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사려면 마트에 가라 <크리스 카밀로 지음, 차백만 옮긴, 한빛비즈 냄>


 원서 : Laughing at Wall Street: How I Beat the Pros at Investing (by Reading Tabloids, Shopping at the Mall, and Connecting on Facebook) and How You Can, Too



주식을 사려면 마트에 가라                         Laughing at Wall Street: How I Beat the Pros at Investing (by Reading Tabloids, Shopping at the Mall, and Connecting on Facebook) and How You Can, Too



<본 리뷰는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도서를 읽고 쓴 것임을 밝힙니다>


서문: 2006년 9월부터 2010년 4월까지, 내가 직접 운용한 투자포트폴리오는 자산가치가 83,752 달러에서 2,388,311달러로 774.22퍼센트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외부 회계법인 와그너, 유뱅크앤니콜스가 검증해준 내 투자수익 동향은 독자들이 직접 볼 수 있게 Chriscamillo.com에 공개했다.



책장을 펴자마자 나온 서문을 보고, 일단 움찔했다. 3년 반 동안 774.22퍼센트의 투자수익률이라니. 비슷한 기간 동안의 내 펀드는 7%의 수익도 내지 못했을텐데.  서문에서 인용한 “당신이 말로만 떠든다면 의심할지 몰라도 당신이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믿을 것이다”라는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실증 사례가 있을까 싶었다. 이 책은, 경험 또는 금융계에서 보여주는 온갖 복잡하고 현란한 기술이 없더라도 성공적인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목차만 보더라도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했었던가? 이 책은 그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장. 투자전문가와 증권분석가의 말을 무시하라. 투자를 위해서는 4장. 오랜 습관을 버리면 숨은 돈이 보인다. 로 투자 재원을 만든 다음에 5장 투자자의 안경을 주변을 둘러보아라. 투자를 위해서 반드시 6장. 재무지식은 없어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8장. 대중의 힘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좀 더 극적으로 9장.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High risk이긴 해도 옵션 투자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면 10장 정보 차익거래 투자자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판을 뒤집는 정보’를 남보다 먼저 찾아내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금융계보다 더 나은 실적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한다. 12살짜리 소년이 주식에 눈 떠가면서 로켓 발사 같은 기적에 가까운 지식이나 네이비 색 명품 수트 같은 근엄함이 없어도 투자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설득력과 함께 흡입력 있는 전개로 펼쳐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말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판을 뒤집는 정보’가 마트 같이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촉’을 세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쇼핑몰에서도, 주간지에서, 편의점에서, 영화를 보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등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 하나 주의 깊게 볼 점은, 이렇게 찾아낸 정보를 주변 지인과 대중네트워크 – 페이스북, 혹은 포털의 증권 게시판 등 – 에서 공유하고 검증하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의 금융 전문가들이 포착하지 못한, 그리고 관심도 갖지 않을 분야의 주식은 저평가 되어 있을 경우가 많으나 주변의 일반인 ‘대중’을 통해서 정보를 가다듬고 기꺼이 검증 받을 때 비로소 정말 가치 있는 투자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대학교 때 직간접적으로 얻은 교훈이 떠올랐다. 


하나. 소비자 행동분석이라는 수업에서 교수님은 매주 말씀하셨다. ‘마케터라면 주말마다 마트에 가보고, 연속극을 봐야한다’라고. 사람 붐비는 마트는 지금도 끔찍하게 싫어하고,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줄거리의 연속극은 영어 대사가 나오는 것이 아니면 보지 않는 나로서는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바라봐야지만 트렌드를 읽고 앞서나갈 수 있다는 말씀은 이 책을 통해 몇 년 만에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둘. ‘컬처 코드’에서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주장한 말이다. ‘아이에게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주는 게 아니라, 맥도날드 주식을 사줘야 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며, 경제관에 대한 개념과 미래 수익은 부수적인 가치로 따라올 수 있다며. 



그래도 명식이 주식 책인지라 후반부에서는 아주 약간의 전문 용어가 등장한다. 특히 콜 옵션과 풋 옵션을 통한 하이 리스크 전략은 소위 ‘대박’의 필수 조건이면서도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촉’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옵션 등을 통해서 2배가 10배로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우선 ‘종목 발굴’이 먼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는 774%라는 수익률이 허황된 숫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주위에는 여의도에서 일하는 친구도,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다. 그들에게는 ‘투자전문가와 펀드매니저의 말을 무시’하라는 이 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특히 한 녀석은, 주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한 종목을 ‘시장의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친절하게 조언했었지만 불과 2개월 사이에 100% 넘게 폭등한 사실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난 지금도 주식에 큰 관심은 없고, 가끔 재미 삼아 사는 것마다 족족 손실을 기록하는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앞으로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는 않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촉’을 세우라는 작지만 큰 교훈을 배운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모든 손실을 일순간에 다 만회한 듯한 기분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P.S. 월스트리트에 대한 반감 혹은 조롱은 책 전반에 걸쳐 – 제목부터- 나타나고 있는데 몇몇 구절은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된다.예를 들어 

“세상에는 모든 이들이 탐내는 직업은 바로 증권분석가와  LA나 라스베가스에서 일하는 기상캐스터다. 이 두 직업은 그다지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말만 번드레하게 잘 하면 큰 보수를 받을 수 있다.(p.47)” 

“수수료를 주고 중개인을 고용해서 로또 숫자를 고르게 하는 건 어떤가? (p.48)”

”월스트리트야말로 애플 제품이 오랫동안 가장 인기 없는 곳이다.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적이면서 일에만 집중하는 월스트리트의 분위기는…(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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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도서를 읽고 쓴 것임을 밝힙니다>

 

책 제목이 최근 ICT 생태계에서 논의되는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더군다나 책을 펴자마자 나오는 기술, 비즈니스, 문화의 아키텍처그림은 책 전체의 방향을 보여주는 로드맵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면서,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ICT 산업을 이해하는 프레임워크 같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출처: http://goodgle.kr/3504,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

 


그러나, 굿글(GOODgle)님이 언급한 대로 이게 전부다. 더욱 아쉬운 것은, 첫 페이지에서 야심 차게 제시한 아키텍처가 바로 다음 장부터는 방향타 역할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줄과 줄, 장과 장, 챕터와 챕터 사이의 구심적 역할에도 실패했다.

 

 

목차를 살펴보자. 1장은 스마트 디바이스와 플랫폼 디바이스, 2장은 소셜 미디어와 소셜 플랫폼, 3장은 모바일 커머스와 소셜 커머스, 마지막 4장은 IT업계 이슈과 미래 전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아키텍처 상에서 기술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 IT 전문지가 아니더라도 중앙 일간지에서도 매일마다 볼 수 있는 디바이스와 플랫폼에 관한 이슈들에 대해서 제법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매일마다 접하는 이슈들이어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저자의 당부대로 여러분을 각성한 내용이 간혹 있어서 읽을 만 했다.


 

그러나 문제는 2장에서부터 발생한다.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2장과 3장의 가장 큰 문제는 각 장의 핵심 요소가 없다는 점이다. 마치 단편적인 블로그 포스팅을 수없이 모아놓고 크게 두 개의 제목을 달아 분류해놓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2장의 제목은 소셜 미디어와 소셜 플랫폼이다. 3장은 모바일 커머스와 소셜 커머스이다. 이를 다시 분류하자면 2장은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이며 3장은 커머스 {모바일과 소셜}이다. 책 제목에도 언급되는 플랫폼은 기반이 되는 공통 요소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2장과 3장은 각각 플랫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부가 중복되어 있다


어떤 개념을 설명하고 분류하기 위해서는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라 하여 중복되는 것이 없이 종합적으로는 전부를 다뤄야 한다고 한다. 책의 내용이 반드시 MECE하게 쓰여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개념 분류에 있어서 중첩되는 부분이 생기다 보니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계속 비슷한 이야기가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 문제는 그렇게 기껏 200여 페이지를 읽어나갔는데,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장에서 제시한 프레임워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중첩되는 개념을 계속 보여주다 보니 정작 과녁에 맞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적 없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해 겨우 마지막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8차선 도로가 갑자기 1차선 도로가 되는 것처럼 뒤로 갈수록 심상치 않다. 341페이지에 걸쳐서 풀어 놓았던 장밋빛 미래를 어렵게 만드는 장애요인의 대부분이 정부 정책 (그리고 여기에 편승한 대기업/포털) 때문이라고 들렸기 때문이다.심하게 비약하자면 결국 정부가 (중소기업 친화적이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으면 모든 게 빵빵 뚫릴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물론 정부의 ICT 정책이 헛발질에 병살타에 팀킬을 일삼았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 책의 서두에서 보여줬던 야심찬 목표에 비하면 이건 너무나도 기승전* 같은 이야기로만 들린다. 첫 페이지에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아키텍처는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책을 조용히 덮고 말았다….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저자 류한석 님의 블로그 http://bobbyryu.blogspot.com/ 를 열심히 구독하고 있으며, 트위터 @bobbyryu도 빼놓지 않고 챙겨보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수 많은 알찬 정보와 함께 전문적인 식견을 제공해주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쉽게도 이 책은 오프라인의 물리적 형태를 띈 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블로그 포스팅은 짧은 형태의 단문이 대부분이다. 소위 스크롤의 압박 때문에라도 긴 글은 쓰기도 싫고 읽기도 싫어한다. 그런 포스팅이 하나 둘 모이면 좋은 블로그가 되고, 파워 블로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 블로그가 아니다. 필자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단편 소설집이 아닌 이상에야 책은 좀 더 응집력을 갖춰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본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는 축구 경기장 위에 11명의 스트라이커만 세워놓은 느낌이었다. 수비는 누가 하고, 플레이 메이킹은 누가 하나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역시 온라인 문화에서 비롯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지나치게 단정적이거나 사실(fact)에 기반하지 않은 표현이 너무나 많았다.블로그 포스팅은 언제든지 다시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출판이라는 형태를 띄고 있는 책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재판에 들어가거나 아예 e북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 좀 더 주의 깊게 문장을 다듬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SNS는 포털의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SNS가 활성화 됨에 따라 그런 트렌드가 가속화될 것이다 (p.118)

소셜+LBS+커머스를 융합한 서비스는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이용자들로부터 크게 인기를 끌 것이 분명하다 (p.276)

 

마지막으로, 끝이 아니지만, 이 아쉬웠던 점은 그 어디에서도 인용 출처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만12~49세 인터넷 이용자 중 61.3퍼센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타인과의 교류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p.119)


 61.3%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고? 오 많이 쓰네? 근데 몇 년도에? 아이러브스쿨이 유행하던 2000년 이야기인가?

 

사실 이는 저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많은 책들이 그렇다. 그리고 나는 출판 문화계가 어떤 수준까지의 기준을 요구하는지는 더더욱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어디선가 원 소스가 있고 이를 인용했다면, 인용을 최대한 정확하게 달아주는 것이 원천 저작자에 대한 예의이자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이건 일반 서적이자 대중서이지 논문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건 책이지 블로그나 SNS 포스팅도 아니다. 한번 물리적 형태로 세상에 등장하고 나면 쉽사리 고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긴 사족을 하나 덧붙여 보고자 한다.


IT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은 다른 분야는 어찌 다르겠는가? 예를 들어 Al Gore는 지구 온난화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처럼 – IT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과도할 정도의 낙관주의와 기술에 대한 신뢰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저자 류한석 씨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기술철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할뿐더러, 일반 IT 서적인 본 책에 대해서 기술철학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웃자고 하는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일관된 저자의 기술결정론적 사고에 대해서는 내 나름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이 책은 무언가 읽는 와중 여러 번 불편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기술결정론은 기술을 신비화하여 비전문가들이 기술발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특징이 있다. 나아가, 전문가의 의견을 가치 중립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대중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신속히 수용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으로 제시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Right NOW”의 목소리를 내는 이 책이 내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이 책의 방향은 보편주의라는 또 하나의 문제를 안고 있다. 보편주의란 특정 기술이 문화적 배경과는 무관하게 보편적이고 동일한 사회를 창출한다고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 사회마다 기술 수용, 활용, 발전의 조건이 다르다는 것을 무시하고 오직 기술 자체에 대해서만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저자가 야심차게 내세웠던 기술, 비즈니스, 문화 아키텍처에 따르면 분명 문화가 기술 수용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이후에 언급되는 여러 가지 수요 예측이나 시장 전망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보편주의적 관점을 따르고 있다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태블릿이 한국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이유는 단지 시간 문제일 것이며, (조만간이건 아니건) 언젠가는 분명 한국에서도 개화할 것이라고 확신을 넘어 단정적인 투로 미래를 바라보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PC의 대체재로서 태블릿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단지 그 시기일 뿐, 이미 결론은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p.31)


그러나, 과연 이러한 확산의 차이가 시간의 문제일까? 미국 사람들이, 유럽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쓴다는 SNS가 왜 한국에선 아직도 미적미적할까? 페이스북에 중독된 10대 딸의 노트북에 권총을 쏴 관통시킨 아버지는 미국만의 이야기일까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일까?


 

나는 저자의 인생에 대해서 모를뿐더러 감히 평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저자의 인생은 항상 기술과 가깝게 지내왔었고 분명 전문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테크노유토피아적인 사고 역시 저자와 항상 함께 공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본 책에서 내가 느낀 불편함은 그런 점이 아니었나 싶다. 분명 ICT 혁명은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다. 불과 3년 전만해도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은 ‘전지전능한 폰’을 쓰는 일부밖에 없었지만 어느새 인구의 절반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며 5년 안에는 80% 이상이 쓰리라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술이 전부는 아니며 기술 발전이 세상을 항상 이끌어 나가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지하철을 제법 오래 탈 일이 있었는데, 새삼스레 놀란 날이 있었다. 하루에 피쳐폰을 쓰는 젊은 사람을 20명도 넘게 봤고,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이 뭔지도 모를 시절에 나온 아이팟 2세대를 당당히 들고 다니는 사람도 세 명이나 봤기 때문이다. 그 젊은이들이 경제적 이유 때문인지 러다이트 운동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술 발전과 확산은 결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확신에 찬 목소리도 반복해서 들으면 의심이 들게 마련이다. 하물며, 확신을 넘어 단정적인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오히려 예측이 아니라 본인의 희망이자 바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마치 “180cm 이상의 훈남 스타일에 전문직 종사자”같이 섹시한 표현인 “모바일 소셜 플랫폼” 시대는 어쩌면 각각 따로 오거나, 왔는데 왔는지도 모르거나, 혹은 영영 안 올지도 모를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되, 너무 지나치게 기대하지는 말자. 느긋하게 바라보고, 혹시 어딘가 2% 모자란 곳이 보인다면 독자가 그 구멍을 메우고 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인사이트를 주는게 진정 고수가 아닐까? 진정한 스마트 혁명을 원한다면, 전체 큰 그림을 보여주고 비어 있는 구석을 알려주면 좋았을 법했다. (나는 물론 그런 Niche를 볼 위인이 못 된다. 설령 볼 줄 안다면,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혼자 조용히 준비하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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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훈민

저자 김훈민은 KDI 연구원으로 중앙대 경제학과와 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졸업하였다. 소문난 독서광으로 유명하며, 소장하고 있는 개인 장서가 2만권이 넘는다. 특히 경제학 분야 서적에 있어서 개인으로는 본인이 가장 많은 경제학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며, 머지않아 KDI 도서관보다 본인이 소장한 도서가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읽고 쓰는 활동에 관심이 많아 현재 KDI, 한국경제신문, MBN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저자 : 박정호

저자 박정호는 KDI 전문연구원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KAIST에서 경영학 석사를 그리고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학위 콜렉터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며,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모두 필요한 것들이라 주장하고 있다. 평소배워서 주자!”라는 신조를 갖고 있어 EBS, 금융투자협회, 라디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금융소외계층 등을 위한 강의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한국경제신문, 사이언스 타임스 등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집안에는 후대들에게 경제학을 강의하는, 소위 경제학자가 네 분이 계시다. 그래서였을까?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 난 절대로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을거야. 라는 어줍잖은 반항심에 경영학을 택했고 경제학은 최소한의 필수만을 듣고 무사히 대학 졸업장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좀 더 공부를 하고자 했을 때,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여러 가지 당면한 현실 이슈를 접했을 때 나는 경제학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을 후회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사회과학적으로 진지한 접근을 할 때 경제학은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었고,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수 많은 이슈도 사실은 경영학에서 다루는 피상적인 접근보다 경제학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는 비록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지극히 제한적인 단서를 달고 있지만 경우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학이 하나의 학문으로서도 훌륭한 많은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인문 사회 내에서는 손꼽히는 체계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굳이 학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지 않더라도 우리네 삶 속에는 매일매일 경제적인 의사결정이 알게 모르게 녹아 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결정하는 가격 체계, 자원의 희소성 속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 등은 누가 딱히 가르치지 않더라도 인간의 역사 속에서 실천되고 발전되어 온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학적인사고는 곧 人間 또는 人文과 불가분의 관계로 존재해 왔던 것이다.

 
두 명의 KDI 연구원들이 내 놓은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두 저자는 신화와 설화에서 출발하여, 역사를 거쳐, 문학, 예술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 온 필부필녀 혹은 황제의 선택과 의사결정 속에 본인이 인지하건 못하건 녹아 들어 있는 다양한 경제학적 개념을 설명해주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

남해 거품 사건 또는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튤립 투기 광풍 사건 등은 오늘날에도 또 다시 반복되는 광기와 패닉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하나의 경제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역사 속에서 귀감이 되는 사건이 많다라는 저자들의 말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문학과 예술 속에도 경제 논리는 존재한다
.

저자들만의 독특한 해석도 있는 것 같고, 이미 경제학계에서 많이 논의 되어온 해석에 대한 단순 소개도 존재하지만 특히 어릴 적 동화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Oz의 마법사> 같은 경우에는 무척 흥미로운 소개가 되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은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은 분식회계로 인해 촉발되었다(p.88)’ 라던지, Peter Wiles가 소련 계획 경제를 두고 Perfect computation 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는 점이던지(p.131), Edward Bellamy라는 작가가 유토피아를 그린 <뒤를 돌아보면서(1888)>라는 소설을 출간했고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 관련되어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했다.

 

 그러나, 기존의 텍스트를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자의성이라는 함정에 빠질 위험도 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 문학작품 속에서 드러난 경제 현상은 작품들을 안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해설이자 새로운 경제적 지식을 알려주는 일석 이조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 해설에 동의하지 않거나 해설이 억지스러울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 편에서 ‘<크리스티나의 세계>와 제한된 합리성의 경우 최근 경제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행동 경제학과 제한된 합리성에 대해서 설명은 꼭 해야겠으나 마땅한 사례를 찾지 못해서 억지로 붙인 게 아닌가 싶다. 심지어 마무리 부분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그 어색함이 극도로 드러났다.

특히 마지막 챕터는 무의미하지 않나 싶다. 철학적인 인간과 경제학적인 인간. 인문 또는 철학이 경제학과 괴리되어 있지 않다라는 사실은 책 전체를 통해서 전달해 왔는데, 굳이 별도의 챕터를 통해서 이를 다시 넣는 것은 뭔가 억지스런 에피소드들이 아닌가 싶다. 경제학자의 윤리 강령이라던지, 유대인의 세계경제 지배력과 같은 이슈가 본 책의 큰 주제와는 크게 관계가 없지 않나?

 
 
저자들은 감세, 부동산 정책, 최저임금제 등 현실에서 첨예한 논쟁이 일고 있는 분야에 대해 인문학적 텍스트를 통해서 혹은 대가들의 입을 빌려서 논지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중립성을 지키는 듯하면서 넌지시 본인들의 생각을 전하는 방식은 저자들이 KDI 소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하면서도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장점이자 아쉬운 점은, 일종의 퀴즈이자 기억력 테스트를 해 나가는 방식이 좀 더 일관적이었으면 좋았을 법했다. 경제학의 개념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나로서는, 각각의 서론 인문학에서 나타나는 사례 를 읽으면서, ‘아 이번 절은 OOO에 관한 이야기이겠구나라고 추측하는 지적 유희를 즐기고 싶어 했는데 이러한 구성 방식이 일관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본문 중간 중간에 언급되는 주요한 참고문헌 원문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알려주거나 최소한 관련된 (경제학자) 인물의 Full name을 언급했더라면 추가적인 학습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몇 년 사이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를 읽거나 그림을 읽거나 역사를 알지 않으면 마치 CEO가 될 수 없는 것 같은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경영이라는 기업인의 본업조차도 못하면서 타 분야를 접목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비즈니스라는 것이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문학의 중요성이 다소 과장되었을지언정 허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근 학계에서 또는 산업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제기되고 있는 융합 또는 통섭에 관해 의미 있는 접근법을 제시해준다. --합을 통해서 새로운 개념을 도출하는데 까지는 부족했지만, 적어도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사례를 접목하여 경제학이라는 분야를 넓히고자 하는 시도에서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 미디어 경제학이라는 이름 하에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 간 적이 있다. 소위 언론학자라 불리우는 주요 대학 교수님들이 모여 앉아서 경제학 전공한 사람들이 미디어에 대해서 뭘 안다고 미디어 경제학을 연구하나라는게 그 학회의 핵심 화두 중 하나였다. 그 분들께 여쭙고 싶었다. 본인들은 경제학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기에 미디어 경제학을 연구하십니까 라고. 융합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분야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른 분야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융합의 처음이자 끝이 아닐까 싶다. 이미 출판계에는 이러한 시도의 책이 종종 나오고 있는데, 다양한 주제를 담은 시리즈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크리스 앤더슨이 쓴 <Longtail>은 블로그를 통해 저자가 화두를 던지고 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계속 사례를 발굴하고 살을 붙여 나가 책이라는 형태로 나올 수 있었다. 비단 <Longtail>뿐이 아니라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여러 서적들이 이런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 내에서, 적극적인 웹 참여 문화가 아직 발전기에 놓인 상태에서 이런 식의 출간은 지나친 욕심일까?  
이 책에서 제시된 모든 개념들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들 + 누락된 개념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선정해서 <네티즌의 경제학 서재(가제)>와 같은 책을 만들면 어떨까? 영화를 주제로만 해도 무수히 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있을텐데. ‘Dark Knight’에서의  게임 이론, ‘철의 여인에서 드러난 영국의 경제위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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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까지 마치고 막 27살에 접어든 1월의 둘째 날. 넥타이를 메고 긴장된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하는 나에게 ‘첫 출근하는 아들에게’라는 편지를 전해줄 수 있는 아버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나의 친아버지께서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정히 살아 계시고 진작에 은퇴하셨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정히 사회활동을 하고 계신다. 다만, 직장인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활동해오셨기에, '샐러리맨'으로서의 첫 출발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아버지가  아쉬웠을 뿐이다.
 

 
저자인 이정석 씨는 IBM에서만 27년 근무한 화이트 칼라 중의 화이트 칼라로서, 그리고 두 아이를 가진 아버지이다. 그는 본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당신의 자식들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조직의 일원으로서, 하나의 직장인으로서, 어떻게 처신하고 성장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연히 가지게 된 이 책을 접하면서, 표지에 적힌 ‘누구나 꿈꾸며 시작하지만 사회는 현실이다라는 부제가 마음에 탁 와닿는 동시에 그렇고 그런 꼰대의 또 하나의 자기 자랑식 나열이자 회고록 아닌 회고록이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힘드니까 청춘이다’라고 위로해 주는 책도 부지기수고, ‘네가 아픈건 (나보다) 못나서 그런 거다’라며 나르시즘에 빠진 책도 많기 때문에 이 책 역시 두 갈래 길에서 위태롭게 저울질하는 책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진솔함과 때로는 냉엄하지만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한 장을 읽으면서 그 다음 장을 기대하는 마음은 1Q84 이후 오랜만에 가진 느낌이었다. 분명 책을 읽으면서 불편한 감정도 없진 않았다. 하긴 왜 안 그러겠는가. 27년간 한 조직에 몸 담으면서 0.6%의 확률을 뚫고 수 많은 동기, 후배, 선배보다 성공했으며, 그게 또 화석 같은 국내 대기업 임원이 아니라 글로벌 최고 기업 중 하나에서 뿌리를 내린 사람이기에. “말이 필요 없다. 무조건 일찍 일어나라”라는 훈계 아닌 훈계는 마치 군대에서나 들어 봄직한 표현이며, 자기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까 너도 이렇게 따라야만 한다라는 주장은 오늘 날 많은 이들이 경계해 마지않는, 우리 시대 가장 성공한 샐러리맨중의 하나이자 최고 권력자가 주장하는 그것이 아니던가.

최근 미국의 한 IB 뱅커가 음식점 영수증 Tip란에 ‘get a real job’이라고 적어놓고 단 1%의 금액 (보통 식대의 15~20%가 기준) 하여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저자가 젊은 이들에게 주는 tip이 정말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좋은 tip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겪어온 경계 내에서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기도 때문이 이런 책은 위험하다. 본인의 성공 공식을 후대가 그대로 따라온다면 그들도 성공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공식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곧 자기가 예상하는 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컨트롤하기 쉽기 때문 일수도 있을 것이다.
 
보편적인 성공 법칙이야 물론 존재하지만 그 길을 벗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루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임원이 되는 것이 모든 화이트칼라의 최종 목표가 될 수도 없고, 더군다나 신입사원이 임원 달기가 0.6%의 가능성에 불과하다면, 기업 특히 대기업이라는 둥지를 벗어나서 성공할 확률도 비록 그보다 낮을지언정 Zero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도 충분한 가치 있는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책의 첫 느낌이나 저자의 약력만 보아서는,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선 대기업에 어떻게 들어갈 것이며, 어떻게 해야지 임원이 될 것이며, 그 길로 가기 위한 성공 공식이 무엇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사회 초년병의 마음가짐과 몸가짐에 대해 충고해주고자 하며, 냉정하고 가혹하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마냥 사탕발림, 꿀 바른 이야기로 달래줄 수 있을 만큼 현실은 녹녹한 곳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특히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냉혹함도, 배신도 존재한다고 거듭 환기 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본에 충실하고, 신뢰를 쌓고, 본인의 내공을 키워야 한다는 저자의 충고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요즘 젊은 것들…’이라는 말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나온 표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본다면, 시대를 막론하고 기성세대가 후대를 바라보는 세상은 거의 일정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항상 못 마땅한 것이다. 계속 못마땅한 다음 세대가 존재해왔다면 세상이 크게 바뀌었어야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2,000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읽혀 온 고전이 왜 존재 하겠는가? 이제 막 갓 나온 이 책을 고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인용되진 않았더라도 저자가 살아온 삶의 궤적 속에는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언급되던 철학과 고대 중국에서 내려온 철학이 어우러져 있을 것이다. 즉, 보편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자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간 관리에 관한 이야기, 소통에 관한 이야기, 자기 관리에 관한 이야기, 휴식과 일-가정의 조화에 관한 이야기, 보고와 기록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 전문성, 근성, 성실, 신뢰에 관한 이야기, …
 
간혹 까칠한 이야기들 – 항상 남을 따를 필요는 없다. 남과 지나치게 어울리지 마라. 인맥은 양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모든 이야기에 귀담지 마라.


저자의 세대와 오늘날의 세대는 다르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를 막론하고 중심을 관통하는 기본은 항상 동일하다. 비록 때로는 까칠하고 불편하고 은유나 비유 같은 문학적 표현이 하나도 없는 이 책이 불친절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저자의 말이 비록 제대로 삭힌 홍어 냄새 같을지라도 각자가 속한 영역에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냄새를 견뎌 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막 갓 직장을 구하고 큰 첫걸음을 내디디려는 사회 초년병들에게 유용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할 5년 차, 10년 차, 또는 이제 곧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준비를 할 세대들에게도 다시금 돌아보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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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ocieties need Dissent" 의 저자 Cass Sustein  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나오자마자 사놓고
그동안 이래저래 정신 ㅇ벗어서 고이 모셔놨던 책 "넛지"



2/3 정도 읽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 - 특히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의 정책입안자에게 - 으로 가득차 있다.


주의할 것이 있다.

놀라움과 우연한 발견이 사람들에게 재미와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이 주요 정보원이 된다는 사실은
그리 멋진 일만은 아닐 것이다.

가끔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배우는 것도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좋아할 수는 없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 중략 ......

설사 당신이 민주당 지지자로서 민주당을 옹호하는 책들을 좋아한다고 해도
공화당 지지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은가?

공공심을 가진 선택 설계자들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사전에 구체적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법한
방향으로 넛지를 가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안다.

<넛지 P. 158~159 발췌>



Collaborative Filtering, Recommendation, Reputation 등
소위 Social Web 혹은 Web 2.0 에서 말하는 알고리즘의 기반은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로부터 추출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Netfilx에서 추천하는 영화를 보고
Amazon에서 "이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 구매한 책"을 읽고
Daum에서 혹은 Naver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읽는 행위, 아니면 아예,

조중동을 읽거나 혹은 경향신문, 한겨레신문을 읽고 MBC를 보는 저널리즘 소비 등

이미 필터링된 (추천) 컨텐츠, 언론을 소비하는 행위가 많아질수록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한쪽 편향으로 치우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은 이런 소비가 많아질수록 세상을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편향된(biased) 세계에 대한 정보만 많아지고 있으며
우리 '편"에 속한 채 그 속에서 위안을 얻고, 서로 고개 끄덕이고 박수쳐주는 자위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은
이와 관련된 오래된 심리학 실험들을 굳이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우파건 좌파건에 관계없이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10 여 년 전, 막 세상에 대해 어렴풋이 알아가기 시작할 무렵
매일 아침 조선일보를 보는 동시에 매주 한겨레21을 구독하던 시절에
내가 바라보던 세상은 모든 것이 모순 천지였다.
똑같은 사태에 대해서 어쩜 이렇게 하는 이야기들이 다른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으며, 따라서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자니 (머리 속에 들어있는) 반대편의 입장이 내 손을 끌어내리곤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침으로서 내가 균형잡히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 애시당초 있을 수도 없는 캐구라이지만

Sustein의 전작 제목처럼 "사회는 반대파가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고
여기서 말하는 사회(Societies)는 2인 이상이 모인 어떤 집단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마인드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인 것은 자기(들)은 한쪽 극단으로 이미 치닫고 있으면서 상대편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주제에
자기(들)은 사회적 소수이며 반대파(anti-Power)이기 때문에 "정치적" 당위성을 확보했다면서
저울의 양쪽 끝에 자리잡고 서로 으시대고 있다는 것이 2008년 그리고 2009년 대한민국의 불행 아닐까 싶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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