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문학과 거리가 먼 편이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인문학이 싫다. 그건 마치 플레밍의 법칙 대신 락커인 마냥 손가락으로 peace를 그리던 시절에 가지고 있던 물리학에 대한 감정과 유사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작 학생 때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가 전부 경제학과 경영학에서 나오는 줄만 알았었는데 머리가 조금 굵어지고 사회에 나와보니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깨달음이 있다고 해서 정작 인간의 존재 이유, 사유의 방식, 심리적 동기 등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경시해왔던 인간자체에 대한 경외감이 깊고 또 깊어지면서 예전보다 더 멀어지고 더 어려워졌다는 게 사실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인문학이 싫다. 마치 존 앰브로즈 플레밍 경(Sir)을 이해하려고 들면 들수록 정작 더 싫어졌던 것처럼.

  

그런데, 정말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보르헤스를 말하고, 라깡을 말하고, 아도르노를 말하는 것인가? 이런 사람들이 떼거지로 등장하기 때문에 플레밍 경과 동급으로 취급한 것인 것이었을까?

 

 


모든 순간의 인문학

저자
한귀은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3-05-10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인문감성으로 허무한 일상의 가치를 되찾다!인문학이 빛을 발하는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여기 한 국문학 교수이자 스스로 인문학 과격주의자라고 칭하는 40아줌마가 있다. 주로 하는 일이라고는 최백호부터 장기하까지 노래를 들으며 센치한 감상에 빠지거나, <연애시대>부터 <신사의 품격>까지 드라마를 청승 맞게 본방사수하는 게 특기이다. 어디 그 뿐이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부터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에 이르기까지 책을 논하고, <러브 액츄얼리> 부터 <은교>까지 다양한 영화에 대한 을 푼다.

 

 

 

소소한 일상에 숨겨진 인문감성

 

온갖 수많은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이처럼 문어발, 백화점 식의 소재로 논하고자 하는 목적은 결국 단 한 가지 인문감성을 채우고자 함이다. 소소하게 지나가는, 돌이켜 곱씹어 봐야지만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미묘한 순간들. 그 순간 순간 속에서 나를 나답게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인문감성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자 이 책의 목표이다.

 

인문감성이란 마치 이런 순간을 뜻할 것이다. 내 애인의 스마트폰에 어떤 앱이 깔려 있는지에는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을지언정, ‘가장 최근에 재생한 노래또는 가장 많이 재생한 노래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사람에게는 결핍된 그 것말이다 

[500일의] 썸머가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의 제목을 물은 남자였다. 참으로 별것도 아닌 희한한 일로 결혼까지 한다고 생각할 줄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는 자기 애인이 읽고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를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물어보는 일은 대단한 사건인 것이다(p. 214)

 그러니, 일상에서의 사소한 의미부터 재발견하는 작업을 시작하라고 주장한다.

 

 

공주의 망상이 진실로 빛나는 때 

사랑이 사유로 반짝이는 순간

나에게서 낯선 행복을 발견하는 순간

고독이 명랑해지는 순간

상처가 이야기로 피어나는 순간

우리가 기꺼이 환대할 순간 

5개 챕터의 제목들이다. 제목을 처음 보는 순간 소녀 또는 공주스럽다…’ 내지는 낙관주의 혹은 망상주의자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저자 한귀은 교수는 솔직하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놓치지 않는다. 그것이야 말로 자기 자신을 찾는 첫번째 단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애인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없다. 거짓말을 하면 결국 자기 자신이 속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했을 경우, 내 애인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 자산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p. 87)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비록 겉으로는 잘 드러나 있지 않지만, 여성을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40대 아줌마 선배가 20대와 30대 후배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시각을 풀어서 설명해주는 느낌이랄까? 보편적 감성으로서 남성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는 반면, 일부 글에서는 약간 망설여지고 머뭇거려지는 순간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 명의 남성 독자로서는 조금 아쉽다고 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이 책의 진실된 단점 중 하나를 꼽자면, 짧은 감상과 치유는 될 수 있어도 그 울림의 소리가 내면에 오래 머물러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중문화를 통해 가볍게 풀어나가고자 했던 이 책의 장점이 동시에 단점이 되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 스쳐가는 모든 순간 속에서 새로운 감성을 느끼고 자기 자신에게 충만하고 싶다면 일독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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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철학자를 배출했고 이성과 합리성의 전통이 흐르는 나라라는 정도는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엄밀히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회사를 중심으로,

스마트 혁명의 광풍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에서 독일은 그에 반하는 反 운동도 제법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 치매>라던지, <달콤한 로그아웃> 으로 살아가던지 등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주는 폐해를 다룬 책이 독일 국적의 저자로부터 종종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난 단지 토스터를 원했을 뿐>도 그 연장선상에 놓인, ANTI-기술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어지간한 인터넷 유머보다, 댓글보다, (어처구니 없는) 네이버 뉴스보다 더 웃기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 및 작가 경력의 저자는 본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현대 기술 문명을 새까만 블랙 코미디로 재포장하고 있다.

 

 


난 단지 토스터를 원했을 뿐

저자
루츠 슈마허 지음
출판사
을유문화사 | 2013-05-2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신기술은 어떻게 우리를 늘 피곤하게 만드는가?이 세상의 모든 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기술은 매일마다 진화하고 있다.

IT 뉴스를 1개월만 보지 않아도 당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저자는 반문한다.

"왜 기계들이나 설비 기구들은 원래 있었던 그대로 단순하게 남아 있지를 못할까? 최소한 30년 전 것들만이라도 좀 그대로 있으면 안되나? 무엇이든 최신화하려는 현대의 기계 산업은 최신화의 선동자가 되어 버린 것만 같다."

 

그리고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한 답도 알고 있다. 이렇게 자꾸 신제품이 공급과잉 상태임에도 꾸준히 시장에 출시되어야

"어쨌든 경기가 돌아가고, 경제 전문 잡지나 사용 설명서를 찍어내는 출판사들도 일거리가 생기게"
되니까라고 진단하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네비게이션,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저자는 주변의 수많은 IT제품을 하나하나 다 "까고" 있다.

별로 나아진 것도 없으면서 오히려 불편해진 주제에 '첨단'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본질은 파악하지 못한 채 ''하다는 이유로  첨단 기기와 서비스에 열광하는 현대인들을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죽하면, 석기시대인이 현대인보다 나았다는 비교를 할까?

 요지는 그렇다

석기시대인은 비록 30살까지밖에 못 살았지만 하루에 12시간의 자유시간이 있었기에 10~30살까지 20년 동안 평생 8 7,600시간의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 잘난 유럽인들의 경우(미국인은 더 심할 것이며, 한국인은 더 더 심할 것이라 확신한다)

하루에 고작 한 시간의 자유 시간만이 있으며, 10~78살까지 68년간의 총 자유시간은 고작 2 4,820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석기시대인들의 시간보다 무려 3분의 1이나 줄어든 시간밖에 쓰지 못한다."라고 애통해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워 하지들 마시라.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친절한 저자는 4줄 요약으로 책을 끝맺었다.

 

·    기술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    계속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고 있고, 주변 환경들도 변하고 있다.

·    기본적으로 석기시대가 모든 면에서 훨씬 좋았다.

·    사람들은 늘 작동되지 않는 기기들 때문에 속을 끓이며 산다.

 

물론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깔깔깔 웃어가면서 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은 기꺼이 소중한 자유시간(+)을 이 책에 투자할 만 하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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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요리, 코미디, (미식)축구의 공통점은?

결론의 제목을 빌려 말하자면 베끼기를 통한 혁신이 있는 분야이다.

 

책에는 서로 상충되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두 가지 개념이 소개된다.

1.   혁신의 독점 이론: 창작자들에게 복제 권리나 라이선스를 판매할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창작자를 보호해야 혁신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주장.

2.   베끼기의 역설: 경우에 따라 오히려 베끼기가 창작 활동을 촉진하는 경우.

 

 이 책은 혁신의 독점 이론을 반박하고 오히려 베끼기의 역설을 옹호하는 여러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지적 재산권법이 모든창의적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모방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며 이를 권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베끼는길이 산업 전체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번성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두 줄로 요약하자면,

 

특정 산업에는 베끼기가 많더라.

놀랍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이 잘 일어나더라! 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서론부터 돌직구를 던진다. 상당한 흡입력을 지닌 채 관심을 끈다. 일단 서론을 읽으면서 주어진 몇 개의 질문을 곱씹어보면 책의 나머지를 안 읽고는 못 배기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주방장들은 다른 사람들이 조리법을 베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새로운 요리를 계속해서 창작할 수 있는 것일까?”


미식축구 감독들은 경쟁 팀들이 자신의 새로운 전술을 베끼고 연구할 것을 알면서도 왜 계속해서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는 것일까?”


코미디언들은 법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 베끼는 행위를 규제하며 창작 활동을 촉진할 수 있었을까?”

 같은 질문에 대한 상세한 답을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겨 책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두 명의 법대 교수가 쓴 이 책은 지적재산권 전문가답게 다양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며 검증하여, 여러 분야에서 독특하고 새로운 시각을 도출해내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서 반대되는 사례를 끊임 없이 질문하고 왜 그럴 수 있는지 WHY 질문을 던지며, 반대 사례를  궁긍적으로 반박하며 본인의 주장을 채택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상당히 단계적으로 지적(知的)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아쉽게도 각 사례에 대해서 지나치게 상세하게 설명을 하거나, 비슷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다소 지나치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다만, 분명히 이 책은 결코 쉽거나 친절한 책은 아니지만 자체를 딱딱하게만 여기거나 일반인의 삶에 동떨어진 것이라고만 여겼던 사람이라면 요리, 패션, 스포츠 등의 친숙한 분야에서의 사례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들을 팝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작가로 앤디 워홀을 들 수 있는데, 그는 마릴린 몬로, 마오쩌둥의 초상화부터 캠벨 수프 깡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브제를 가지고 작품을 표현해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특히 최근에 들어서 - 이러한 팝 아티스트들은 원작이 되는 작품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본인의 작품에 대해서는 오히려 저작권을 주장하고 법적인 보호를 요구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만약 누군가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영감을 얻은 것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면, /그녀 자신도 겸허하게 본인의 작품이 또 다른 누군가의 영감을 위한 밑거름이 될 법도 한데 정작 그런 개방과 관용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방을 통한 혁신과 창조는 당신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개방이 있다면, 혁신은 그리 먼 곳에 있는 것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조건적인 CTRL+C, CTRL+V는 물론 곤란하겠지만.




P.S. 좋든 싫든, 맞든 틀리든 창조경제가 대세다.

 

가수 싸이가, 아니 정확하게는 싸이의 젠틀맨안무가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고 지난 4 18일 박대통령이 칭찬한 적이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브...의 시건방춤 안무가에 저작권료를 지급했기 때문이란다

 과연 싸이는 창조경제적 행위를 한 것일까? 시건방춤 안무가는 적당하고 합당한 대가를 받은 것일까?


물론, 안무가 입장에서는 지나간 작품에 대한 대접을 받고 덕분에 본인도 다시 한번 조명을 받을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무계 나아가 가요계 전체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싸이의 행위가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고 칭찬받아 마땅한 것일까? 본 책에서 '저작권료'가 핵심 주제는 아니지만, 모방과 혁신의 관점에서 저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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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저자
폴 오스터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3-03-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저마다의 상실을 지닌 젊은이들의 이야기!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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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인공 마일스 헬러는 정작 인생의 1/4을 도망자 인생으로 살아왔다.

그늘진 삶 속에서 나와 7년 전 본인이 스스로 등졌던 뉴욕의 선셋파크로 유배의 발걸음을 향한다. 선셋파크에서 그를 기다린 것은 쓸쓸하고 우울함뿐 이다. 이 곳의 네 젊은이들은 희망이 없고, 우울하고,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하루하루 제도권의 틀에서 조임을 당하며 살고 있다.

폴 오스터의 전작들이 그러하듯, 뭔가 대 사건이 터질 듯한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간다. 해가 바뀌고 1월 3일, 4일, 5일, 6일…. 매일 화자는 바뀌고 날짜는 하루하루 지나가면서 불안감은 점점 커진다. 폴 오스터는 독자의 심박수를 최대한 끌어 올리기를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일상의 지리멸렬함과 우울함에 대해서 논한다.


지쳐버린 심장이 다소 수그러들 무렵, 드디어 사건이 터진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마음가짐일 뿐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면서 모든 이야기는 일단락된다. 마지막에 이르러 마일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라는 마일스의 다짐은 그가 더 이상 현실을 회피하고 도피하는 10대 소년이 아니라, 비록 미래에 대한 희망은 없을지언정 현재라는 현실을 직시하려는 책임을 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한결같이 아프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태반이다. 정말 아픈 것은, 마일스와 그의 친구 빙 네이선 같은 젊은이들만이 아픈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마일스의 아버지 모리스 헬러도 아프다. 모리스 헬러의 친구들 – 60살이 넘었을 –도 아프다. 모리스의 전처이자 마일스의 어머니도 아프고, 모리스의 현처이자 마일스의 양어머니도 아프다. 모두가 아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제목의 책이 인기를 끌었었다. 그렇지만, 사실 아픔은 청춘만의 특권이 아닌 것이었다. 그 ‘책’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적어도 제목의 의도에 대해서만큼은 동의해주고 싶다. 책에서 주요한 소재로 나오는 <우리 생애 최고의 해>는 2차대전 이후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현실로 돌아온 군인들이 어찌되었던 각자의 삶에 – 비록 아픔과 실패가 있을지언정 – 적응하고 민간인으로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선전물이다. 렌조 마이클슨과 모리스 헬러가 30년 전에 '최고의 해'를 보내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마일스 헬러도 결국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결국 밝은 미래는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마저 부정해버리면 결국 미래와 현재 모두를 잃어버린 채 과거에 집착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것은, 또 다시 현재와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며 삶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니까 인생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아픔이 있기에 오늘을 살아갈 수 있으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충실한 오늘에 기반한) 내일을 맞이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폴 오스터는, Occupy Wall Street 운동을 예견이라도 했듯, 뉴욕의 좌절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말을 조심스럽게 이 책을 통해서 건네고 있다. 아픔과 좌절은 무기력하게 느껴지겠지만,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현실은 현실로서의 값어치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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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이 이긴다

저자
모기룡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3-03-2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착한 사람들이 이긴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착한 사람’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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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하는가?

…… 그런데 왜 당신은 그만큼 인정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행한가?

혹시 당신이 착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 아닌가?

어쩌면 당신은 착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온 사람들이 정작 왜 불행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만약 정말 착한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나아가 성공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접근 방식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독특한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그런 부분이다. 새로운 윤리사상이라 할 수 있는 덕윤리를 통해서 개인이 어떻게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가를 밝혀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상당히 흥미로운 접근의 책이지만, 아쉽게도 저자 서문을 넘기고부터는 흥미를 유지할 만한 요소를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책의 구성은 1. 착함이란 무엇인가, 2. 당신은 이성적인가 감성적인가, 3. 어떻게 덕을 실천할 것인가 라는 3장 아래에서 15개의 챕터가 있으며, ‘덕윤리가 어떻게 21세기의 새로운 선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심리언어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인지과학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본인의 학문적 커리어처럼 본 책에서 선함덕윤리에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표현 방법이나 표현 내용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느껴진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도덕 관념 혹은 상식에 대해서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하나하나 반박을 하면서, 그 대항마로 내세우는 덕윤리는 실체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덕윤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어디 시골 동네 이름인지도 모르겠다만, 덕윤리에 대해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덕윤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서 논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행해져야 할 작업은 덕윤리의 정의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핵심 과정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마치 당연히 덕윤리에 대해서 독자들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출발하는 기분이다.

 

예를 들어 보자. 

지금까지 공리론과 의무론, 이성의 시대였다.

그러나 물질주의와 결과주의 시대는 점차 막을 내리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ㅇㅇㅇ이 힘을 얻을 것이라 기대된다.

 

라고 한다면, ㅇㅇㅇ이 무엇이든 간에 ㅇㅇㅇ의 정의를 먼저 자세히 해주고 왜 ㅇㅇㅇ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것이 보편적인 논리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 책에서는 ㅇㅇㅇ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 자체를 너무나 당위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절차는 불필요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물론 ㅇㅇㅇ이란 덕윤리다.

 

 

두 번째 문제점은, 기존의 의무론과 공리주의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약점을 들어서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면서, 덕윤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무한사랑에 가까운 방어논리를 펴고 있다는 점이다. , 덕윤리는 마치 완전무결하고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 저자 본인이 덕윤리에 대해서 속된 말로 꽂혔다고 해서 너무 지나치게 아전인수격으로 높게 평가한다는 점이다. 이는 첫번째 문제점에서의 당위성에서 파생된 것이라 생각한다. 덕윤리의 도래 자체가 너무나 당위적이기 때문에, 덕윤리를 비판하는 모든 논리에 대해서 방어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그 방어의 도가 지나쳐서 마치 용비어천가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세 번째 위험한 부분은 편파적 사랑의 가치에 대해 주장하는 부분이다.

차별적이고 편파적인 사랑을 할지라도 그 대상을 확대시키면 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고이러한 사랑의 확장은 인류 전체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난 이런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국수주의와 민족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오랜 역사에 걸쳐 입증된 사례인데, ‘나쁜 동기를 지닌 공동체에 대해서 반대하고 더 큰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공동체를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지구상에 얼마나 될 것인가? 만약 이게 정말 보편적으로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미안한 이야기지만 전 인류가 초인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믿는 책상머리 연구자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이 없었던 것은 5절 오타쿠는 착할까, 착하지 않을까라는 부분이다.

오타쿠는 결과적으로 해롭다고 비판하면서, 공리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이 좋으면 좋은 것이라는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 오타쿠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해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착각이며, 덕윤리적 관점에서 본다면 지극히 해로운 존재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공리주의적 주장에 대한 비판을 약간 비틀어 보자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저자는) 덕윤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덕윤리는) 좋은것이라고 밑도 끝도 없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저자 역시 자기 편의주의적으로 공리주의적 관점에 빠져서 덕윤리를 바라보고 있으며, 불필요하게 오타쿠를 꺼내어 들어서 본인의 설익은 주장을 논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 저자는 오타쿠를 변태 또는 역겨움의 존재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논리 전개 자체의 미흡함은 차치하더라도, 너무나 편협한 주장이 아닌가 싶다.

 

더욱 신기한 것은, 저자 본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 관해서 장문의 리뷰를 썼다는 것이다. 에반게리온은 그 내용 자체가 오타쿠에 관한 내용일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둘러싼 팬덤 자체가 거대한 오타쿠 문화를 형성한 그야말로 오타쿠를 위한, 오타쿠에 의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오타쿠를 비판하는 자가 오타쿠 문화의 핵심에 관한 리뷰를 썼다?

이 정도 내용으로 정성을 들여 쓸 정도면 이미 오타쿠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싶다. 본인의 과거에 대한 자아비판적 성격으로 본 챕터를 집필한 것인지, 혹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본인은 어디까지나 애호가이며 매니아일뿐 오타쿠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오타쿠가 아닌 내가 보기에, 오타쿠에 대한 오타쿠적 비난 자체가 오히려 더 역겹게 느껴지지만. 만약 착함이라는 항목에 겸손함이 포함된다면 그러한 덕목에 대해서도 저자본인 스스로가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을 내려보기를 감히 권한다.

 

 

철학과 윤리를 논하는 '논리적인' 책은 거의 읽지 않은 나로서는 그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책이 몇 권 되지 않는다. 다만 최근에 읽은 기억나는 책이라곤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와 (조금 확대하자면) 만들어진 신정도일 것이다. 비교 대상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지는가? 각자 자기 분야에서 30년 이상의 내공을 쌓은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이 불공평한가? 똑같은 한 권의 책을 두고 읽어야 하는 독자의 관점에서는 지극히 평등하다고 생각된다. 모기룡 씨는 분명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자기 논리에 있어서 불필요한 부연설명이 너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정작 본인의 핵심 메시지도 놓치는 우를 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은 저자의 주장만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여러 부분에서 이도 저도 아닌 방어논리가 불쑥 불쑥 튀어나와서 정작 저자의 논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편이다. 이는 인터넷 글쓰기, 블로그 포스팅 성격에 가깝다고 봐야할 것 같다. 만약 저자가 덕윤리의 가치에 대해서 주장하고 싶다면 끝까지 밀어부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데, 자기 소신이 필요한 곳에서는 한없이 움츠러들면서 (마치 악성 댓글에 미리 쉴드를 치듯이) 정작 자기 소신이 불필요한 곳에서는 과잉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소신과 내공이 300페이지가 넘는 책에서 일관적으로 펼쳐 나가기에는 아직 미흡하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덕윤리는 A라는 점에서 훌륭하다. 물론 B도 나름 괜찮은 부분이 있다.덕윤리는 B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덕윤리는 A 뿐만 아니라 B도 포함하기에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내게는 이런 황희 정승같은 논리가 비겁하게만 느껴진다.

 

나의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다.

 

나는 좌뇌형 인간이며, 감성보다 이성을 중시한다.

나는 의무론적이며 공리주의적 사고를 중시한다.

따라서 나는 의무론과 공리주의적 관점에 기반한 '선함'을 추구하겠다.

그러므로, 나는 덕윤리가 논하는 선함에 대해서는 굳이 관심 갖지는 않겠다.

 

 

p.s. 베스트셀러 넛지(Nudge)’의 공동 저자인 Cass.R.Sunstein은 시카고대학 로스쿨 교수로서 주로 마이너리티의 중요성, 사회 통합의 의미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람 심리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며 왔지만, 그의 기본 뿌리는 어디까지나 법률이며 법학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책에서는 계속해서 심리학자 선스테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통섭의 관점에서 혹은 선스테인이 심리학 저널에도 논문을 발표했기 때문에 심리학자라고 칭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기본 뿌리는 법학자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뭐 선스테인 본인이 나 심리학자요라고 말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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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해진 딥 쓰로트(Deep Throat)’란 자기가 몸담았던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는 양심선언을 통해 뒤늦게나마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외부인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내부 고발자를 뜻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금융계 실상을 고발하는 딥 쓰로트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조진환 씨는 금융회사에서 재무 컨설턴트로 종사해왔으나, 회사의 단기 이윤 창출을 위한 상품 판매에만 몰두하는 금융 업계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초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순수한 머니 코치로 전환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이력을 둔 저자가 자녀를 위한 진정한 경제교육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핵심

돈은 쉽게 물려줄 수 있다. 그러나 쉽게 물려 받은 돈은 쉽게 사라질 수 있다. 심지어 부모 세대에서 쉽게 번 돈은 자녀에게 물려지기도 전에 금방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쉽게 물려줄 수는 없지만 일단 경제습관이 상속되면 이는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자녀가 노후를 맞이하는 시점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의 구성

책은 크게 5가지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현재 금융권에서 진행되는 경제 교육에 대해서 내부 고발하면서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경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당위성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2장은 이 책의 핵심으로서 아이에게 반드시 남겨줘야 할 8가지 경제습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협상은 과감하게, 계약은 신중하게

금융도 상품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성공한 사람들은 투자가 아니라 본업으로 돈을 벌었다

투자를 하려면 무조건 3원칙을 따르라

인생계획은 항상 돈 계획과 함께 세워라

좋은 빚이란 없다

보험은 재테크가 아니라 위험에 대한 비용이다

아이의 노후보다는 꿈과 미래가 먼저다

 

3장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널리 배우는 용돈기입장의 무용론을 설명하고 대신 3개의 통장을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말한다. 자녀가 아니라 부모를 위한 4장에서는 성인의 관점에서 필요한 경제 관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모든 생활 습관이나 가치관과 마찬가지로 경제습관 역시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책의 주요 독자

책의 키워드가 상속인만큼 이 책의 메인 타겟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이가 없으며 당장 갖게 되더라도 적어도 6-7년 뒤에야 에 대해서 대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다소 섣부른 독자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 자신도 한 명의 경제 주체이며 부모이기 이전에 자녀이기 때문에 우선 내가 지닌 경제 습관을 돌아보고 고쳐나가기 위한 점에서 이 책은 나와 같이 자녀가 없는 사람이나 심지어 대학생에게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책의 의의

세세한 경제 지식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경제일간지를 3개월만 정독하면 주식이 어떻고 환율이 어떻고 수출이 어떻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을 알고 싶다면 경제학원론 책을 들여다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상식이 머리 속에 얼마나 들어 있느냐가 아니라 평상시에 세상을 어떻게 경제적으로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느냐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왜 그러한 경제적 사고를 지녀야만 하는지, 어떻게 하면 경제 지식이 아니라 경제 습관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근본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경제학교육과 경제학습의 차이를 정의하는 부분이다. ‘경제 교육이라고 하면 학교에서 미시와 거시, 각종 그래프를 통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배우는 경제학 교육을 생각하기 쉽지만 극히 일부의 학계나 업계 종사자를 제외하면 이는 불필요한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는 실제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기 위한 경제 학습이 중요시되어야 하며 이는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와 실습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어야만 하는 지혜일 것이다.

 

 

새 정부의 장관 지명 후보자들 중에서 지명 바로 전/후에 부모로부터 물려 받거나 자녀에게 물려준 재산의 증여세를 뒤늦게 납부하여 논란이 된 인물들이 몇 있다. 또한 최근 L그룹 계열 오너가 자녀 및 손자에게 수백억 원 대의 불법 증여를 안겨주어 비난을 받고 있다. 당장 줄어든 2013년 연말정산 결과를 두고 멘붕에 빠진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행태에 분노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자녀들은 이러한 세상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둥을 세워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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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자면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한빛비즈)가 순위에 들어있다

두 명의 KDI 연구원이 공동 집필한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문학/신화/공연/예술 등의 다양한 인문 분야 이면에 숨어 있는 경제학적 관점을 논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통섭과 융합이 유행이 되기 시작하면서, 경제학과 인문학이라는 전혀 별개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사실 우리네 삶이라는 공통 분모 속에서 두 이질적 분야를 하나로 재해석한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를 읽고 간략히 느낌을 적어 둔 적이 있는데 (http://eugenepark.tistory.com/202)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를 했었다.

 

이 책에서 제시된 모든 개념들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들 + 누락된 개념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선정해서 <네티즌의 경제학 서재(가제)>와 같은 책을 만들면 어떨까? 영화를 주제로만 해도 무수히 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을 텐데. Dark Knight’에서의 게임 이론, ‘철의 여인’에서 드러난 영국의 경제위기 등등……

 

그런데, 나의 그런 바램은 이미 <경향신문>의 박병률 기자가 3년 전부터 영화 속에 숨은 경제라는 이름으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고, 드디어 그 중의 일부를 새롭게 엮어 책으로 출간하였다. 바로 경제학자의 영화관이 그 책이다. 경제부 기자를 지내고 현재는 세종시에서 경제부처 출입기자로 활동 중인 박병률 기자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영화라는 대중 미디어를 통해서 경제 상식과 함께 경제학자의 프레임을 알려주고자 본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크게 5개의 챕터 속 35편의 영화로 구성된 이 책은 경제와 경제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두려움 없이 쉽게 읽힐 수 있게 쓰여졌다.


1장 영화 속 경제 원리는 영화의 줄거리가 곧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론(예를 들어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희소성의 개념부터, 절대우위 vs 비교우위, 가격 차별성 등)을 논한다. 2장 영화 속 경제심리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떻게 합리성 또는 제한된 합리성을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3장 영화 속 경제사에서는, 자본주의 4.0에 이르는 과정, 화폐의 시작, 대공황의 여파, 주식 버블과 붕괴 등 역사적/경제적 사건이 배경이 되는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4장 영화 속 현실경제에서는 경제 이론/심리/역사를 바탕으로 영화 속에 묘사되는 현실과 경제적 가치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 5장 영화 속 경제지표에서는 한발짝 물러나서 영화 속 인물, 시대, 사건 등을 경제학적인 지표(예를 들어 GDP, 엥겔지수, 고용통계 등)로 설명하면서 신문의 경제면에 나오는 각종 숫자가 결국 우리 삶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각 영화의 마지막에는 ‘B컷 경제이야기 1~2장 정도 덧붙여 있다. 본문에서 다룬 개념을 바탕으로 더 상세한 이야기를 하거나, 곁가지에 해당하는 가십성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독자에게 흥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아마 정식 지면 기사에서는 다루지 못한 뒷이야기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부분은 책 본문과는 별개로 소소한 재미를 주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인상은 흥미로웠다.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상식을 영화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영화의 해석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해야 할까? 많은 영화 평론이 원작자(감독/시나리오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서 해석하는 것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 책에서도 일부 그런 부분이 보였다. 그런데, 그런 부분도 읽다보면 어느 샌가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는데? 어쩌면 감독과 작가가 경제학적인 배경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을지도 몰라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이 책의 핵심 주제대로 경제()이란 결국 현실에서 뗄 수 없으며, 영화는 현실을 묘사하고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영화의 흐름은 경제()적으로 거의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는 보다 직접적인 이유로 기자라는 저자의 핵심 역량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글을 설득력 있고 맛깔 나게 썼다는 말이다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경제학 박사가 이러한 책을 썼다면 아무래도 훨씬 이론적이면서 딱딱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물론 교수님들 중에서도 글을 재미있게 잘 쓰는 분들이 있지만 (예를 들어, 정재승 교수나 최재천 교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안타깝게도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글을 잘 쓰는 경제학 교수는 적어도 내 짧은 식견으로는 아는 바가 없다 (, 경제학은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가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경제학자의 글쓰기 역시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이와 관련하여 서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저는 경제학자만큼은 경제를 모릅니다. 하지만 영화평론가보다는 조금 더 압니다.

저는 영화평론가만큼은 영화를 모릅니다. 하지만 경제 학자보다는 조금 더 압니다.”

 

통섭과 융합은 모든 분야에서의 전문 지식보다는 오히려 얕지만 넓게 아는 지식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취미로 영화를 즐기며, 직업적으로 경제를 다루는 사람이, 글쓰기라는 역량을 발휘해서 만든 이 책은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와 본 책을 이어 이러한 성격의 책이 계속 시리즈로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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