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정치경제학

저자
박훈탁 지음
출판사
더난출판사 | 2012-08-2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경제위기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꼼수의 비밀!『위험한 정치경제학』...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돌아보라 1997.

 

돌이켜 보던데, 1997년은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해였다. ‘동렬이도 없던 해태 타이거즈 왕조가 마지막 우승을 한 해였으며, 풋풋한 사랑의 열병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해였으며, 동시에 수능문제집에서 헤어나지 못한 10대의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7년은 적어도 당시를 기억하는 대한민국 모든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해였다. 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 라는, 이름도 생소하고 물리적인 실체도 불명확한 단체가 한국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IMF의 관리를 겪게 된 이유가 소위 말하는 전염이론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당시 동남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마치 태풍마냥 한반도에 상륙해서 초토화시켰기 때문에 한국이 그런 수모를 겪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당시 동남아를 들었다 놨다 했던 Hot Money는 오히려 한국으로 들어와서 97년 가을 대한민국은 적어도 재정적으로는 오히려 안정상태에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된 목표이자 일관된 주장은, 1997년 말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트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치와 경제가 음험한 관계로 맺어져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일반 대중들이 정치인들의 보편적인 특성에 속지 않고 현명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 때 이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다 또는 이 모든 게 청계천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본인의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전자를 택할지 후자를 택할지는 다르겠지만, 사회가 이 모양인 것이, 내 은행잔고가 이 수준인 것은모든 것이 다 대통령 OOO 때문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이와 유사하다. “IMF가 발생한 것은 1997 11월에 발생한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의 금융개혁법안 거부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또한 정치인들의 포풀리즘적 성향과 단기 성과집착주의는 비단 대한민국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의 목숨은 미국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기 때문에, 결국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FRB의 의사결정은, 정치적으로 절대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은 경험적/실증적 분석과 동시에 이론적 배경을 통해 금융위기가 발생한 인과적 과정 Causal Process’를 설명하는 탄탄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Bruce G. Carruthers의 비교경제사회학 논문에서 단서를 포착하여, 4단계의 논리적 매커니즘을 통해 금융시장은 정치적 안정성과 연계되어야만 성립 가능하다는 주장에는 어떠한 반박도 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저자 주장의 핵심은 역사적 제도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탄탄한 이론적 근거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전반적으로 다소 불편하다. 너무 단정적인 어투 때문이다. 예를 들어

또다시 글로벌증시 대폭락과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그 시기가 에셋자산운용 강방천 회장이 일본의 국가부도가 날 것으로 예측한 2017년이 아니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P.211)”

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이 맞다는 보장도 어디에도 없다.

 

저자의 이러한 강한  그리고 삐딱한 - 시선은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과 미래에 닥칠 잠재적 위기를 다른 이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남과 다르게) 꿰뚤어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소위 반골기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은 다수보다 똑똑한 소수라는 의견 다양성의 관점에서 깊게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 이런 사고방식(이런 저서)에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쉽게 비판할 수 있지만, 그 비판의 주체가 되는 자기 자신만큼은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책의 많은 부분이 역사적 제도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렇게 지나치게 특정 이론에 집착하고 마치 만능열쇠와 같이 활용할 경우에는 오히려 자그마한 반론에 의해서도 전체 주장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내외의 학술적 논거를 비롯하여 다양한 참고문헌을 자랑하고 있지만, 후반부의 글로벌 경제에 대해 진단하는 부분에 이르게 되면 마치 Economist지와 Wall Street Journal의 요약본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물론 근거 없는 예측과 단정은 위험하다. 그러나 특정 소스에만 의존하는 주장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저자 박훈탁 씨는 과거를 돌이켜 살펴보고 일정한 흐름을 찾아내어 논리를 구성하는 능력은 탁월하나, 아쉽게도 미래를 내다보는 독립적인 시야는 아직까지는 찾아내지 못한 것 같다.

 

 

방대한 결론의 끝은, 중산층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주식투자만이 살 길이라는 결론을 접하게 되면 힘이 쭉 빠지고 만다. 국내외의 정치경제적인 그릇된 구조에 대한 진단과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서였을까? 혹은 어찌되었건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달해야만 한다는 강박증 때문이었을까?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다.

     특히, 선물 투자는 절대로 하지 말되 선물 시장의 흐름을 읽은 다음에 초우량주와 ETF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하나는, 토지 구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주요 지역의 땅값은 비싸니까 지방 농지를 구입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직접 농사를 짓기 위한 지리적, 시간적 여유 확보를 위해서는 가능하면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라고 한다.

 

 

두 주장이 참신하면서도 실행 가능하게, 그럴듯하게 들리는지....?

 

 

<위험한 정치경제학>은 앞으로도 시리즈로 출간할 계획인 것 같다. 정치인들의 본질적인 음흉한 속성을 밝혀내고 비판하는 것은,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메이저언론부터 블로거까지 모두가 갖춰야 할 중요한 태도이다. 다만, 부디 다음번 위험한 정치경제학 2.0’에서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비전까지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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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를 정리하다, 지나간 나의 20대에 큰 힘이 되어 주었던 영양제와 같은 책을 '발굴'했다.

제목은 불순하기 짝이 없다. 까페에 들고 가서 읽다가...뭔가 민망한 마음에 표지를 가리고 읽은 적도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건, 1996년에 예문 출판사에 나온 건데

판권이 바뀐 건지... 요즘은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오는 것 같다.


 

비록 제목은 불순하지만, 이 책은 22살에 일본 최고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한 무라카미 류가 본인의 학창 시절인 1969년을 배경으로 하는 자전적 성장 소설이다. 일본의 전공투에서부터 비틀즈, 롤링스톤즈, 제니스 조플린, 히피 문화가 배경이 되어 요즘 말로 '잘나가고 Cool해지고 싶은' 소년의 이야기랄까?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부천국제빤타스띡 영화제에서 감상하기도 했다.




제목은 불순하기 짝이 없다. 까페에 들고 가서 읽다가...뭔가 민망한 마음에 표지를 가리고 읽은 적도 있었다.


선생, 형사, 동네 불량배와 같은 권력층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진 남자 고등학생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짝사랑하는 아리따운 여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온갖 꾀를 지어내고 시시하기 짝이 없는 동네에 페스티벌이라는 문화를 가져오는 선구자이다. 더 나아가 단지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라는 현수막을 학교 외벽에 설치하고 119일 동안 근신을 먹은 문제아 이기도 하다.


오직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재미 있어서'라는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읽는 이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없이 유쾌함에 가까운 성장기'라고 해야할까?


나는 이 책을 20살에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만약 고3때 처음 읽었더라면 내 인생이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가끔 해본다.

학교를 점거하고, 교장실에 X 테러를 저지르는....일 까지는 못했겠지만,

하여튼 더 재미 있는 10대를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대에 접어들어서 이 책을 읽은 게 다행스럽기도 하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지나간 버린 시간을 붙잡고 후회하기 보다는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어찌되었든 학창 시절에 근신, 정학을 안 받게 해주었다는 장점도 있고....)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던 것과 비슷한 20대 초 중반의 젊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힘든 10대 학창시절을 견디고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왔지만....

세상은 마음 먹은 대로 잘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더욱 힘들어만 가는 시기의 그들에게

비록 돌아갈 수 없는 10대 시절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위안을 받고,

동시에 과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권하는 바이다.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주인공이 옥상을 바리케이트 점거하고 아래로 내건 현수막의 문구다.

권력에 저항하고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센 권력을 갖는 게 아니라 

(그들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상상력을 가지는 길이다.

즉, (기성세대 등 기득권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 그들을 이기는 길인 것이다.


예전에 장기하와 얼굴의 노래 중에 '별일 없이 산다'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었다.

그 노래야 말로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였던 것이... 69의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네가 깜짝 놀랄만한 애기를 들려주마 /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 뭐 별다른 걱정 없다 / 나는 별일 없이 산다


... 그런데 사실 이 책은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하다는 느낌이 어디 20대에만 오는가?

30대 애정 푸어도, 40대 에듀 푸어도, 50대 하우스 푸어도 다 마찬가지로 힘들다. 나이들면서 내색을 안할 뿐이지.

그럴 때 아무 생각 없이 즐겁고 유쾌하게, 마치 한편의 코메디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삶에 지치고 보이지 않는 권력에 압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의 당신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힘이 주어질 것이다.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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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

저자
박유연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2-08-06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복잡한 세계 경제를 꿰뚫는 경제 입문서!『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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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상경계열을 졸업하였지만, 경제학은 공통필수에 해당하는 과목들만 듣고 남은 학창 시절 내내 외면했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간에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은 내게 전혀 매력적이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였다. 그렇지만, 사회에 나와 이런 저런 일을 하고 공부를 하다 보니 단지 학문으로서가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동작 원리로서의 경제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왔고 마치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듯 학창 시절의 무관심이 아쉽게 느껴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매일 아침 신문을 펴기만 해도 도대체 미국의 금리 인하 소식이 한국 증시에 왜 영향을 주는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의 작은 변화가 중남미 국가의 경제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직관의 수준이 아니라 그러니까 말이지…’하면서 명상 아닌 명상에 접어들게 만드는 것은 나름 凡 전공인으로서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곤 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빛비즈에서 출간된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의 기획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한빛비즈에서 기존에 나왔던 .. 시리즈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세계경제를 다룬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은, 더 이상 신문의 경제 섹션을 읽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도 된다는 반가운 이야기나 나름 없었다.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인 저자 박유연 씨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뉴스를 보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그저 피상적으로 소식을 접하고 단편적으로 판단할 뿐이다.[]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다. 국제 경제 뉴스가 우리 경제에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고, 결국 내 일과 재산이 어떻게 될지 전망하는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라고. 유레카!

 

책의 구성은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흐름을 따라 읽다 보니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내용도 분량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이 손에 들어온 그날 한번에 다 읽어버렸다.

1장에서는 세계 경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논한다. ‘세계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속해 있는영역임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 개개인에게도 세계 경제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를 논하기에 앞서 2장에서는 기본 원리에 대해서 어렵지만 쉽게 이야기해준다. 3장에서는 1장과 2장에서 논한 내용을 바탕으로, 2012년 현재 세계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주요 경제 블록으로 나눠서 미국, 유럽,아시아, 중국 등 으로 설명하면서 요동치는 흐름 속에서의 판도 변화와 함께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 4장에서는, So what? 을 말한다. ‘세계 경제가 어떤 원리에 따라서 어떻게 움직이고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겠는데그래서 그게 나와 무슨 관계야?’ 라는 의문에 대해 우리의 약점과 리스크, 그리고 대응방안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구성 자체가 탄탄하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이러한 구성을 따라가다보면 세계 경제가 내 은행 잔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어려운 개념이나 흥미로운 사례는 각각 별도의 박스처리를 해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종종 컬러풀한 그래프를 통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화폐의 상대적 가치와 환율의 관계 그래프(P.102)>

 


경제의 세계화, 세계의 경제화는 불가피한 변화이다.


특히나 인터넷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초연결(Hyper-connected) 시대에서는 더더욱 흐름이 빨라지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Occupy 운동처럼 경제의 비대화, 탐욕화에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하고 그에 대해서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의 세계화를 금지하거나 막기에는 세계 경제는 이미 저절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되어 버렸다. 원하건 원치 않건 그 흐름에 대해 어떻게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깨닫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는 가까이 두고 살펴 볼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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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국내의 한 락 페스티벌에서 라디오헤드가 공연을 해서 큰 화제가 되었다그만큼 그들을 열렬히 바라는 팬들이 지구 반대편에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 라디오 헤드로 철학하기는 라디오헤드를 대중문화 아이콘 뿐이 아닌철학적인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는 위험하면서도 담대하고 발칙한 시도의 책이다. 16명이 공동 저술했다고 해서일종의 오타쿠’ 팬덤 현상이 아닐까 싶었으나… 이거 웬걸저자 하나하나가 철학문학음악적 내공을 지닌 사람들이다.

 



음악가는 철학자이며, 철학자는 록커이다.

 

지금은 트위터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그러나 한 때는 대한민국을 주름 잡았던 서강대 철학과 출신의 한 중년 락커가 오래 전에 말한 적이 있다.

“비트겐슈타인(영국의 철학자)을 읽고 ‘이 사람은 로커다’ 하고 생각했어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사적 위상이 어떻고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전공의 락커가 철학자는 락커다라고 말했다면, 그와 반대로 락커는 철학자다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비록 논리적으로 반드시 성립하는 문장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라디오헤드는 철학자다

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이 책은 흥미로운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비틀즈와 핑크 플로이드를 끼워 넣은 채 대중음악의 철학적 위상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기본 밑밥을 깔고 있다. 그리고 2장에선 본색을 드러내서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청중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가를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에서부터 영화 매트리스를 통해 널리 알려진 시뮬라르크에 걸쳐 설명한다. 3장에선 외부로 시선을 넓혀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 환경보호와 음악산업 혁신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4장은 마치 2장과 3장의 정--합이라도 되는 것처럼, 라디오헤드의 음악적 사상이 외부 환경인 현실 정치 현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고 이를 어떻게 비판하는지를 논한다. 마지막 5장은 탈 해체를 특징으로 삼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와 라디오헤드가 얼마나 잘 부합하는가를 고찰한다.

  

책을 읽기 전 내가 라디오헤드에 대해서 아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 수많은 청춘의 가슴에 불을 지른 ‘Creep’이라는 노래. 사실 라디오헤드를 안지는 오래되었고 주변에 많은 광 팬이 있었지만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우울하면서도 불쾌하게 만드는 라디오헤드를 듣는 이유는 동정심과 두려움이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겠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싫어했던 것이다. ‘왜 이렇게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음악을 들어야 하나?’ 그래서 책 전반에 걸쳐 논하는 라디오헤드 음악의 철학적 의미에 대해서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이 내게 흥미로웠던 것은 내가 유일하게 라디오헤드에 관해서 알고 있는 두 번째 사실 때문이었다. 3장에서 음반사라는 중간 매개체가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어떻게 음악(혹은 문화)산업의 중심에 자리잡고 음악가와 소비자 양측으로부터 폭리를 취해 왔으며, 라디오헤드가 이를 어떻게 때려 부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 2007년 음반 산업을 뒤흔든 ‘In Rainbow’ 앨범의 니 맘대로 가격을 내렴’ (Pay-what-you-want) 판매 전략이야말로 혁신을 가져온 봉기였다는 것이다. (관련된 오래된 포스팅 하나 http://eugenepark.tistory.com/144)

 

 


라디오헤드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읽어도 될까?’

 

라디오헤드를 몰라도 철학과 미학의 관점에서 대중문화 코드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임마뉴엘 칸트의 현상학적 관점에 따르자면 라디오헤드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서서히 쌓이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급진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또 누가 알겠는가? 제목의 함에 끌려 책을 잡았지만, 어느 새 틈만 나면 High and Day My iron Lung,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등을 듣고 있는 나처럼 될지?

 

물론 지산 락페까지 달려간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라디오헤드의 팬이라면 읽어 봄직한 책이 아닐까 싶다.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를 둘러싼 이면에 담긴 의미까지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지면서 부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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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차이나 / 류쥔뤄 지음, 김선우 옮김 / 한빛비즈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적어도 한국 내에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중국이 사회, 문화, 인프라 등 여러 방면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어서 결코 강대국이 될 수 없다는 냉소 또는 (악의적인) 희망이다. 또 다른 시각은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를 제패할 국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두려움 또는 (긍정적인) 희망이다. 둘 중에 어떤 시각이 결과적으로 옳을지는 현 시점에서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전자의 시각을 취함으로써 후자의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책이다.

 

이 책은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처럼 양면적이고 복합적인 이야기를 끊임 없이 진술하고 있다. 중국 내외부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던 중국의 장점이 사실은 허상에 불과하며 오히려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진단을 통해, 중국의 위기를 경고하는 것이 책의 주된 흐름이다. <블랙 차이나>의 원제인 <国经济萧条还有多> - 우리 말로 하면 '중국의 경제위기는 머지 않아 닥친다' (출판사 후기 참조) – 책의 이러한 관점을 직설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직면한 위기의 실상에는 G2의 반대편 축을 차지하는 미국이라는 현 패권 국가의 전략적이고 의도적인 노림수가 숨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라는 첨단 금융 시스템을 무기 삼아 중국을 현금 인출기로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달러의 문제, 자원의 문제, 지식산업의 문제 등 많은 사례를 들면서 중국의 이러한 이면적 위기를 폭로하는 이유는, 단지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시각에서가 아니라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패권국가가 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중국이 위기를 직시하고 이를 개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중국식 사상아메리칸 마인드를 능가하여 세계 최강대국으로 우뚝 서길 바라는 애정 어린 마음으로 환부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중국의 현실은 무엇인가?

 

2012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2011 2분기 대비 7.6% 성장에 그쳤다는 것이 크게 기사화되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이 8% 이하를 기록한 것이 3년 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유럽을 휩쓰는 재정 위기와 미국의 경기 침체가 맞물려 중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기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나비효과를 살펴보자.

많은 이들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는 결코 좋은 수식어가 아니다. 미국이 2001년 이후 자국 내 제조업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대신 기술 혁신을 통해 더욱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 반면, 정작 중국은 저 부가가치의 가공무역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 뒷면에서 새겨진 Designed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라는 문구는 美(애플)과 中(폭스콘)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세계의 공장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수요를 훨씬 능가하는 악성 과잉 생산 단계에 접어들어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생산은 폭증하는 데 비해서, 눈 높이가 높아진 자국 내 소비자는 오히려 수입품을 찾기 시작하여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점점 커지게 되었다.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고급 분유 수입이 증가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제는 임금 인상률이 성장률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자, 해외 업체들은 동남아나 인도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면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장이라는 물리적 자산이 필요한 제조업은 매몰비용(Sunken Cost)이 존재하기 때문에 금융 자본과 달리 쉽사리 이동이 불가능하여 문을 닫은 채 버려지게 되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세계의 공장이 직면한 현실이다.

 

그런데, 그 버려진 공장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공업화 초기 붐을 틈탄 부동산 열풍에 힘입어 중국 전역에 걸쳐 개발된 농업 지대가 바로 그 버려진 공장터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중국인들에게 음식과 식수와 목화를 제공하던 비옥한 땅이 엎어지고, 공장과 아파트와 인프라 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땅은 난개발 폭풍이 지나간 뒤 버려진 땅이 되어버렸다. 이제 중국인들은 경기 침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식량을 수입하고, 식수난을 겪고, 부동산 버블이 터지는 것을 걱정하면서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복합적인 진단이다.

 

이런 복잡하고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 중국은 어떤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GDP로 대변되는 성장형 정책은 더 이상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가계, 기업, 지방정부가 상환 능력을 초과하여 부동산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GDP가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21세기 경쟁 환경에 걸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두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이 액면 그대로의 전통적인 물리적 도서관에 집착하는 동안, 미국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서 디지털 정보를 더 쉽고 빠르게 획득하게 되었다면서 중국 전체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따끔한 충고와 함께 마무리한다.

 

 

책을 덮으며


비록 이 책은 중국의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만, 위기의 본질은 우리에게도 상당수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청년 실업으로 인해 희망을 잃어가고, 사교육비에 걱정하는 청장년층과, 주택담보대출에 힘겨워하는 베이비부머가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위기는 <블랙차이나>에서의 복합적인 경고가 결코 남의 이야기만으로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대중 무역흑자가 대미 무역흑자보다 7배 이상인 오늘날,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붕괴는 우리에게는 당사자보다 더욱 아프게 다가올 지도 모른다. 초연결(Hyper-connected) 시대에 우리 이웃의 어두운 현실을 아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상 깊은 문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는 것이다. 남이 눈앞의 위기를 못 알아보는 것을 비웃으면서 정작 우리 눈앞에 다가온 위기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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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따먹는 사과가 사라지는 이 시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표지의 강렬한 이미지는 오늘날 우리가 혹은 미국이- 처한 상황을 의미한다. 침체 Stagnation은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지만, 경제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사실상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사회 또는 국가 전체가 녹아 내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혁신에 관한 혁신적 책

은 상당히 야심차면서 자신감 있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인 저자 타일러 코웬 Tyler Cowen 은 원래 전자책으로만 출판할 의도였다고 한다. 오늘날 미국 경제가 침체를 맞게 된 원인이 혁신(확산) 부족이라는 점에서, 출판/미디어 업계의 혁신인 전자책이 얼마나 보급이 ()되어 있는지 직접 입증하기 위한 실험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Creative Common License를 소개하는 책 스스로가 CCL로 저작권을 풀어버린 것과 같다고 할까?


그러나, 저자의 자신감 넘치는 의도는 의외의 방향에서 실패했다.

수많은 공신력 있는 전통 미디어 – NYT, WSJ, FT, Forbes, Economist 에서 이 책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자, 저자는 혁신에 관한 혁신을 포기하고 물리적인 형태의 전통적 종이책으로도 발간할 수 밖에 없었다.

 

 

경제적경제학적으로 쓰여진 경제도서

경제학은 항상 최소의 자원을 염두에 두는 학문이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이 쓴 글(주로 논문)을 읽어보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 힘든 경우가 있다. 수식어를 줄이고, 최소한의 간결한 표현을 금과옥조로 여겼기 때문이다. 150여 페이지 밖에 안 되는 이 책도, 불행하게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읽기 어렵지만 내용은 탁월한 경제학 논문처럼 상당한 내공을 요구한다. 개념을 이해하고, 전후 관계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책이길래? … … … 제목을 살펴보자.

 

1 쉽게 따는 과일을 먹고 살았다 
2
생산적이지 못한 신경제 
3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까? 
4
쉽게 따는 과일을 먹은 정부 
5
그렇게 엄청난 금융위기는 왜 일어났나? 
6
우리가 해결 할 수 있을까? 

쉽게 따는 과일은 오늘날 미국 경제가 실패한 근본 원인을 일컫는다.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갈린 정치적 양극화와 거기서 파생된 분배론, 부의 불평등이 원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쉽게 따는 과일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상의 토지, 수많은 이민자, 강력한 기술력.

 

책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상식을 논리와 통계를 바탕으로 깨트리는데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쉽게 말해, 정부의 소비지출, 교육비 지출, 의료비 지출은 GDP 25%를 차지하지만 헛된 돈을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쉽게 따는 과일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삽질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침체가 올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인터넷은 경제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인터넷의 역할에 대해서 다소 불확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 기존의 전통적 GDP 시스템에서는 측정 불가능한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고 말한다. 0에 가까운 비용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즐거움이라는 혜택은 분명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터넷은 경제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혁신은 아니라면서 분명한 선 긋기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다운쉬프팅처럼 물질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결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행위가 아니라며 인터넷이라는 혁신을 적어도 현 시점에서- 낮게 평가하고 있다.

 

부자들도 인터넷을 하면서 다이아몬드를 하지 않고 트위터만 한다” (p.89)라며.

 

1930년대 대공황 때에,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울함을 달래고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에서 얻는 위안은 적어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점에서는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컴퓨터 한 대와 한달에 약 2~3만원 인터넷 요금만 내면, 전세계의 수많은 오락 거리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축복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음반 시장이 몰락하고, 서적/신문 등 미디어가 몰락하는 것을 보면인터넷이라는 과일은 블리자드한테만 좋은 과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나려면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개념은, 경영 분야에서 주로 쓰는데 존속적인 혁신이 아니라 소위 깨는혁신이 일어날 때 게임의 법칙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표현이다. 저자는, 거대한 침체에 접어든 미국사회가 바로 이런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희망의 원천은 크게 세 가지라고 주장한다.

1) 인도와 중국의 (공급/수요자로서) 과학과 공학기술에 대한 관심

2) 무한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 인터넷

3) 미국 교육제도 개선의 희망

 

거기에 덧붙여서 과학자의 지위를 높이자” “정치적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라면서 미국이 다시 부흥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규범적, 추상적 결말이 아쉽지만 현재를 진단하는 통찰력


지난 300여 년간의 미국 경제 흐름을, 단 몇 십 페이지에 압축하면서 보여준 통찰력 있는 분석은 인상적이었다. 나아가 왜 미국 경제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지에 대한 진단도 탁월한 시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서는 다소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다. 너무 거창하게 판을 벌였던 탓일까? 기술적 혁신이 새로운 미국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점까지는 충분히 수긍할 만 했지만, 그러기 위해서 과학자의 지위를 높이자라는 결론에 달하게 되면 고개를 살며시 흔들게 된다.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일까? 아니면 저자의 의도가 너무 야심 차서 수습하기 벅찼던 것일까? 어찌되었건 결말은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거기까지 접근하기 위한 저자의 시각은 충분히 새겨 들음직하다.

 

<참고

저자 Tyler Cowen 블로그 www.marginalrevolution.com

 위클리BIZ 인터뷰 기사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10/20110610012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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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탱고경영

저자 형원준 | 출판사 한빛비즈



Do the Tango on Business Process Platform


이 책은, SNS로 대표되는 초 연결 사회에서 기업 경영이 어떻게 변모해가고 있으며, 이런 환경 속에서 생존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성공 기업이 되기 위해 대처해야 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고객과 밀고 당기며 함께 춤추는 TANGO 탱고라는 춤에 비유해서 탱고 경영을 화두이자 책의 제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탱고 경영의 기본 컨셉과 함께 세 가지 요소를 각각의 장으로 구성해서 총 4개의 장으로 보기 좋게 나뉘어 있다.


첫째, 고객과 밀착하는, 리얼타임 동기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 조차도 실시간으로 처리해서 조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병목 현상을 푸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또한 SNS 등을 통해 소비자를 포함한 각종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케 되면서 대량 생산, 일방 생산에서 벗어나 그때 그때 수요에 실시간으로 맞출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둘째, 파트너와 협업이 되는 (글로벌 표준) 플랫폼 화

플랫폼이 플랫폼으로 가능케 하는 것은 표준화와 모듈화라는 두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표준화를 통해서 어느 누구라도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잘게 쪼갠 모듈화를 통해서 큰 부담 갖지 않고 작은 부분이라도 플랫폼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플랫폼의 거래 비용에 관한 점이다. 경제학자 Robert H. Coase 는 거래 비용 Transaction Cost 라는 개념을 소개하여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을 단순히 소개하면 Make or Buy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덜 비용이 드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솔루션 업체인 SAP Korea의 대표인 저자는, 어설프게 직접 개발하거나 저가 솔루션을 쓰지 말고 글로벌 표준 플랫폼인 SAP을 쓰라면서 드러나지 않게 - 그러나 노골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즉 SAP 솔루션을 ‘BUY’하는 것이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게 이 책의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셋째, 파트너와 정량적, 정성적, 감성적으로 하나가 되는 감성 소통

마켓 3.0 시대에 소비자의 감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단지 기업 경영을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감동을 주고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저탄소 배출이라던지 사회적 책임과 같은 패러다임이 새로운 시대의 경영 철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에 걸쳐 복잡한 영어 약어가 난무하고 있고, 글로벌 경쟁 환경의 묘사가 정신 없이 녹아 있어서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탱고 경영은 쉬운 듯하면서도 경영계의 복잡한 개념이 담겨 있는 경영 철학이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탱고 경영의 좋은 예는 바로 당신 손에 이미 들려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쓴다는 스마트폰은 동일한 스펙의 하드웨어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 깔려있는 앱(App)의 가지 수를 고려하면 대한민국에 동일한 스마트폰은 단 한대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Mass Customization) 방식이 바로 탱고 경영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경영 환경은 – 필립 코틀러라는 경영학의 대가가 지칭했던 아니건 – 3.0 시대에 돌입했고 좋든 싫든 거의 모든 기업은 초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생존해나가야만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되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노키아, 모토로라, 닌텐도, 코닥이 이미 문을 닫았거나 닫기 일보직전에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보다 훨씬 영세한 기업은 앞으로 10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저자가 주창하는 탱고 경영의 3 요소 – 리얼타임, 플랫폼, 감성 소통의 원칙을 잘 따른다면 오늘 창업한 회사가 10년 뒤 아니 5년 뒤에 글로벌 1위 기업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은 바로 그런 ‘인생 역전’을 가능케 하는 3.0 경영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S.

1. 

추천사를 쓴 싸이월드 창업자 형용준 씨는 지은이 형원준 씨의 친 동생이다. 대한민국 IT 업계에서의 용감한 형제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가족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겠지만, 친동생이 추천사를 써 준 것은 뭔가 어색한 게 사실이다.


2

책의 전반에 걸쳐 ERP 분야에서 사용되는 수 많은 약어가 등장한다. 일부 처음 들어보는 약어는 영어 풀이를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제법 있었다. 책의 말미에 Glossary 를 통해 풀이를 해줬으면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3.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네 슈퍼마켓이나 식당에서 메뉴를 두 배로 늘리면 재고는 네 배, 다섯 배로 늘어나는 것”(P.199) 처럼 이 책의 약점 중 하나는 사례를 여러 번 들면서 책의 분량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져 버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정 경기 타수에 대한 비유, 캐터필러 사의 센서 부착 사례 등 뿐 아니라 SAP이 인수했다는 석세스 팩터 소개와 함께 HANA 솔루션의 (자랑)소개 등 동일 사례를 굳이 여러 번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또한 탱고 경영의 3대 요소가 서로 혼재되어 등장하면서도 불필요한 분량이 늘어난 부분도 감안하면, 실제 책의 내용은 2/3 정도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4.

저자의 궁극적인 희망 중 하나는, 완벽한 정보화를 통해서 ‘네트워크끼리의 정보가 통합되는 것은 인류가 하나 되는 방향으로의 진화’라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지향점은 ‘포기할 수 없는 물질 문명 속에서 인본적인 균형’을 찾는 ‘홍익인간형 기업/CEO’라고 결론 짓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결론은 지나친 비약이면서 그야말로 뜬금 없는 결론이 아닌가 싶다.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던 것일까? 굳이 그렇게 맺지 않고 탱고 경영의 컨셉과 요소, 지향점만으로도 뜻하는 바가 충분할 것 같은데…다소 무리수를 던지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사족이자 궁금증.

지은이는 파트너와의 협업과 감성 소통이 중요하다는 탱고 춤을 직접 즐기고 이 책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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