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요리, 코미디, (미식)축구의 공통점은?

결론의 제목을 빌려 말하자면 베끼기를 통한 혁신이 있는 분야이다.

 

책에는 서로 상충되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두 가지 개념이 소개된다.

1.   혁신의 독점 이론: 창작자들에게 복제 권리나 라이선스를 판매할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창작자를 보호해야 혁신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주장.

2.   베끼기의 역설: 경우에 따라 오히려 베끼기가 창작 활동을 촉진하는 경우.

 

 이 책은 혁신의 독점 이론을 반박하고 오히려 베끼기의 역설을 옹호하는 여러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지적 재산권법이 모든창의적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모방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며 이를 권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베끼는길이 산업 전체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번성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두 줄로 요약하자면,

 

특정 산업에는 베끼기가 많더라.

놀랍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이 잘 일어나더라! 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서론부터 돌직구를 던진다. 상당한 흡입력을 지닌 채 관심을 끈다. 일단 서론을 읽으면서 주어진 몇 개의 질문을 곱씹어보면 책의 나머지를 안 읽고는 못 배기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주방장들은 다른 사람들이 조리법을 베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새로운 요리를 계속해서 창작할 수 있는 것일까?”


미식축구 감독들은 경쟁 팀들이 자신의 새로운 전술을 베끼고 연구할 것을 알면서도 왜 계속해서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는 것일까?”


코미디언들은 법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 베끼는 행위를 규제하며 창작 활동을 촉진할 수 있었을까?”

 같은 질문에 대한 상세한 답을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겨 책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두 명의 법대 교수가 쓴 이 책은 지적재산권 전문가답게 다양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며 검증하여, 여러 분야에서 독특하고 새로운 시각을 도출해내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서 반대되는 사례를 끊임 없이 질문하고 왜 그럴 수 있는지 WHY 질문을 던지며, 반대 사례를  궁긍적으로 반박하며 본인의 주장을 채택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상당히 단계적으로 지적(知的)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아쉽게도 각 사례에 대해서 지나치게 상세하게 설명을 하거나, 비슷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다소 지나치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다만, 분명히 이 책은 결코 쉽거나 친절한 책은 아니지만 자체를 딱딱하게만 여기거나 일반인의 삶에 동떨어진 것이라고만 여겼던 사람이라면 요리, 패션, 스포츠 등의 친숙한 분야에서의 사례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들을 팝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작가로 앤디 워홀을 들 수 있는데, 그는 마릴린 몬로, 마오쩌둥의 초상화부터 캠벨 수프 깡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브제를 가지고 작품을 표현해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특히 최근에 들어서 - 이러한 팝 아티스트들은 원작이 되는 작품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본인의 작품에 대해서는 오히려 저작권을 주장하고 법적인 보호를 요구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만약 누군가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영감을 얻은 것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면, /그녀 자신도 겸허하게 본인의 작품이 또 다른 누군가의 영감을 위한 밑거름이 될 법도 한데 정작 그런 개방과 관용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방을 통한 혁신과 창조는 당신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개방이 있다면, 혁신은 그리 먼 곳에 있는 것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조건적인 CTRL+C, CTRL+V는 물론 곤란하겠지만.




P.S. 좋든 싫든, 맞든 틀리든 창조경제가 대세다.

 

가수 싸이가, 아니 정확하게는 싸이의 젠틀맨안무가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고 지난 4 18일 박대통령이 칭찬한 적이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브...의 시건방춤 안무가에 저작권료를 지급했기 때문이란다

 과연 싸이는 창조경제적 행위를 한 것일까? 시건방춤 안무가는 적당하고 합당한 대가를 받은 것일까?


물론, 안무가 입장에서는 지나간 작품에 대한 대접을 받고 덕분에 본인도 다시 한번 조명을 받을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무계 나아가 가요계 전체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싸이의 행위가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고 칭찬받아 마땅한 것일까? 본 책에서 '저작권료'가 핵심 주제는 아니지만, 모방과 혁신의 관점에서 저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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