지는 이 시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표지의 강렬한 이미지는 오늘날 우리가 혹은 미국이- 처한 상황을 의미한다. 침체 Stagnation은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지만, 경제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사실상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사회 또는 국가 전체가 녹아 내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혁신에 관한 혁신적 책

은 상당히 야심차면서 자신감 있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인 저자 타일러 코웬 Tyler Cowen 은 원래 전자책으로만 출판할 의도였다고 한다. 오늘날 미국 경제가 침체를 맞게 된 원인이 혁신(확산) 부족이라는 점에서, 출판/미디어 업계의 혁신인 전자책이 얼마나 보급이 ()되어 있는지 직접 입증하기 위한 실험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Creative Common License를 소개하는 책 스스로가 CCL로 저작권을 풀어버린 것과 같다고 할까?


그러나, 저자의 자신감 넘치는 의도는 의외의 방향에서 실패했다.

수많은 공신력 있는 전통 미디어 – NYT, WSJ, FT, Forbes, Economist 에서 이 책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자, 저자는 혁신에 관한 혁신을 포기하고 물리적인 형태의 전통적 종이책으로도 발간할 수 밖에 없었다.

 

 

경제적경제학적으로 쓰여진 경제도서

경제학은 항상 최소의 자원을 염두에 두는 학문이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이 쓴 글(주로 논문)을 읽어보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 힘든 경우가 있다. 수식어를 줄이고, 최소한의 간결한 표현을 금과옥조로 여겼기 때문이다. 150여 페이지 밖에 안 되는 이 책도, 불행하게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읽기 어렵지만 내용은 탁월한 경제학 논문처럼 상당한 내공을 요구한다. 개념을 이해하고, 전후 관계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책이길래? … … … 제목을 살펴보자.

 

1 쉽게 따는 과일을 먹고 살았다 
2
생산적이지 못한 신경제 
3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까? 
4
쉽게 따는 과일을 먹은 정부 
5
그렇게 엄청난 금융위기는 왜 일어났나? 
6
우리가 해결 할 수 있을까? 

쉽게 따는 과일은 오늘날 미국 경제가 실패한 근본 원인을 일컫는다.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갈린 정치적 양극화와 거기서 파생된 분배론, 부의 불평등이 원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쉽게 따는 과일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상의 토지, 수많은 이민자, 강력한 기술력.

 

책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상식을 논리와 통계를 바탕으로 깨트리는데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쉽게 말해, 정부의 소비지출, 교육비 지출, 의료비 지출은 GDP 25%를 차지하지만 헛된 돈을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쉽게 따는 과일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삽질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침체가 올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인터넷은 경제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인터넷의 역할에 대해서 다소 불확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 기존의 전통적 GDP 시스템에서는 측정 불가능한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고 말한다. 0에 가까운 비용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즐거움이라는 혜택은 분명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터넷은 경제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혁신은 아니라면서 분명한 선 긋기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다운쉬프팅처럼 물질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결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행위가 아니라며 인터넷이라는 혁신을 적어도 현 시점에서- 낮게 평가하고 있다.

 

부자들도 인터넷을 하면서 다이아몬드를 하지 않고 트위터만 한다” (p.89)라며.

 

1930년대 대공황 때에,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울함을 달래고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에서 얻는 위안은 적어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점에서는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컴퓨터 한 대와 한달에 약 2~3만원 인터넷 요금만 내면, 전세계의 수많은 오락 거리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축복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음반 시장이 몰락하고, 서적/신문 등 미디어가 몰락하는 것을 보면인터넷이라는 과일은 블리자드한테만 좋은 과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나려면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개념은, 경영 분야에서 주로 쓰는데 존속적인 혁신이 아니라 소위 깨는혁신이 일어날 때 게임의 법칙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표현이다. 저자는, 거대한 침체에 접어든 미국사회가 바로 이런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희망의 원천은 크게 세 가지라고 주장한다.

1) 인도와 중국의 (공급/수요자로서) 과학과 공학기술에 대한 관심

2) 무한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 인터넷

3) 미국 교육제도 개선의 희망

 

거기에 덧붙여서 과학자의 지위를 높이자” “정치적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라면서 미국이 다시 부흥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규범적, 추상적 결말이 아쉽지만 현재를 진단하는 통찰력


지난 300여 년간의 미국 경제 흐름을, 단 몇 십 페이지에 압축하면서 보여준 통찰력 있는 분석은 인상적이었다. 나아가 왜 미국 경제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지에 대한 진단도 탁월한 시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서는 다소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다. 너무 거창하게 판을 벌였던 탓일까? 기술적 혁신이 새로운 미국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점까지는 충분히 수긍할 만 했지만, 그러기 위해서 과학자의 지위를 높이자라는 결론에 달하게 되면 고개를 살며시 흔들게 된다.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일까? 아니면 저자의 의도가 너무 야심 차서 수습하기 벅찼던 것일까? 어찌되었건 결말은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거기까지 접근하기 위한 저자의 시각은 충분히 새겨 들음직하다.

 

<참고

저자 Tyler Cowen 블로그 www.marginalrevolution.com

 위클리BIZ 인터뷰 기사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10/20110610012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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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탱고경영

저자 형원준 | 출판사 한빛비즈



Do the Tango on Business Process Platform


이 책은, SNS로 대표되는 초 연결 사회에서 기업 경영이 어떻게 변모해가고 있으며, 이런 환경 속에서 생존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성공 기업이 되기 위해 대처해야 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고객과 밀고 당기며 함께 춤추는 TANGO 탱고라는 춤에 비유해서 탱고 경영을 화두이자 책의 제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탱고 경영의 기본 컨셉과 함께 세 가지 요소를 각각의 장으로 구성해서 총 4개의 장으로 보기 좋게 나뉘어 있다.


첫째, 고객과 밀착하는, 리얼타임 동기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 조차도 실시간으로 처리해서 조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병목 현상을 푸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또한 SNS 등을 통해 소비자를 포함한 각종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케 되면서 대량 생산, 일방 생산에서 벗어나 그때 그때 수요에 실시간으로 맞출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둘째, 파트너와 협업이 되는 (글로벌 표준) 플랫폼 화

플랫폼이 플랫폼으로 가능케 하는 것은 표준화와 모듈화라는 두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표준화를 통해서 어느 누구라도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잘게 쪼갠 모듈화를 통해서 큰 부담 갖지 않고 작은 부분이라도 플랫폼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플랫폼의 거래 비용에 관한 점이다. 경제학자 Robert H. Coase 는 거래 비용 Transaction Cost 라는 개념을 소개하여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을 단순히 소개하면 Make or Buy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덜 비용이 드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솔루션 업체인 SAP Korea의 대표인 저자는, 어설프게 직접 개발하거나 저가 솔루션을 쓰지 말고 글로벌 표준 플랫폼인 SAP을 쓰라면서 드러나지 않게 - 그러나 노골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즉 SAP 솔루션을 ‘BUY’하는 것이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게 이 책의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셋째, 파트너와 정량적, 정성적, 감성적으로 하나가 되는 감성 소통

마켓 3.0 시대에 소비자의 감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단지 기업 경영을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감동을 주고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저탄소 배출이라던지 사회적 책임과 같은 패러다임이 새로운 시대의 경영 철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에 걸쳐 복잡한 영어 약어가 난무하고 있고, 글로벌 경쟁 환경의 묘사가 정신 없이 녹아 있어서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탱고 경영은 쉬운 듯하면서도 경영계의 복잡한 개념이 담겨 있는 경영 철학이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탱고 경영의 좋은 예는 바로 당신 손에 이미 들려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쓴다는 스마트폰은 동일한 스펙의 하드웨어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 깔려있는 앱(App)의 가지 수를 고려하면 대한민국에 동일한 스마트폰은 단 한대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Mass Customization) 방식이 바로 탱고 경영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경영 환경은 – 필립 코틀러라는 경영학의 대가가 지칭했던 아니건 – 3.0 시대에 돌입했고 좋든 싫든 거의 모든 기업은 초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생존해나가야만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되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노키아, 모토로라, 닌텐도, 코닥이 이미 문을 닫았거나 닫기 일보직전에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보다 훨씬 영세한 기업은 앞으로 10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저자가 주창하는 탱고 경영의 3 요소 – 리얼타임, 플랫폼, 감성 소통의 원칙을 잘 따른다면 오늘 창업한 회사가 10년 뒤 아니 5년 뒤에 글로벌 1위 기업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은 바로 그런 ‘인생 역전’을 가능케 하는 3.0 경영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S.

1. 

추천사를 쓴 싸이월드 창업자 형용준 씨는 지은이 형원준 씨의 친 동생이다. 대한민국 IT 업계에서의 용감한 형제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가족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겠지만, 친동생이 추천사를 써 준 것은 뭔가 어색한 게 사실이다.


2

책의 전반에 걸쳐 ERP 분야에서 사용되는 수 많은 약어가 등장한다. 일부 처음 들어보는 약어는 영어 풀이를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제법 있었다. 책의 말미에 Glossary 를 통해 풀이를 해줬으면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3.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네 슈퍼마켓이나 식당에서 메뉴를 두 배로 늘리면 재고는 네 배, 다섯 배로 늘어나는 것”(P.199) 처럼 이 책의 약점 중 하나는 사례를 여러 번 들면서 책의 분량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져 버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정 경기 타수에 대한 비유, 캐터필러 사의 센서 부착 사례 등 뿐 아니라 SAP이 인수했다는 석세스 팩터 소개와 함께 HANA 솔루션의 (자랑)소개 등 동일 사례를 굳이 여러 번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또한 탱고 경영의 3대 요소가 서로 혼재되어 등장하면서도 불필요한 분량이 늘어난 부분도 감안하면, 실제 책의 내용은 2/3 정도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4.

저자의 궁극적인 희망 중 하나는, 완벽한 정보화를 통해서 ‘네트워크끼리의 정보가 통합되는 것은 인류가 하나 되는 방향으로의 진화’라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지향점은 ‘포기할 수 없는 물질 문명 속에서 인본적인 균형’을 찾는 ‘홍익인간형 기업/CEO’라고 결론 짓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결론은 지나친 비약이면서 그야말로 뜬금 없는 결론이 아닌가 싶다.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던 것일까? 굳이 그렇게 맺지 않고 탱고 경영의 컨셉과 요소, 지향점만으로도 뜻하는 바가 충분할 것 같은데…다소 무리수를 던지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사족이자 궁금증.

지은이는 파트너와의 협업과 감성 소통이 중요하다는 탱고 춤을 직접 즐기고 이 책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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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사려면 마트에 가라 <크리스 카밀로 지음, 차백만 옮긴, 한빛비즈 냄>


 원서 : Laughing at Wall Street: How I Beat the Pros at Investing (by Reading Tabloids, Shopping at the Mall, and Connecting on Facebook) and How You Can, Too



주식을 사려면 마트에 가라                         Laughing at Wall Street: How I Beat the Pros at Investing (by Reading Tabloids, Shopping at the Mall, and Connecting on Facebook) and How You Can, Too



<본 리뷰는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도서를 읽고 쓴 것임을 밝힙니다>


서문: 2006년 9월부터 2010년 4월까지, 내가 직접 운용한 투자포트폴리오는 자산가치가 83,752 달러에서 2,388,311달러로 774.22퍼센트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외부 회계법인 와그너, 유뱅크앤니콜스가 검증해준 내 투자수익 동향은 독자들이 직접 볼 수 있게 Chriscamillo.com에 공개했다.



책장을 펴자마자 나온 서문을 보고, 일단 움찔했다. 3년 반 동안 774.22퍼센트의 투자수익률이라니. 비슷한 기간 동안의 내 펀드는 7%의 수익도 내지 못했을텐데.  서문에서 인용한 “당신이 말로만 떠든다면 의심할지 몰라도 당신이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믿을 것이다”라는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실증 사례가 있을까 싶었다. 이 책은, 경험 또는 금융계에서 보여주는 온갖 복잡하고 현란한 기술이 없더라도 성공적인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목차만 보더라도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했었던가? 이 책은 그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장. 투자전문가와 증권분석가의 말을 무시하라. 투자를 위해서는 4장. 오랜 습관을 버리면 숨은 돈이 보인다. 로 투자 재원을 만든 다음에 5장 투자자의 안경을 주변을 둘러보아라. 투자를 위해서 반드시 6장. 재무지식은 없어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8장. 대중의 힘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좀 더 극적으로 9장.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High risk이긴 해도 옵션 투자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면 10장 정보 차익거래 투자자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판을 뒤집는 정보’를 남보다 먼저 찾아내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금융계보다 더 나은 실적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한다. 12살짜리 소년이 주식에 눈 떠가면서 로켓 발사 같은 기적에 가까운 지식이나 네이비 색 명품 수트 같은 근엄함이 없어도 투자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설득력과 함께 흡입력 있는 전개로 펼쳐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말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판을 뒤집는 정보’가 마트 같이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촉’을 세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쇼핑몰에서도, 주간지에서, 편의점에서, 영화를 보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등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 하나 주의 깊게 볼 점은, 이렇게 찾아낸 정보를 주변 지인과 대중네트워크 – 페이스북, 혹은 포털의 증권 게시판 등 – 에서 공유하고 검증하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의 금융 전문가들이 포착하지 못한, 그리고 관심도 갖지 않을 분야의 주식은 저평가 되어 있을 경우가 많으나 주변의 일반인 ‘대중’을 통해서 정보를 가다듬고 기꺼이 검증 받을 때 비로소 정말 가치 있는 투자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대학교 때 직간접적으로 얻은 교훈이 떠올랐다. 


하나. 소비자 행동분석이라는 수업에서 교수님은 매주 말씀하셨다. ‘마케터라면 주말마다 마트에 가보고, 연속극을 봐야한다’라고. 사람 붐비는 마트는 지금도 끔찍하게 싫어하고,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줄거리의 연속극은 영어 대사가 나오는 것이 아니면 보지 않는 나로서는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바라봐야지만 트렌드를 읽고 앞서나갈 수 있다는 말씀은 이 책을 통해 몇 년 만에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둘. ‘컬처 코드’에서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주장한 말이다. ‘아이에게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주는 게 아니라, 맥도날드 주식을 사줘야 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며, 경제관에 대한 개념과 미래 수익은 부수적인 가치로 따라올 수 있다며. 



그래도 명식이 주식 책인지라 후반부에서는 아주 약간의 전문 용어가 등장한다. 특히 콜 옵션과 풋 옵션을 통한 하이 리스크 전략은 소위 ‘대박’의 필수 조건이면서도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촉’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옵션 등을 통해서 2배가 10배로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우선 ‘종목 발굴’이 먼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는 774%라는 수익률이 허황된 숫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주위에는 여의도에서 일하는 친구도,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다. 그들에게는 ‘투자전문가와 펀드매니저의 말을 무시’하라는 이 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특히 한 녀석은, 주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한 종목을 ‘시장의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친절하게 조언했었지만 불과 2개월 사이에 100% 넘게 폭등한 사실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난 지금도 주식에 큰 관심은 없고, 가끔 재미 삼아 사는 것마다 족족 손실을 기록하는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앞으로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는 않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촉’을 세우라는 작지만 큰 교훈을 배운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모든 손실을 일순간에 다 만회한 듯한 기분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P.S. 월스트리트에 대한 반감 혹은 조롱은 책 전반에 걸쳐 – 제목부터- 나타나고 있는데 몇몇 구절은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된다.예를 들어 

“세상에는 모든 이들이 탐내는 직업은 바로 증권분석가와  LA나 라스베가스에서 일하는 기상캐스터다. 이 두 직업은 그다지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말만 번드레하게 잘 하면 큰 보수를 받을 수 있다.(p.47)” 

“수수료를 주고 중개인을 고용해서 로또 숫자를 고르게 하는 건 어떤가? (p.48)”

”월스트리트야말로 애플 제품이 오랫동안 가장 인기 없는 곳이다.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적이면서 일에만 집중하는 월스트리트의 분위기는…(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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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도서를 읽고 쓴 것임을 밝힙니다>

 

책 제목이 최근 ICT 생태계에서 논의되는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더군다나 책을 펴자마자 나오는 기술, 비즈니스, 문화의 아키텍처그림은 책 전체의 방향을 보여주는 로드맵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면서,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ICT 산업을 이해하는 프레임워크 같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출처: http://goodgle.kr/3504,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

 


그러나, 굿글(GOODgle)님이 언급한 대로 이게 전부다. 더욱 아쉬운 것은, 첫 페이지에서 야심 차게 제시한 아키텍처가 바로 다음 장부터는 방향타 역할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줄과 줄, 장과 장, 챕터와 챕터 사이의 구심적 역할에도 실패했다.

 

 

목차를 살펴보자. 1장은 스마트 디바이스와 플랫폼 디바이스, 2장은 소셜 미디어와 소셜 플랫폼, 3장은 모바일 커머스와 소셜 커머스, 마지막 4장은 IT업계 이슈과 미래 전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아키텍처 상에서 기술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 IT 전문지가 아니더라도 중앙 일간지에서도 매일마다 볼 수 있는 디바이스와 플랫폼에 관한 이슈들에 대해서 제법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매일마다 접하는 이슈들이어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저자의 당부대로 여러분을 각성한 내용이 간혹 있어서 읽을 만 했다.


 

그러나 문제는 2장에서부터 발생한다.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2장과 3장의 가장 큰 문제는 각 장의 핵심 요소가 없다는 점이다. 마치 단편적인 블로그 포스팅을 수없이 모아놓고 크게 두 개의 제목을 달아 분류해놓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2장의 제목은 소셜 미디어와 소셜 플랫폼이다. 3장은 모바일 커머스와 소셜 커머스이다. 이를 다시 분류하자면 2장은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이며 3장은 커머스 {모바일과 소셜}이다. 책 제목에도 언급되는 플랫폼은 기반이 되는 공통 요소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2장과 3장은 각각 플랫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부가 중복되어 있다


어떤 개념을 설명하고 분류하기 위해서는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라 하여 중복되는 것이 없이 종합적으로는 전부를 다뤄야 한다고 한다. 책의 내용이 반드시 MECE하게 쓰여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개념 분류에 있어서 중첩되는 부분이 생기다 보니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계속 비슷한 이야기가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 문제는 그렇게 기껏 200여 페이지를 읽어나갔는데,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장에서 제시한 프레임워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중첩되는 개념을 계속 보여주다 보니 정작 과녁에 맞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적 없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해 겨우 마지막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8차선 도로가 갑자기 1차선 도로가 되는 것처럼 뒤로 갈수록 심상치 않다. 341페이지에 걸쳐서 풀어 놓았던 장밋빛 미래를 어렵게 만드는 장애요인의 대부분이 정부 정책 (그리고 여기에 편승한 대기업/포털) 때문이라고 들렸기 때문이다.심하게 비약하자면 결국 정부가 (중소기업 친화적이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으면 모든 게 빵빵 뚫릴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물론 정부의 ICT 정책이 헛발질에 병살타에 팀킬을 일삼았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 책의 서두에서 보여줬던 야심찬 목표에 비하면 이건 너무나도 기승전* 같은 이야기로만 들린다. 첫 페이지에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아키텍처는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책을 조용히 덮고 말았다….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저자 류한석 님의 블로그 http://bobbyryu.blogspot.com/ 를 열심히 구독하고 있으며, 트위터 @bobbyryu도 빼놓지 않고 챙겨보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수 많은 알찬 정보와 함께 전문적인 식견을 제공해주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쉽게도 이 책은 오프라인의 물리적 형태를 띈 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블로그 포스팅은 짧은 형태의 단문이 대부분이다. 소위 스크롤의 압박 때문에라도 긴 글은 쓰기도 싫고 읽기도 싫어한다. 그런 포스팅이 하나 둘 모이면 좋은 블로그가 되고, 파워 블로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 블로그가 아니다. 필자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단편 소설집이 아닌 이상에야 책은 좀 더 응집력을 갖춰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본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는 축구 경기장 위에 11명의 스트라이커만 세워놓은 느낌이었다. 수비는 누가 하고, 플레이 메이킹은 누가 하나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역시 온라인 문화에서 비롯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지나치게 단정적이거나 사실(fact)에 기반하지 않은 표현이 너무나 많았다.블로그 포스팅은 언제든지 다시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출판이라는 형태를 띄고 있는 책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재판에 들어가거나 아예 e북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 좀 더 주의 깊게 문장을 다듬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SNS는 포털의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SNS가 활성화 됨에 따라 그런 트렌드가 가속화될 것이다 (p.118)

소셜+LBS+커머스를 융합한 서비스는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이용자들로부터 크게 인기를 끌 것이 분명하다 (p.276)

 

마지막으로, 끝이 아니지만, 이 아쉬웠던 점은 그 어디에서도 인용 출처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만12~49세 인터넷 이용자 중 61.3퍼센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타인과의 교류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p.119)


 61.3%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고? 오 많이 쓰네? 근데 몇 년도에? 아이러브스쿨이 유행하던 2000년 이야기인가?

 

사실 이는 저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많은 책들이 그렇다. 그리고 나는 출판 문화계가 어떤 수준까지의 기준을 요구하는지는 더더욱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어디선가 원 소스가 있고 이를 인용했다면, 인용을 최대한 정확하게 달아주는 것이 원천 저작자에 대한 예의이자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이건 일반 서적이자 대중서이지 논문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건 책이지 블로그나 SNS 포스팅도 아니다. 한번 물리적 형태로 세상에 등장하고 나면 쉽사리 고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긴 사족을 하나 덧붙여 보고자 한다.


IT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은 다른 분야는 어찌 다르겠는가? 예를 들어 Al Gore는 지구 온난화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처럼 – IT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과도할 정도의 낙관주의와 기술에 대한 신뢰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저자 류한석 씨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기술철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할뿐더러, 일반 IT 서적인 본 책에 대해서 기술철학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웃자고 하는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일관된 저자의 기술결정론적 사고에 대해서는 내 나름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이 책은 무언가 읽는 와중 여러 번 불편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기술결정론은 기술을 신비화하여 비전문가들이 기술발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특징이 있다. 나아가, 전문가의 의견을 가치 중립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대중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신속히 수용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으로 제시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Right NOW”의 목소리를 내는 이 책이 내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이 책의 방향은 보편주의라는 또 하나의 문제를 안고 있다. 보편주의란 특정 기술이 문화적 배경과는 무관하게 보편적이고 동일한 사회를 창출한다고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 사회마다 기술 수용, 활용, 발전의 조건이 다르다는 것을 무시하고 오직 기술 자체에 대해서만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저자가 야심차게 내세웠던 기술, 비즈니스, 문화 아키텍처에 따르면 분명 문화가 기술 수용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이후에 언급되는 여러 가지 수요 예측이나 시장 전망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보편주의적 관점을 따르고 있다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태블릿이 한국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이유는 단지 시간 문제일 것이며, (조만간이건 아니건) 언젠가는 분명 한국에서도 개화할 것이라고 확신을 넘어 단정적인 투로 미래를 바라보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PC의 대체재로서 태블릿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단지 그 시기일 뿐, 이미 결론은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p.31)


그러나, 과연 이러한 확산의 차이가 시간의 문제일까? 미국 사람들이, 유럽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쓴다는 SNS가 왜 한국에선 아직도 미적미적할까? 페이스북에 중독된 10대 딸의 노트북에 권총을 쏴 관통시킨 아버지는 미국만의 이야기일까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일까?


 

나는 저자의 인생에 대해서 모를뿐더러 감히 평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저자의 인생은 항상 기술과 가깝게 지내왔었고 분명 전문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테크노유토피아적인 사고 역시 저자와 항상 함께 공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본 책에서 내가 느낀 불편함은 그런 점이 아니었나 싶다. 분명 ICT 혁명은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다. 불과 3년 전만해도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은 ‘전지전능한 폰’을 쓰는 일부밖에 없었지만 어느새 인구의 절반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며 5년 안에는 80% 이상이 쓰리라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술이 전부는 아니며 기술 발전이 세상을 항상 이끌어 나가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지하철을 제법 오래 탈 일이 있었는데, 새삼스레 놀란 날이 있었다. 하루에 피쳐폰을 쓰는 젊은 사람을 20명도 넘게 봤고,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이 뭔지도 모를 시절에 나온 아이팟 2세대를 당당히 들고 다니는 사람도 세 명이나 봤기 때문이다. 그 젊은이들이 경제적 이유 때문인지 러다이트 운동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술 발전과 확산은 결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확신에 찬 목소리도 반복해서 들으면 의심이 들게 마련이다. 하물며, 확신을 넘어 단정적인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오히려 예측이 아니라 본인의 희망이자 바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마치 “180cm 이상의 훈남 스타일에 전문직 종사자”같이 섹시한 표현인 “모바일 소셜 플랫폼” 시대는 어쩌면 각각 따로 오거나, 왔는데 왔는지도 모르거나, 혹은 영영 안 올지도 모를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되, 너무 지나치게 기대하지는 말자. 느긋하게 바라보고, 혹시 어딘가 2% 모자란 곳이 보인다면 독자가 그 구멍을 메우고 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인사이트를 주는게 진정 고수가 아닐까? 진정한 스마트 혁명을 원한다면, 전체 큰 그림을 보여주고 비어 있는 구석을 알려주면 좋았을 법했다. (나는 물론 그런 Niche를 볼 위인이 못 된다. 설령 볼 줄 안다면,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혼자 조용히 준비하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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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훈민

저자 김훈민은 KDI 연구원으로 중앙대 경제학과와 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졸업하였다. 소문난 독서광으로 유명하며, 소장하고 있는 개인 장서가 2만권이 넘는다. 특히 경제학 분야 서적에 있어서 개인으로는 본인이 가장 많은 경제학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며, 머지않아 KDI 도서관보다 본인이 소장한 도서가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읽고 쓰는 활동에 관심이 많아 현재 KDI, 한국경제신문, MBN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저자 : 박정호

저자 박정호는 KDI 전문연구원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KAIST에서 경영학 석사를 그리고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학위 콜렉터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며,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모두 필요한 것들이라 주장하고 있다. 평소배워서 주자!”라는 신조를 갖고 있어 EBS, 금융투자협회, 라디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금융소외계층 등을 위한 강의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한국경제신문, 사이언스 타임스 등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집안에는 후대들에게 경제학을 강의하는, 소위 경제학자가 네 분이 계시다. 그래서였을까?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 난 절대로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을거야. 라는 어줍잖은 반항심에 경영학을 택했고 경제학은 최소한의 필수만을 듣고 무사히 대학 졸업장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좀 더 공부를 하고자 했을 때,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여러 가지 당면한 현실 이슈를 접했을 때 나는 경제학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을 후회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사회과학적으로 진지한 접근을 할 때 경제학은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었고,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수 많은 이슈도 사실은 경영학에서 다루는 피상적인 접근보다 경제학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는 비록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지극히 제한적인 단서를 달고 있지만 경우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학이 하나의 학문으로서도 훌륭한 많은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인문 사회 내에서는 손꼽히는 체계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굳이 학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지 않더라도 우리네 삶 속에는 매일매일 경제적인 의사결정이 알게 모르게 녹아 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결정하는 가격 체계, 자원의 희소성 속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 등은 누가 딱히 가르치지 않더라도 인간의 역사 속에서 실천되고 발전되어 온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학적인사고는 곧 人間 또는 人文과 불가분의 관계로 존재해 왔던 것이다.

 
두 명의 KDI 연구원들이 내 놓은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두 저자는 신화와 설화에서 출발하여, 역사를 거쳐, 문학, 예술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 온 필부필녀 혹은 황제의 선택과 의사결정 속에 본인이 인지하건 못하건 녹아 들어 있는 다양한 경제학적 개념을 설명해주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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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거품 사건 또는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튤립 투기 광풍 사건 등은 오늘날에도 또 다시 반복되는 광기와 패닉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하나의 경제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역사 속에서 귀감이 되는 사건이 많다라는 저자들의 말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문학과 예술 속에도 경제 논리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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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만의 독특한 해석도 있는 것 같고, 이미 경제학계에서 많이 논의 되어온 해석에 대한 단순 소개도 존재하지만 특히 어릴 적 동화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Oz의 마법사> 같은 경우에는 무척 흥미로운 소개가 되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은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은 분식회계로 인해 촉발되었다(p.88)’ 라던지, Peter Wiles가 소련 계획 경제를 두고 Perfect computation 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는 점이던지(p.131), Edward Bellamy라는 작가가 유토피아를 그린 <뒤를 돌아보면서(1888)>라는 소설을 출간했고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 관련되어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했다.

 

 그러나, 기존의 텍스트를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자의성이라는 함정에 빠질 위험도 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 문학작품 속에서 드러난 경제 현상은 작품들을 안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해설이자 새로운 경제적 지식을 알려주는 일석 이조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 해설에 동의하지 않거나 해설이 억지스러울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 편에서 ‘<크리스티나의 세계>와 제한된 합리성의 경우 최근 경제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행동 경제학과 제한된 합리성에 대해서 설명은 꼭 해야겠으나 마땅한 사례를 찾지 못해서 억지로 붙인 게 아닌가 싶다. 심지어 마무리 부분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그 어색함이 극도로 드러났다.

특히 마지막 챕터는 무의미하지 않나 싶다. 철학적인 인간과 경제학적인 인간. 인문 또는 철학이 경제학과 괴리되어 있지 않다라는 사실은 책 전체를 통해서 전달해 왔는데, 굳이 별도의 챕터를 통해서 이를 다시 넣는 것은 뭔가 억지스런 에피소드들이 아닌가 싶다. 경제학자의 윤리 강령이라던지, 유대인의 세계경제 지배력과 같은 이슈가 본 책의 큰 주제와는 크게 관계가 없지 않나?

 
 
저자들은 감세, 부동산 정책, 최저임금제 등 현실에서 첨예한 논쟁이 일고 있는 분야에 대해 인문학적 텍스트를 통해서 혹은 대가들의 입을 빌려서 논지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중립성을 지키는 듯하면서 넌지시 본인들의 생각을 전하는 방식은 저자들이 KDI 소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하면서도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장점이자 아쉬운 점은, 일종의 퀴즈이자 기억력 테스트를 해 나가는 방식이 좀 더 일관적이었으면 좋았을 법했다. 경제학의 개념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나로서는, 각각의 서론 인문학에서 나타나는 사례 를 읽으면서, ‘아 이번 절은 OOO에 관한 이야기이겠구나라고 추측하는 지적 유희를 즐기고 싶어 했는데 이러한 구성 방식이 일관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본문 중간 중간에 언급되는 주요한 참고문헌 원문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알려주거나 최소한 관련된 (경제학자) 인물의 Full name을 언급했더라면 추가적인 학습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몇 년 사이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를 읽거나 그림을 읽거나 역사를 알지 않으면 마치 CEO가 될 수 없는 것 같은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경영이라는 기업인의 본업조차도 못하면서 타 분야를 접목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비즈니스라는 것이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문학의 중요성이 다소 과장되었을지언정 허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근 학계에서 또는 산업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제기되고 있는 융합 또는 통섭에 관해 의미 있는 접근법을 제시해준다. --합을 통해서 새로운 개념을 도출하는데 까지는 부족했지만, 적어도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사례를 접목하여 경제학이라는 분야를 넓히고자 하는 시도에서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 미디어 경제학이라는 이름 하에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 간 적이 있다. 소위 언론학자라 불리우는 주요 대학 교수님들이 모여 앉아서 경제학 전공한 사람들이 미디어에 대해서 뭘 안다고 미디어 경제학을 연구하나라는게 그 학회의 핵심 화두 중 하나였다. 그 분들께 여쭙고 싶었다. 본인들은 경제학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기에 미디어 경제학을 연구하십니까 라고. 융합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분야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른 분야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융합의 처음이자 끝이 아닐까 싶다. 이미 출판계에는 이러한 시도의 책이 종종 나오고 있는데, 다양한 주제를 담은 시리즈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크리스 앤더슨이 쓴 <Longtail>은 블로그를 통해 저자가 화두를 던지고 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계속 사례를 발굴하고 살을 붙여 나가 책이라는 형태로 나올 수 있었다. 비단 <Longtail>뿐이 아니라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여러 서적들이 이런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 내에서, 적극적인 웹 참여 문화가 아직 발전기에 놓인 상태에서 이런 식의 출간은 지나친 욕심일까?  
이 책에서 제시된 모든 개념들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들 + 누락된 개념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선정해서 <네티즌의 경제학 서재(가제)>와 같은 책을 만들면 어떨까? 영화를 주제로만 해도 무수히 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있을텐데. ‘Dark Knight’에서의  게임 이론, ‘철의 여인에서 드러난 영국의 경제위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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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까지 마치고 막 27살에 접어든 1월의 둘째 날. 넥타이를 메고 긴장된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하는 나에게 ‘첫 출근하는 아들에게’라는 편지를 전해줄 수 있는 아버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나의 친아버지께서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정히 살아 계시고 진작에 은퇴하셨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정히 사회활동을 하고 계신다. 다만, 직장인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활동해오셨기에, '샐러리맨'으로서의 첫 출발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아버지가  아쉬웠을 뿐이다.
 

 
저자인 이정석 씨는 IBM에서만 27년 근무한 화이트 칼라 중의 화이트 칼라로서, 그리고 두 아이를 가진 아버지이다. 그는 본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당신의 자식들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조직의 일원으로서, 하나의 직장인으로서, 어떻게 처신하고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연히 가지게 된 이 책을 접하면서, 표지에 적힌 ‘누구나 꿈꾸며 시작하지만 사회는 현실이다라는 부제가 마음에 탁 와닿는 동시에 그렇고 그런 꼰대의 또 하나의 자기 자랑식 나열이자 회고록 아닌 회고록이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힘드니까 청춘이다’라고 위로해 주는 책도 부지기수고, ‘네가 아픈건 (나보다) 못나서 그런 거다’라며 나르시즘에 빠진 책도 많기 때문에 이 책 역시 두 갈래 길에서 위태롭게 저울질하는 책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진솔함과 때로는 냉엄하지만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한 장을 읽으면서 그 다음 장을 기대하는 마음은 1Q84 이후 오랜만에 가진 느낌이었다. 분명 책을 읽으면서 불편한 감정도 없진 않았다. 하긴 왜 안 그러겠는가. 27년간 한 조직에 몸 담으면서 0.6%의 확률을 뚫고 수 많은 동기, 후배, 선배보다 성공했으며, 그게 또 화석 같은 국내 대기업 임원이 아니라 글로벌 최고 기업 중 하나에서 뿌리를 내린 사람이기에. “말이 필요 없다. 무조건 일찍 일어나라”라는 훈계 아닌 훈계는 마치 군대에서나 들어 봄직한 표현이며, 자기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까 너도 이렇게 따라야만 한다라는 주장은 오늘 날 많은 이들이 경계해 마지않는, 우리 시대 가장 성공한 샐러리맨중의 하나이자 최고 권력자가 주장하는 그것이 아니던가.

최근 미국의 한 IB 뱅커가 음식점 영수증 Tip란에 ‘get a real job’이라고 적어놓고 단 1%의 금액 (보통 식대의 15~20%가 기준) 하여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저자가 젊은 이들에게 주는 tip이 정말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좋은 tip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겪어온 경계 내에서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기도 때문이 이런 책은 위험하다. 본인의 성공 공식을 후대가 그대로 따라온다면 그들도 성공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공식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곧 자기가 예상하는 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컨트롤하기 쉽기 때문 일수도 있을 것이다.
 
보편적인 성공 법칙이야 물론 존재하지만 그 길을 벗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루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임원이 되는 것이 모든 화이트칼라의 최종 목표가 될 수도 없고, 더군다나 신입사원이 임원 달기가 0.6%의 가능성에 불과하다면, 기업 특히 대기업이라는 둥지를 벗어나서 성공할 확률도 비록 그보다 낮을지언정 Zero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도 충분한 가치 있는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책의 첫 느낌이나 저자의 약력만 보아서는,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선 대기업에 어떻게 들어갈 것이며, 어떻게 해야지 임원이 될 것이며, 그 길로 가기 위한 성공 공식이 무엇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사회 초년병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에 대해 충고해주고자 하며, 냉정하고 가혹하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마냥 사탕발림, 꿀 바른 이야기로 달래줄 수 있을 만큼 현실은 녹녹한 곳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특히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냉혹함도, 배신도 존재한다고 거듭 환기 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본에 충실하고, 신뢰를 쌓고, 본인의 내공을 키워야 한다는 저자의 충고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요즘 젊은 것들…’이라는 말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나온 표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본다면, 시대를 막론하고 기성세대가 후대를 바라보는 세상은 거의 일정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항상 못 마땅한 것이다. 계속 못마땅한 다음 세대가 존재해왔다면 세상이 크게 바뀌었어야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2,000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읽혀 온 고전이 왜 존재 하겠는가? 이제 막 갓 나온 이 책을 고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인용되진 않았더라도 저자가 살아온 삶의 궤적 속에는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언급되던 철학과 고대 중국에서 내려온 철학이 어우러져 있을 것이다. 즉, 보편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자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간 관리에 관한 이야기, 소통에 관한 이야기, 자기 관리에 관한 이야기, 휴식과 일-가정의 조화에 관한 이야기, 보고와 기록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 전문성, 근성, 성실, 신뢰에 관한 이야기, …
 
간혹 까칠한 이야기들 – 항상 남을 따를 필요는 없다. 남과 지나치게 어울리지 마라. 인맥은 양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모든 이야기에 귀담지 마라.


저자의 세대와 오늘날의 세대는 다르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를 막론하고 중심을 관통하는 기본은 항상 동일하다. 비록 때로는 까칠하고 불편하고 은유나 비유 같은 문학적 표현이 하나도 없는 이 책이 불친절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저자의 말이 비록 제대로 삭힌 홍어 냄새 같을지라도 각자가 속한 영역에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냄새를 견뎌 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막 갓 직장을 구하고 큰 첫걸음을 내디디려는 사회 초년병들에게 유용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할 5년 차, 10년 차, 또는 이제 곧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준비를 할 세대들에게도 다시금 돌아보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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