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까지 마치고 막 27살에 접어든 1월의 둘째 날. 넥타이를 메고 긴장된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하는 나에게 ‘첫 출근하는 아들에게’라는 편지를 전해줄 수 있는 아버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나의 친아버지께서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정히 살아 계시고 진작에 은퇴하셨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정히 사회활동을 하고 계신다. 다만, 직장인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활동해오셨기에, '샐러리맨'으로서의 첫 출발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아버지가 아쉬웠을 뿐이다.
저자인 이정석 씨는 IBM에서만 27년 근무한 화이트 칼라 중의 화이트 칼라로서, 그리고 두 아이를 가진 아버지이다. 그는 본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당신의 자식들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조직의 일원으로서, 하나의 직장인으로서, 어떻게 처신하고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연히 가지게 된 이 책을 접하면서, 표지에 적힌 ‘누구나 꿈꾸며 시작하지만 사회는 현실이다’라는 부제가 마음에 탁 와닿는 동시에 그렇고 그런 꼰대의 또 하나의 자기 자랑식 나열이자 회고록 아닌 회고록이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힘드니까 청춘이다’라고 위로해 주는 책도 부지기수고, ‘네가 아픈건 (나보다) 못나서 그런 거다’라며 나르시즘에 빠진 책도 많기 때문에 이 책 역시 두 갈래 길에서 위태롭게 저울질하는 책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진솔함과 때로는 냉엄하지만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한 장을 읽으면서 그 다음 장을 기대하는 마음은 1Q84 이후 오랜만에 가진 느낌이었다. 분명 책을 읽으면서 불편한 감정도 없진 않았다. 하긴 왜 안 그러겠는가. 27년간 한 조직에 몸 담으면서 0.6%의 확률을 뚫고 수 많은 동기, 후배, 선배보다 성공했으며, 그게 또 화석 같은 국내 대기업 임원이 아니라 글로벌 최고 기업 중 하나에서 뿌리를 내린 사람이기에. “말이 필요 없다. 무조건 일찍 일어나라”라는 훈계 아닌 훈계는 마치 군대에서나 들어 봄직한 표현이며, 자기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까 너도 이렇게 따라야만 한다라는 주장은 오늘 날 많은 이들이 경계해 마지않는, 우리 시대 가장 성공한 샐러리맨중의 하나이자 최고 권력자가 주장하는 그것이 아니던가.
최근 미국의 한 IB 뱅커가 음식점 영수증 Tip란에 ‘get a real job’이라고 적어놓고 단 1%의 금액 (보통 식대의 15~20%가 기준) 하여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저자가 젊은 이들에게 주는 tip이 정말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좋은 tip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겪어온 경계 내에서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기도 때문이 이런 책은 위험하다. 본인의 성공 공식을 후대가 그대로 따라온다면 그들도 성공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공식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곧 자기가 예상하는 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컨트롤하기 쉽기 때문 일수도 있을 것이다.
보편적인 성공 법칙이야 물론 존재하지만 그 길을 벗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루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임원이 되는 것이 모든 화이트칼라의 최종 목표가 될 수도 없고, 더군다나 신입사원이 임원 달기가 0.6%의 가능성에 불과하다면, 기업 특히 대기업이라는 둥지를 벗어나서 성공할 확률도 비록 그보다 낮을지언정 Zero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도 충분한 가치 있는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책의 첫 느낌이나 저자의 약력만 보아서는,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선 대기업에 어떻게 들어갈 것이며, 어떻게 해야지 임원이 될 것이며, 그 길로 가기 위한 성공 공식이 무엇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사회 초년병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에 대해 충고해주고자 하며, 냉정하고 가혹하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책의 첫 느낌이나 저자의 약력만 보아서는,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선 대기업에 어떻게 들어갈 것이며, 어떻게 해야지 임원이 될 것이며, 그 길로 가기 위한 성공 공식이 무엇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사회 초년병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에 대해 충고해주고자 하며, 냉정하고 가혹하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마냥 사탕발림, 꿀 바른 이야기로 달래줄 수 있을 만큼 현실은 녹녹한 곳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특히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냉혹함도, 배신도 존재한다고 거듭 환기 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본에 충실하고, 신뢰를 쌓고, 본인의 내공을 키워야 한다는 저자의 충고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요즘 젊은 것들…’이라는 말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나온 표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본다면, 시대를 막론하고 기성세대가 후대를 바라보는 세상은 거의 일정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항상 못 마땅한 것이다. 계속 못마땅한 다음 세대가 존재해왔다면 세상이 크게 바뀌었어야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2,000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읽혀 온 고전이 왜 존재 하겠는가? 이제 막 갓 나온 이 책을 고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인용되진 않았더라도 저자가 살아온 삶의 궤적 속에는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언급되던 철학과 고대 중국에서 내려온 철학이 어우러져 있을 것이다. 즉, 보편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자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간 관리에 관한 이야기, 소통에 관한 이야기, 자기 관리에 관한 이야기, 휴식과 일-가정의 조화에 관한 이야기, 보고와 기록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 전문성, 근성, 성실, 신뢰에 관한 이야기, …
간혹 까칠한 이야기들 – 항상 남을 따를 필요는 없다. 남과 지나치게 어울리지 마라. 인맥은 양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모든 이야기에 귀담지 마라.
저자의 세대와 오늘날의 세대는 다르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를 막론하고 중심을 관통하는 기본은 항상 동일하다. 비록 때로는 까칠하고 불편하고 은유나 비유 같은 문학적 표현이 하나도 없는 이 책이 불친절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저자의 말이 비록 제대로 삭힌 홍어 냄새 같을지라도 각자가 속한 영역에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냄새를 견뎌 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막 갓 직장을 구하고 큰 첫걸음을 내디디려는 사회 초년병들에게 유용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할 5년 차, 10년 차, 또는 이제 곧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준비를 할 세대들에게도 다시금 돌아보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