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파크

저자
폴 오스터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3-03-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저마다의 상실을 지닌 젊은이들의 이야기!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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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인공 마일스 헬러는 정작 인생의 1/4을 도망자 인생으로 살아왔다.

그늘진 삶 속에서 나와 7년 전 본인이 스스로 등졌던 뉴욕의 선셋파크로 유배의 발걸음을 향한다. 선셋파크에서 그를 기다린 것은 쓸쓸하고 우울함뿐 이다. 이 곳의 네 젊은이들은 희망이 없고, 우울하고,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하루하루 제도권의 틀에서 조임을 당하며 살고 있다.

폴 오스터의 전작들이 그러하듯, 뭔가 대 사건이 터질 듯한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간다. 해가 바뀌고 1월 3일, 4일, 5일, 6일…. 매일 화자는 바뀌고 날짜는 하루하루 지나가면서 불안감은 점점 커진다. 폴 오스터는 독자의 심박수를 최대한 끌어 올리기를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일상의 지리멸렬함과 우울함에 대해서 논한다.


지쳐버린 심장이 다소 수그러들 무렵, 드디어 사건이 터진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마음가짐일 뿐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면서 모든 이야기는 일단락된다. 마지막에 이르러 마일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라는 마일스의 다짐은 그가 더 이상 현실을 회피하고 도피하는 10대 소년이 아니라, 비록 미래에 대한 희망은 없을지언정 현재라는 현실을 직시하려는 책임을 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한결같이 아프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태반이다. 정말 아픈 것은, 마일스와 그의 친구 빙 네이선 같은 젊은이들만이 아픈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마일스의 아버지 모리스 헬러도 아프다. 모리스 헬러의 친구들 – 60살이 넘었을 –도 아프다. 모리스의 전처이자 마일스의 어머니도 아프고, 모리스의 현처이자 마일스의 양어머니도 아프다. 모두가 아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제목의 책이 인기를 끌었었다. 그렇지만, 사실 아픔은 청춘만의 특권이 아닌 것이었다. 그 ‘책’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적어도 제목의 의도에 대해서만큼은 동의해주고 싶다. 책에서 주요한 소재로 나오는 <우리 생애 최고의 해>는 2차대전 이후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현실로 돌아온 군인들이 어찌되었던 각자의 삶에 – 비록 아픔과 실패가 있을지언정 – 적응하고 민간인으로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선전물이다. 렌조 마이클슨과 모리스 헬러가 30년 전에 '최고의 해'를 보내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마일스 헬러도 결국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결국 밝은 미래는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마저 부정해버리면 결국 미래와 현재 모두를 잃어버린 채 과거에 집착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것은, 또 다시 현재와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며 삶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니까 인생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아픔이 있기에 오늘을 살아갈 수 있으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충실한 오늘에 기반한) 내일을 맞이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폴 오스터는, Occupy Wall Street 운동을 예견이라도 했듯, 뉴욕의 좌절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말을 조심스럽게 이 책을 통해서 건네고 있다. 아픔과 좌절은 무기력하게 느껴지겠지만,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현실은 현실로서의 값어치가 있다고.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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