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탱고경영 |
저자 형원준 | 출판사 한빛비즈 |
Do the Tango on Business Process Platform
이 책은, SNS로 대표되는 초 연결 사회에서 기업 경영이 어떻게 변모해가고 있으며, 이런 환경 속에서 생존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성공 기업이 되기 위해 대처해야 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고객과 밀고 당기며 함께 춤추는 TANGO 탱고라는 춤에 비유해서 탱고 경영을 화두이자 책의 제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탱고 경영의 기본 컨셉과 함께 세 가지 요소를 각각의 장으로 구성해서 총 4개의 장으로 보기 좋게 나뉘어 있다.
첫째, 고객과 밀착하는, 리얼타임 동기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 조차도 실시간으로 처리해서 조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병목 현상을 푸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또한 SNS 등을 통해 소비자를 포함한 각종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케 되면서 대량 생산, 일방 생산에서 벗어나 그때 그때 수요에 실시간으로 맞출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둘째, 파트너와 협업이 되는 (글로벌 표준) 플랫폼 화
플랫폼이 플랫폼으로 가능케 하는 것은 표준화와 모듈화라는 두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표준화를 통해서 어느 누구라도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잘게 쪼갠 모듈화를 통해서 큰 부담 갖지 않고 작은 부분이라도 플랫폼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플랫폼의 거래 비용에 관한 점이다. 경제학자 Robert H. Coase 는 거래 비용 Transaction Cost 라는 개념을 소개하여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을 단순히 소개하면 Make or Buy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덜 비용이 드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솔루션 업체인 SAP Korea의 대표인 저자는, 어설프게 직접 개발하거나 저가 솔루션을 쓰지 말고 글로벌 표준 플랫폼인 SAP을 쓰라면서 드러나지 않게 - 그러나 노골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즉 SAP 솔루션을 ‘BUY’하는 것이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게 이 책의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셋째, 파트너와 정량적, 정성적, 감성적으로 하나가 되는 감성 소통
마켓 3.0 시대에 소비자의 감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단지 기업 경영을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감동을 주고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저탄소 배출이라던지 사회적 책임과 같은 패러다임이 새로운 시대의 경영 철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에 걸쳐 복잡한 영어 약어가 난무하고 있고, 글로벌 경쟁 환경의 묘사가 정신 없이 녹아 있어서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탱고 경영은 쉬운 듯하면서도 경영계의 복잡한 개념이 담겨 있는 경영 철학이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탱고 경영의 좋은 예는 바로 당신 손에 이미 들려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쓴다는 스마트폰은 동일한 스펙의 하드웨어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 깔려있는 앱(App)의 가지 수를 고려하면 대한민국에 동일한 스마트폰은 단 한대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Mass Customization) 방식이 바로 탱고 경영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경영 환경은 – 필립 코틀러라는 경영학의 대가가 지칭했던 아니건 – 3.0 시대에 돌입했고 좋든 싫든 거의 모든 기업은 초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생존해나가야만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되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노키아, 모토로라, 닌텐도, 코닥이 이미 문을 닫았거나 닫기 일보직전에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보다 훨씬 영세한 기업은 앞으로 10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저자가 주창하는 탱고 경영의 3 요소 – 리얼타임, 플랫폼, 감성 소통의 원칙을 잘 따른다면 오늘 창업한 회사가 10년 뒤 아니 5년 뒤에 글로벌 1위 기업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은 바로 그런 ‘인생 역전’을 가능케 하는 3.0 경영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S.
1.
추천사를 쓴 싸이월드 창업자 형용준 씨는 지은이 형원준 씨의 친 동생이다. 대한민국 IT 업계에서의 용감한 형제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가족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겠지만, 친동생이 추천사를 써 준 것은 뭔가 어색한 게 사실이다.
2.
책의 전반에 걸쳐 ERP 분야에서 사용되는 수 많은 약어가 등장한다. 일부 처음 들어보는 약어는 영어 풀이를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제법 있었다. 책의 말미에 Glossary 를 통해 풀이를 해줬으면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3.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네 슈퍼마켓이나 식당에서 메뉴를 두 배로 늘리면 재고는 네 배, 다섯 배로 늘어나는 것”(P.199) 처럼 이 책의 약점 중 하나는 사례를 여러 번 들면서 책의 분량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져 버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정 경기 타수에 대한 비유, 캐터필러 사의 센서 부착 사례 등 뿐 아니라 SAP이 인수했다는 석세스 팩터 소개와 함께 HANA 솔루션의 (자랑)소개 등 동일 사례를 굳이 여러 번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또한 탱고 경영의 3대 요소가 서로 혼재되어 등장하면서도 불필요한 분량이 늘어난 부분도 감안하면, 실제 책의 내용은 2/3 정도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4.
저자의 궁극적인 희망 중 하나는, 완벽한 정보화를 통해서 ‘네트워크끼리의 정보가 통합되는 것은 인류가 하나 되는 방향으로의 진화’라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지향점은 ‘포기할 수 없는 물질 문명 속에서 인본적인 균형’을 찾는 ‘홍익인간형 기업/CEO’라고 결론 짓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결론은 지나친 비약이면서 그야말로 뜬금 없는 결론이 아닌가 싶다.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던 것일까? 굳이 그렇게 맺지 않고 탱고 경영의 컨셉과 요소, 지향점만으로도 뜻하는 바가 충분할 것 같은데…다소 무리수를 던지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사족이자 궁금증.
지은이는 파트너와의 협업과 감성 소통이 중요하다는 탱고 춤을 직접 즐기고 이 책을 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