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뱀파이어

저자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출판사
북로드 | 2012-09-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11년 처음 소개되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속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뱀파이어라는 괴물이 대중문화계를 떠돌고 있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물론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었지만, 미국에선 더 신기했던게 10대 뿐 아니라 20-30대 여성도 열광했다는!!) 새 Twilight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보았고, 특히 몬스터가 당당하게 세상을 활보할 수 있는 할로윈 시즌에는 대학가 앞 서점 조차 온갖 뱀파이어 물로 도배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 현상을 볼 때마다 왜 난데 없는 뱀파이어가 이토록 인기를 끌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화성에 로켓이 착륙하고, 온갖 동물을 복제해낼 수 있는 이 시대에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대통령의 뱀파이어 The President’s Vampire’라는 소설을 보게 되었다. ‘피의 맹세’라는 작품의 후속작으로서, 기본 플롯은 제목처럼 미합중국 정부 측에는 140년 넘은 뱀파이어 요원이 미국을 지키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지 다 해낸다는 구성이다.

 

최근 뱀파이어 물이 인기라는 트렌드를 따라 흔하디 흔한

 

뱀파이어끼리 혹은 뱀파이어와 인간이 살육을 벌이는 이야기나

파릇한 뱀파이어끼리 사랑에 빠지는 달콤한

 

이야기보다는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뱀파이어인 케이드와 함께 그(것)과 대통령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인간 잭이 콤비를 이루어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를 무찔러 나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뱀머리 괴물을 만들어 낸 자들의 목표, 자의건 타의건 간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뱀머리 괴물 (특히 무서운 건 자의로 인긴아기를 포기한 자가 가장 똑똑한 리더라는 점)이 노리는 목표, 그리고 그들의 먹잇감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소비 문화에 젖어버린 수많은 일반인들. 세 집단이 각기 다른 목표를 향해 충돌하는 접점에서 “우리”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초인적 – 존재 자체가 인간을 넘어섰긴 하지만 –인 능력을 지닌 케이드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는 액션 어드벤쳐 스릴러 형식을 띄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과연 21세기에 미국이라는 국가의 존립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 국가와 산업을 지탱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끊임없이 대립존재를 만들어내야만 했던 미국이 이제는 어디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가, 권력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가다듬어지는가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시중에 널려있는 뱀파이어 물과 차별화가 되지 않나 싶다.

 

물론 액션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지만, 그보다는 음모론, 특히 미국 역사와 연관된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울릴법한 소설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사에는 음모와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 소설은 그 중에 일부를 마치 ‘페이크 다큐’ 식으로 가져옴으로써 ‘대통령의 뱀파이어’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을까?

  

미국에서는 이미 3권 Red, White, and Blood 가 출시되었다. 비록 시리즈 1권인 ‘피의 맹세 Blood Oath’를 건너뛰고 2권부터 읽게 되었지만, 앞 뒤에 각각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어쩌면 더 큰 즐거움일지도 모르겠다. 영화화도 준비되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일테고.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Posted by OIIO
,

 


마키아벨리의 인생지략

저자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출판사
더난출판사 | 2012-09-0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인생의 전환점에 선 당신, 지금 당장 마키아벨리를 만나라!군주론...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한 때 독설하는 언니, 독설하는 방송인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무슨 심리였을까? 좋은 소리만 듣고, 격려와 북돋음만 듣고 살아도 때론 견디기 힘든 게 인생인데 말이다. 독설에는 때로는 듣는 이로 하여금 더 힘이 빠지게 하거나, 분노케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설을 내뱉는 사람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솔직하게, 치장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했고 그 말들이 사실 듣는 이에게 더 도움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독설은 쉽지 않다.

가령 패배감에 쌓여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패배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마라! 네가 약했기 때문이니까

 

라고 패자에게 감히 누가 내뱉을 수 있을까? 그것보다는 너무 자책하지마, 운이 없어서 그랬을 뿐이야. 다음엔 잘 할거야.’ 내지는 너는 최선을 다했어. 다만 심판이 오심을 저질렀을 뿐이야식으로 패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훨씬 보편적일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현실을 직시하고, 패자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달콤한 사탕발림보다는 냉혹한 충고가 더 소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 마키아벨리의 인생지략은 역사상 손 꼽히는 독설가 중 한 명인 마키아벨리 Machiavelli가 현대인들에게, 특히 비즈니스맨들에게 하는 독한 충고를 재해석한 책이다. 마키아벨리의 대표저서인 군주론을 이미 읽어 보았든, 읽지 않았던 간에 이 책은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상사, 선배, 후배 등 사이에 끼여 있는 거의 모든 비즈니스맨들에게 일종의 현실적인 처세술로 도움이 되는 충고가 가득 담겨 있다.

  

 

 

 

사실 책을 읽지 않아도, 목차만 보더라도 마키아벨리가 어떤 충고를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몇 가지를 추려보자면, 아래와 같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단지 마키아벨리의 충고를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인 나이토 요시히토 씨는 일본의 심리학자로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하나 하나의 절마다 마키아벨리의 충고를(원문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충고가 어떻게 현실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지를 다양한 심리학 실험, 설문 결과를 인용하면서 소개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충고와 현대 심리학에서의 근거를 통해서 저자는 어설픈 위로보다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독설을 해주고 있다. 다만 마키아벨리와 이 책의 차이가 있다면, ‘군주론이 군주가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는 비단 군주로서가 아니라 냉혹한 군주를 섬기는 영리한 백성의 입장도 같이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상사로서 뿐만 아니라 부하로서 살아남는 효과적인 방법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일본 원서에서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풍부하게 소개된 학술 레퍼런스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심리학 논문은 비단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서 뿐만 아니라 그 자체를 좋은 예시로 활용할 수도 있을 텐데 제대로 된 인용이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고 해야겠다.

   

<목차 일부 발췌>

1장 지배하지 않으면 지배당한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살아가는 힘이다|나쁜 사람이 대접받는다 |상사의 말을 흘려들어라|나쁜 마음을 억압하지 마라|친절은 미덕이 아니다

 

2장 승리하기 위한 수단을 선택하라

편파적인 인간관계를 추구하라|사람을 쉽게 믿지 마라|주변의 질투를 경계하라

 

3장 권모술수도 전략이다

결단력이 없어도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절대 기록을 남기지 마라|모든 것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쓸데없는 참견이나 충고를 삼가라

 

4장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복수를 꿈꿀 수 없을 만큼 철저히 짓밟아라|인간의 타산성을 이용하라|의외의 보상을 하라|벌은 단숨에 상은 조금씩 천천히 베풀어라

 

5장 사자처럼 추진하고 여우처럼 성공하라

부모의 후광을 최대한 이용하라|세상 사람들의 상식적인 의견을 경계하라|값싼 충고에 흔들리지 마라|본심을 숨기고 위장하라|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가까이 하라

 

6장 난세야말로 찬스다

행운의 여신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다른 사람의 능력을 이용하라|자신에게 야박한 사람이 되라|모든 것은 결과로 평가받는다|비정한 사람이 성공한다

 

 이제 와서 밝히는 바이지만, 마키아벨리의 저서는 단 한 줄도 읽어본 적이 없다. ‘군주론 Wish List에 들어온 지도 10년이 넘은 듯하나 이런저런 이유로 읽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비록, 이렇게 간접적이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마키아벨리에 대해서 알 게 되었고, 이 난세를 헤치고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Posted by OIIO
,

 


위험한 정치경제학

저자
박훈탁 지음
출판사
더난출판사 | 2012-08-2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경제위기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꼼수의 비밀!『위험한 정치경제학』...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돌아보라 1997.

 

돌이켜 보던데, 1997년은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해였다. ‘동렬이도 없던 해태 타이거즈 왕조가 마지막 우승을 한 해였으며, 풋풋한 사랑의 열병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해였으며, 동시에 수능문제집에서 헤어나지 못한 10대의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7년은 적어도 당시를 기억하는 대한민국 모든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해였다. 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 라는, 이름도 생소하고 물리적인 실체도 불명확한 단체가 한국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IMF의 관리를 겪게 된 이유가 소위 말하는 전염이론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당시 동남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마치 태풍마냥 한반도에 상륙해서 초토화시켰기 때문에 한국이 그런 수모를 겪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당시 동남아를 들었다 놨다 했던 Hot Money는 오히려 한국으로 들어와서 97년 가을 대한민국은 적어도 재정적으로는 오히려 안정상태에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된 목표이자 일관된 주장은, 1997년 말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트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치와 경제가 음험한 관계로 맺어져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일반 대중들이 정치인들의 보편적인 특성에 속지 않고 현명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 때 이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다 또는 이 모든 게 청계천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본인의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전자를 택할지 후자를 택할지는 다르겠지만, 사회가 이 모양인 것이, 내 은행잔고가 이 수준인 것은모든 것이 다 대통령 OOO 때문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이와 유사하다. “IMF가 발생한 것은 1997 11월에 발생한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의 금융개혁법안 거부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또한 정치인들의 포풀리즘적 성향과 단기 성과집착주의는 비단 대한민국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의 목숨은 미국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기 때문에, 결국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FRB의 의사결정은, 정치적으로 절대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은 경험적/실증적 분석과 동시에 이론적 배경을 통해 금융위기가 발생한 인과적 과정 Causal Process’를 설명하는 탄탄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Bruce G. Carruthers의 비교경제사회학 논문에서 단서를 포착하여, 4단계의 논리적 매커니즘을 통해 금융시장은 정치적 안정성과 연계되어야만 성립 가능하다는 주장에는 어떠한 반박도 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저자 주장의 핵심은 역사적 제도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탄탄한 이론적 근거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전반적으로 다소 불편하다. 너무 단정적인 어투 때문이다. 예를 들어

또다시 글로벌증시 대폭락과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그 시기가 에셋자산운용 강방천 회장이 일본의 국가부도가 날 것으로 예측한 2017년이 아니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P.211)”

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이 맞다는 보장도 어디에도 없다.

 

저자의 이러한 강한  그리고 삐딱한 - 시선은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과 미래에 닥칠 잠재적 위기를 다른 이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남과 다르게) 꿰뚤어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소위 반골기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은 다수보다 똑똑한 소수라는 의견 다양성의 관점에서 깊게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 이런 사고방식(이런 저서)에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쉽게 비판할 수 있지만, 그 비판의 주체가 되는 자기 자신만큼은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책의 많은 부분이 역사적 제도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렇게 지나치게 특정 이론에 집착하고 마치 만능열쇠와 같이 활용할 경우에는 오히려 자그마한 반론에 의해서도 전체 주장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내외의 학술적 논거를 비롯하여 다양한 참고문헌을 자랑하고 있지만, 후반부의 글로벌 경제에 대해 진단하는 부분에 이르게 되면 마치 Economist지와 Wall Street Journal의 요약본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물론 근거 없는 예측과 단정은 위험하다. 그러나 특정 소스에만 의존하는 주장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저자 박훈탁 씨는 과거를 돌이켜 살펴보고 일정한 흐름을 찾아내어 논리를 구성하는 능력은 탁월하나, 아쉽게도 미래를 내다보는 독립적인 시야는 아직까지는 찾아내지 못한 것 같다.

 

 

방대한 결론의 끝은, 중산층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주식투자만이 살 길이라는 결론을 접하게 되면 힘이 쭉 빠지고 만다. 국내외의 정치경제적인 그릇된 구조에 대한 진단과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서였을까? 혹은 어찌되었건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달해야만 한다는 강박증 때문이었을까?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다.

     특히, 선물 투자는 절대로 하지 말되 선물 시장의 흐름을 읽은 다음에 초우량주와 ETF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하나는, 토지 구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주요 지역의 땅값은 비싸니까 지방 농지를 구입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직접 농사를 짓기 위한 지리적, 시간적 여유 확보를 위해서는 가능하면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라고 한다.

 

 

두 주장이 참신하면서도 실행 가능하게, 그럴듯하게 들리는지....?

 

 

<위험한 정치경제학>은 앞으로도 시리즈로 출간할 계획인 것 같다. 정치인들의 본질적인 음흉한 속성을 밝혀내고 비판하는 것은,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메이저언론부터 블로거까지 모두가 갖춰야 할 중요한 태도이다. 다만, 부디 다음번 위험한 정치경제학 2.0’에서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비전까지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Posted by OIIO
,

책꽂이를 정리하다, 지나간 나의 20대에 큰 힘이 되어 주었던 영양제와 같은 책을 '발굴'했다.

제목은 불순하기 짝이 없다. 까페에 들고 가서 읽다가...뭔가 민망한 마음에 표지를 가리고 읽은 적도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건, 1996년에 예문 출판사에 나온 건데

판권이 바뀐 건지... 요즘은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오는 것 같다.


 

비록 제목은 불순하지만, 이 책은 22살에 일본 최고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한 무라카미 류가 본인의 학창 시절인 1969년을 배경으로 하는 자전적 성장 소설이다. 일본의 전공투에서부터 비틀즈, 롤링스톤즈, 제니스 조플린, 히피 문화가 배경이 되어 요즘 말로 '잘나가고 Cool해지고 싶은' 소년의 이야기랄까?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부천국제빤타스띡 영화제에서 감상하기도 했다.




제목은 불순하기 짝이 없다. 까페에 들고 가서 읽다가...뭔가 민망한 마음에 표지를 가리고 읽은 적도 있었다.


선생, 형사, 동네 불량배와 같은 권력층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진 남자 고등학생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짝사랑하는 아리따운 여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온갖 꾀를 지어내고 시시하기 짝이 없는 동네에 페스티벌이라는 문화를 가져오는 선구자이다. 더 나아가 단지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라는 현수막을 학교 외벽에 설치하고 119일 동안 근신을 먹은 문제아 이기도 하다.


오직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재미 있어서'라는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읽는 이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없이 유쾌함에 가까운 성장기'라고 해야할까?


나는 이 책을 20살에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만약 고3때 처음 읽었더라면 내 인생이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가끔 해본다.

학교를 점거하고, 교장실에 X 테러를 저지르는....일 까지는 못했겠지만,

하여튼 더 재미 있는 10대를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대에 접어들어서 이 책을 읽은 게 다행스럽기도 하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지나간 버린 시간을 붙잡고 후회하기 보다는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어찌되었든 학창 시절에 근신, 정학을 안 받게 해주었다는 장점도 있고....)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던 것과 비슷한 20대 초 중반의 젊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힘든 10대 학창시절을 견디고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왔지만....

세상은 마음 먹은 대로 잘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더욱 힘들어만 가는 시기의 그들에게

비록 돌아갈 수 없는 10대 시절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위안을 받고,

동시에 과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권하는 바이다.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주인공이 옥상을 바리케이트 점거하고 아래로 내건 현수막의 문구다.

권력에 저항하고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센 권력을 갖는 게 아니라 

(그들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상상력을 가지는 길이다.

즉, (기성세대 등 기득권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 그들을 이기는 길인 것이다.


예전에 장기하와 얼굴의 노래 중에 '별일 없이 산다'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었다.

그 노래야 말로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였던 것이... 69의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네가 깜짝 놀랄만한 애기를 들려주마 /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 뭐 별다른 걱정 없다 / 나는 별일 없이 산다


... 그런데 사실 이 책은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하다는 느낌이 어디 20대에만 오는가?

30대 애정 푸어도, 40대 에듀 푸어도, 50대 하우스 푸어도 다 마찬가지로 힘들다. 나이들면서 내색을 안할 뿐이지.

그럴 때 아무 생각 없이 즐겁고 유쾌하게, 마치 한편의 코메디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삶에 지치고 보이지 않는 권력에 압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의 당신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힘이 주어질 것이다. 상/상/력.


 

Posted by OIIO
,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

저자
박유연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2-08-06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복잡한 세계 경제를 꿰뚫는 경제 입문서!『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
가격비교

 

명색이 상경계열을 졸업하였지만, 경제학은 공통필수에 해당하는 과목들만 듣고 남은 학창 시절 내내 외면했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간에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은 내게 전혀 매력적이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였다. 그렇지만, 사회에 나와 이런 저런 일을 하고 공부를 하다 보니 단지 학문으로서가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동작 원리로서의 경제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왔고 마치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듯 학창 시절의 무관심이 아쉽게 느껴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매일 아침 신문을 펴기만 해도 도대체 미국의 금리 인하 소식이 한국 증시에 왜 영향을 주는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의 작은 변화가 중남미 국가의 경제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직관의 수준이 아니라 그러니까 말이지…’하면서 명상 아닌 명상에 접어들게 만드는 것은 나름 凡 전공인으로서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곤 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빛비즈에서 출간된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의 기획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한빛비즈에서 기존에 나왔던 .. 시리즈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세계경제를 다룬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은, 더 이상 신문의 경제 섹션을 읽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도 된다는 반가운 이야기나 나름 없었다.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인 저자 박유연 씨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뉴스를 보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그저 피상적으로 소식을 접하고 단편적으로 판단할 뿐이다.[]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다. 국제 경제 뉴스가 우리 경제에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고, 결국 내 일과 재산이 어떻게 될지 전망하는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라고. 유레카!

 

책의 구성은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흐름을 따라 읽다 보니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내용도 분량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이 손에 들어온 그날 한번에 다 읽어버렸다.

1장에서는 세계 경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논한다. ‘세계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속해 있는영역임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 개개인에게도 세계 경제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를 논하기에 앞서 2장에서는 기본 원리에 대해서 어렵지만 쉽게 이야기해준다. 3장에서는 1장과 2장에서 논한 내용을 바탕으로, 2012년 현재 세계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주요 경제 블록으로 나눠서 미국, 유럽,아시아, 중국 등 으로 설명하면서 요동치는 흐름 속에서의 판도 변화와 함께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 4장에서는, So what? 을 말한다. ‘세계 경제가 어떤 원리에 따라서 어떻게 움직이고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겠는데그래서 그게 나와 무슨 관계야?’ 라는 의문에 대해 우리의 약점과 리스크, 그리고 대응방안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구성 자체가 탄탄하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이러한 구성을 따라가다보면 세계 경제가 내 은행 잔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어려운 개념이나 흥미로운 사례는 각각 별도의 박스처리를 해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종종 컬러풀한 그래프를 통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화폐의 상대적 가치와 환율의 관계 그래프(P.102)>

 


경제의 세계화, 세계의 경제화는 불가피한 변화이다.


특히나 인터넷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초연결(Hyper-connected) 시대에서는 더더욱 흐름이 빨라지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Occupy 운동처럼 경제의 비대화, 탐욕화에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하고 그에 대해서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의 세계화를 금지하거나 막기에는 세계 경제는 이미 저절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되어 버렸다. 원하건 원치 않건 그 흐름에 대해 어떻게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깨닫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는 가까이 두고 살펴 볼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Posted by OIIO
,

반짝반짝 추억전당포 / 요시노 마리코 / 북로드

 

역무원 이모카와 미쓰루조차 한번도 전당포 간판을 직접 본 적이 없는데, 열한 살 난 아들인 야마토는 마치 실제로 본 적이라도 있는 듯한 말투로 전당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전당포에 가본 적은 없다. 아주 어릴 적 동네에 전당포가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지만, 전당포에 대한 추억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물론 전당포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었기에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참 유치한 제목이다. 아이들이 전당포에 추억을 맡기는 뻔한 감상에 젖는 이야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페이지 넘기다보니 이 ㅊㅜㅇㅓㄱ 전당포가 재미를 담보로 나의 시간을 빼앗아 가버렸다.

 

소설은 리카와 하루토라는 각기 다른 인물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7년에 걸쳐 이야기하면서, 두 사람이 추억을 맡아주는 마법사를 중심으로 교차하는 지점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머니에 대한 싫은 기억을 모조리 전당포에 맡기는 하루토와, 왕따 당하는 친구를 구해주고 호감 갖던 남자애로부터 고백 받는 리카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 등 많은 이들이 어릴 적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요시노 마리코는 너무나 생생하게 들려준다.

 

특히 리카가 쿨해서 멋있다고 생각한유키나리와 가까워지고 연인이 되고 결국에 씁쓸한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은 10대 특유의 감성과 함께 그 당시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성적 사고를 잘 섞어서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정이 식어가면서 종결 지어질 무렵에는 흔히들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라고 말한다.그 말은 지금의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다음에는 좋은 사람 만나렴이라는 마지막 배려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너를 이렇게까지 위하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주렴이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은 쉽게 부인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님이 남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잊혀진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유키나리의 매정함에 질린 리카가 생전 처음으로 전당포에 가서 그와의 즐거웠던 추억을 모두 지워버리겠다고 했을 때 유키나리는 사실상 애정 전쟁의 가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뻔뻔하면서 험악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치 짐 캐리 주연의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에서 헤어진 연인이 서로의 기억을 화풀이하듯 지워버리는 것처럼.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진정한 상대를 찾는 법은 추억이 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이라고 했던 마법사의 말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연인이 나의 영원한 현재진행형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학창 시절 만나던 친구에게 우리 오래 오래 사랑하자라는 말을 종종 했었다. 어느 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영원히 사랑하자라고 말하지 않는 거야? 라고. 오래 오래 사랑하는 것과 영원히 사랑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거니까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냥 그녀와의 하루 하루에만 충실하고 싶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녀는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

 

 추억은 이런 것이다. 사람에 대한 추억, 장소에 대한 추억, 사건에 대한 추억....모두가 

 “추억 같으 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도 특별히 문제될 일은 없으니까.”(P.20)이라지만,

좋았던 것이든 나빴던 것이든 간에 그것이 있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지금의 나를 존재케 하는 것이 바로 추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어릴 때 추억은 어느 바닷속에 잠겨 있을까? 혹은 매일마다 지나다니는 출퇴근 길의 어느 돌멩이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절대 알아볼 수 없겠지만.

 

하루하루 각박하게 살아가는 어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본인도 모르고 있었던 자신의 그림자를 한번쯤 뒤돌아보고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Posted by OIIO
,



 얼마 전 국내의 한 락 페스티벌에서 라디오헤드가 공연을 해서 큰 화제가 되었다그만큼 그들을 열렬히 바라는 팬들이 지구 반대편에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 라디오 헤드로 철학하기는 라디오헤드를 대중문화 아이콘 뿐이 아닌철학적인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는 위험하면서도 담대하고 발칙한 시도의 책이다. 16명이 공동 저술했다고 해서일종의 오타쿠’ 팬덤 현상이 아닐까 싶었으나… 이거 웬걸저자 하나하나가 철학문학음악적 내공을 지닌 사람들이다.

 



음악가는 철학자이며, 철학자는 록커이다.

 

지금은 트위터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그러나 한 때는 대한민국을 주름 잡았던 서강대 철학과 출신의 한 중년 락커가 오래 전에 말한 적이 있다.

“비트겐슈타인(영국의 철학자)을 읽고 ‘이 사람은 로커다’ 하고 생각했어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사적 위상이 어떻고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전공의 락커가 철학자는 락커다라고 말했다면, 그와 반대로 락커는 철학자다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비록 논리적으로 반드시 성립하는 문장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라디오헤드는 철학자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이 책은 흥미로운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비틀즈와 핑크 플로이드를 끼워 넣은 채 대중음악의 철학적 위상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기본 밑밥을 깔고 있다. 그리고 2장에선 본색을 드러내서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청중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가를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에서부터 영화 매트리스를 통해 널리 알려진 시뮬라르크에 걸쳐 설명한다. 3장에선 외부로 시선을 넓혀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 환경보호와 음악산업 혁신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4장은 마치 2장과 3장의 정--합이라도 되는 것처럼, 라디오헤드의 음악적 사상이 외부 환경인 현실 정치 현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고 이를 어떻게 비판하는지를 논한다. 마지막 5장은 탈 해체를 특징으로 삼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와 라디오헤드가 얼마나 잘 부합하는가를 고찰한다.

  

책을 읽기 전 내가 라디오헤드에 대해서 아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 수많은 청춘의 가슴에 불을 지른 ‘Creep’이라는 노래. 사실 라디오헤드를 안지는 오래되었고 주변에 많은 광 팬이 있었지만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우울하면서도 불쾌하게 만드는 라디오헤드를 듣는 이유는 동정심과 두려움이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겠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싫어했던 것이다. ‘왜 이렇게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음악을 들어야 하나?’ 그래서 책 전반에 걸쳐 논하는 라디오헤드 음악의 철학적 의미에 대해서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이 내게 흥미로웠던 것은 내가 유일하게 라디오헤드에 관해서 알고 있는 두 번째 사실 때문이었다. 3장에서 음반사라는 중간 매개체가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어떻게 음악(혹은 문화)산업의 중심에 자리잡고 음악가와 소비자 양측으로부터 폭리를 취해 왔으며, 라디오헤드가 이를 어떻게 때려 부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 2007년 음반 산업을 뒤흔든 ‘In Rainbow’ 앨범의 니 맘대로 가격을 내렴’ (Pay-what-you-want) 판매 전략이야말로 혁신을 가져온 봉기였다는 것이다. (관련된 오래된 포스팅 하나 http://eugenepark.tistory.com/144)

 

 


라디오헤드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읽어도 될까?’

 

라디오헤드를 몰라도 철학과 미학의 관점에서 대중문화 코드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임마뉴엘 칸트의 현상학적 관점에 따르자면 라디오헤드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서서히 쌓이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급진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또 누가 알겠는가? 제목의 함에 끌려 책을 잡았지만, 어느 새 틈만 나면 High and Day My iron Lung,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등을 듣고 있는 나처럼 될지?

 

물론 지산 락페까지 달려간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라디오헤드의 팬이라면 읽어 봄직한 책이 아닐까 싶다.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를 둘러싼 이면에 담긴 의미까지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지면서 부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Posted by OI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