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6월 대개봉! 커밍 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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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구나. 어제도 열심히 살았고, 아마 내일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내 삶은 왜…?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말 남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열심히 사는 것이 열정이나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내지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뭔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면서, 나아가 만에 있을지 모를 실패에 대한 사전 면죄부가 되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이를 ‘소외된 능동성’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p.30). 행동은 존재하나 주체는 없기 때문이다.
‘소외된 능동성’이라니! 어제의 내 삶, 오늘의 내 삶, 그리고 아마도 내일의 내 삶을 묘사하는데 이보다 적확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저자 문요한 씨는 심리 훈련 전문가이지 정신과 전문의로서 닦아온 메스를 이처럼 폐부에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대고 있다.
저자의 전작 <굿바이 게으름>이 30만부 이상 팔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책 이름이나 혹은 저자의 이름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렇고 그런 ‘멘탈 힐링’을 빙자한 뻔한 책이 한 권 더 늘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고 또 넘길수록 초기의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지게 되었다. 너무나 식상한 표현이지만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새삼 되새겨보면서, 진정한 자율성을 찾기 위해 ‘나’를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거창한 심리학적이나 정신분석학적 이야기가 아니라 자잘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는 점이다. 책의 큰 주제인 자율성 그리고 능동성에 관해서 정신과 의사로서 본인의 상담 사례를 적절히 섞어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나’ 말고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저자는 결정 장애와 관련하여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한다. 애초에 후회 없는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데 ‘무결점의 결정’을 내리기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서, 오히려 그렇기에 결정을 못하거나 주객전도의 상황에 빠지곤 한다는 것이다. 추억을 잘 담기 위한 카메라를 고르던 사람이 가격비교 사이트 등에서 수 많은 기종과 다양한 가격대라는 선택지를 마주하면서 어느새 본질과 목적은 상실해버리고 단지 조금이라도 좋은 제품을 싸게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가격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왜,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가가 핵심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비판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의 단점은 사례가 지나치게 많이 언급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장점이긴 하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한 것이다. 왜냐하면, 저자가 인용하는 사례의 상당수가 해외의 논문과 연구 결과에서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생생한 목소리를 담으려는 것은 좋으나, 대한민국 3040의 현실에서 벗어난 이야기거나 혹은 지나치게 원론적이고 아카데믹한 이야기를 읽고 있다 보면 생생한 장점조차 희석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 하나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정확한 독자가 누구이며 자율성을 회복하는 대상이 누군지에 대해서 다소 불명확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는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3040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듯하나, 한편으로는 3040 본인이 아니라 부모로서의 3040을 이야기하면서 그들 자녀의 자율성을 논하는 지점에 이르게 되면 이 책의 목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일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챕터 말미에 다양한 워크북이 포함되어 있어 나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순탄한 삶을 살아오던 사람들 중 대다수가 어느 순간에는 비포장도로에서 길을 헤매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다시 평탄한 길로 접어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평탄한 길은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닫고 그 대신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으면서 울퉁불퉁한 비탈길에서도 ‘이 차의 주인은 나다. 운전은 내가 한다’라는 마음을 잃지 않는 마음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람마다 시기는 다르지만 대개 스무 살을 넘으면 인생은 방향 표시도 제대로 없는 비포장도로에 접어든다. 누구나 아찔한 어지럼증에 시달리기 쉽다. 그러한 인생에 가장 좋은 멀미약은 포장도로를 찾기보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는 것이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도쿄 지방 검창철 검사로 30년 간 일한 뒤, 변호사로 활동 중인 우에노 마사루 씨가 말하는 '원하는 대화를 이끌어 내는 반론 방법'에 관한 책이다.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서문에는 상당히 의미 심장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검사와 변호사로 5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저자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반론'이란, 자신에게만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토론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머리 속에, 마음 속에 고여 있고 막혀 있던 답답한 생각 또는 느낌이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반론'의 진정한 의미가 될 것이다.
진정한 반론은 자기 자신만의 승리가 아니라, 상대의 이익과도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반론이란 무엇일까? 때로는 질문을 던지면서 반박을 하기도, 때로는 웃으면서 부드럽게 받아 치기도 하다가 어떨 때는 강하게 주장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엉뚱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다가, 때로는 멋적게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반론의 방법은 이처럼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반론은 다섯 손가락처럼>
그렇다면,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진짜 '반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본 책에서 총 5가지 챕터로 분류된 53가지 반론의 기술에 대해서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있다.
1장 노를 "예스"로 바꾸는 반론
2장 불리할 때 사용하는 반론
3장 약점을 드러내지 않고 이기는 반론
4장 심리트릭을 활용한 반론
5장 유형별 효과적인 반론
그 중에서도 몇 가지 특별히 인상적인 것들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01. 원정 그라운드를 홈 그라운드로 바꿔라: 불가피한 원정일 경우 일찍 가서 사전에 정보를 습득해라
03. 큰 반론을 성공시키려면 먼저 작은 반론을 하라: Foot in the door
08. 마음을 열지 않는 상대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여라
12. 이야기 도중에 상대가 우쭐거릴 만한 화제로 유도하라
17. 반론을 듣지 않는 상사는 손해 보기 쉽다
27 불행의 이유를 '행복의 이유'로 바꿔라
33. 과도한 경어나 상투적 표현으로 반론을 봉쇄하라: 정나미를 떨어트려라
35. 약한 '나'는 '우리'로 바꿔 말하라
44. 거절하고 싶을 때는 먼저 칭찬하라
53개 전부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일부 반론 기술은 아래와 같이 그림으로 도식화된 설명이 주어지고 또 어떤 기술은 본인의 에피소드 혹은 과거 역사, 문학 또는 영화 등 예술 작품 속 이야기 등의 사례로 설명하고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기억에 남는다.
<이런 상사는 사절이다>
일부 반론 기술은 서로 중첩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고, 어떤 것들은 딱히 반론의 기술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민망하거나 당연시될 정도의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의도가 무뎌지거나 무의미해진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제목이 자극적이면서 극단적인 구석이 있기는 하다.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변호사"와 같은 반론을 펼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렇지만, (일단은 아쉬운대로 본인이라도, 나아가 만약 가능하다면 상대방도 포함해서)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대화의 기술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일례로, 어릴 적의 나는 평소에는 퉁명하고 무뚝뚝했지만, 용돈이 아쉬울 때가 되면 아침부터 상냥하고 잘 웃는 아이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는 하지만, 당시의 내 전략은 너무나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었나 싶다. 웃는 얼굴로 안방에 들어가는 순간, 항상 어머니는 "오늘은 또 뭐가 필요하니?"라고 말씀하셨으니까. 만약 내가 서로 기분 좋은 중장기적 전략을 쓸 줄 알았더라면, 아마 과자 한 봉지는 더 사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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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 조르디 쿠아드박 지음 / 북로드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
헌혈 센터 직원도 아니고, 간혹 혈액형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당혹스럽다. “xx형입니다”라고 하면, “아!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대꾸를 해줘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고작 4가지 분류로 나눠놓으면서, 이상하기 짝이 없는 스테레오 타입에 껴맞춰서 ‘그 사람은 xxx한 사람이야. 왜냐하면 xx혈액형이니까 말이야’라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함을 넘어 부당함 내지는 무지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성격 대신 행복에 관해서 논하는 이 책은 적어도 그런 면에 있어서 만큼은 혈액형에 비하자면 훨씬 합당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아니 오히려 흥미로운 점이 많은 책이다. 총 52가지 섹션을 6개 장에 나누어 담은 ‘행복학’에 관한 이 책은 수 많은 주제(섹션)별로 심리학자, 경영학자, 의학자 등이 세월에 걸쳐 연구한 각종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행복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학문적 근거 있음”이라는 든든한 빽과 함께 외롭지 않다는 안도감을 건네 준다.
오늘날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행복은 ‘주관적 안녕감’으로서 ‘부정적 감정은 피하고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며 삶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이다. 주관적 안녕감은 무엇이며,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다 필요 없다. 삶의 만족감과 관련된 것이라고만 생각하자.
삶의 만족감과 행복에 관한 본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행복에 대한 진지한 잡담
2장. 행복한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3장. 지극히 사적인 행복
4장. 행복을 오해하지 마라
5장. 진정한 행복의 비결
6장. 행복은 실천하는 것
이 책의 특징은 행복에 관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 있다. 즉, 한 섹션에 3-5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단 분량에 부담이 없고,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또한 다루는 내용도 돈, 주거지, 건강, 미모, 자녀, 나이, 결혼, 섹스, 친구, 목표, 직업 등 다양한 주제에서의 행복의 의미와 이를 증대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사람살이의 모든 측면에서 볼 수 있는 행복을 소소한 것부터 거시적인 국가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존에 알고 있는 관념을 깨어 부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4장 행복을 오해하지 마라. 이 특히 대표적이다.
20. 돈이 행복하게 해줄까?
21. 직장에서 머나먼 전원주택과 직장 옆 원룸 중 어디가 행복할까?
22. 건강해야 행복할까? –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한다!
25. 가장 행복한 나이는? – 65~85세라고 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행복’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이 좋은 점 또 하나는 각 섹션 별로 레퍼런스(참고문헌)이 모두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많은 한국 번역서들이 원 저자의 노고를 애써 무시해가면서 – 참고문헌 정리하고 인쇄해봐야 얼마나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 참고문헌 자체를 빼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고맙게도 이를 모두 살려주어 만약 연구 결과의 원문이 궁금하다면 이를 직접 찾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정상’을 ‘비정상’으로 만든 좋은 사례라고 해야 할까?
행복에 관한 대표적인 개념 중 하나는 GDP와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 지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한국의 낮은 순위일 것이다.
<섹션 8.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 세계 가치관조사의 Ronald Inglehart>
책에 따르면, 행복은 개인적인 목표에서 온다고 했다. 행복이 되었든, 경제력이 되었든 간에 무의미한 거시 숫자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짜 행복과 성공과 만족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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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 하명희 / 북로드
oo야, 우리 영원히 사랑하자
xx야, 우리 오래오래 사랑하자.
영원을 속삭이던 남자와 당장은 모르지만 분명히 언젠가는 다가올 그 날까지 사랑을 이야기하던 남자가 있었다. 영원의 남자는 어렵사리 쟁취하게 된 사랑에 영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반면, 언젠가는 헤어지고 또 다른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영원 대신 오래라는 제한을 붙였다.
두 남자는 사실 한 사람이었다. 영원이 영원에 이르지 못하는 경험을 겪고 나자, 영원을 대신하여 하루 하루를 오래 오래 모으려는 지극히 현실적인 접근을 하게 된 것이다.
영원과 오래의 사이에는 고독이 존재했다.
영원할 수 없는 순간이 멈추고, 또 다른 ‘영원’이라는 환상이 찾아오기 전까지의 시간을 남자는 어찌 살아야 할지 몰랐다. 슬픔인지도, 후회인지도, 각오인지도 아무 것도 모른 채 시간은 절로 흘러갔고 어느 순간에야 깨달았다. 고독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는 영원이라는 불가능 대신 오래 + 오래를 택하기로 하였고, 혹시 중간에 빠져버린 톱니바퀴는 고독이라는 본드로 메꾸기로 한 것이다.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랑이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비로소 고독을 알게 되고, 고독과 친숙해졌다고 생각할 무렵 사랑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사랑을 해보지 않으면 고독을 모르고, 고독을 겪지 않으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다.
소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사랑이 뭔지도 모른 채 고독을 껴안게 된 여자와, 고독 속에서 살면서도 사랑을 모르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원했건 원치 않았던 단절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일방향적인, 그야 말로 PC통신 시대스러운 관계의 이야기다. 02로 시작하는 집전화로 설레임을 건네고 싶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을 때, 그 설레임은 유보될 수 있고 오히려 더 큰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연결되지 않은 전화가 가져오는 고독은 단지 잠깐의 기다림일 뿐이며 분명 더 큰 사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그와 그녀는 기다림의 즐거움을 믿고 더 큰 보답을 기대한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소위 모바일 유비쿼터스 시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나를 ‘씹는’ 것이기에 설레임은 곧 바로 ‘1’이라는 숫자와 함께 분노로 나타날 것이다. 받지 않는 전화는 나의 고독을 잠시 연장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상실을 의미하며, 이는 나아가 사랑의 상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어떻게 견뎌내야 할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영리하게도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대 초반, 아직 우리가 ‘스마트’해지기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스마트’한 연애보다 더 큰 사랑은 고독과 기다림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처럼… 물론 그 보답은 아무도 기약할 수 없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드라마 작가 하명희가 쓴 본 소설은 원포인트의 따뜻한 감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전혀 예기치 않은 시점에서, 극히 미미한 순간에 반짝이는 감수성은 읽는 이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 주곤 한다. 마치 족발 집에서 일하는 프랑스 유학파 요리사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이렇다. 일방향 사랑을 하는 세 사람이 있다. 첫 번째 사람은 두 번째 사람을 응시한다. 그러나 두 번째 사람은 세 번째 사람만을 쳐다본다. 이 시점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더 고독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며시 비치는 세 번째 사람의 얼굴 결정적 포인트다. 그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다. 일방향 사랑의 종착역이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 곳에도 마음이 뻗어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진실은 모른다.
내가 오래 전에 버렸던 이름을 그가 다시 불러 주었다. 그는 나의 어떤 것도 버리지 않는 남자처럼 내게 다가왔다(p.139)
꽃은 원래 그대로인데 이름 붙이고 의미 붙이고 애착한 건 나다. 꽃이 내게 이름을 붙이라고 하지도 않았고 의미를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순전히 내 뜻이었다 (p.178)
아쉬운 점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함이 떨어지고 균형이 맞지 않다는 점이다. 사랑을 하면 유치해지거나 바보가 되기 때문일까?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라던지 가지고 있는 힘에 비해서 유독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지나칠 정도의 가벼움 혹은 오글거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역시도 애절한 사랑으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아래 문장에서의 ‘홍아’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똑 같은 드라마를 봐도 사람에 따라 그 감상이 다르다. 홍아가 리얼리티가 없다고 평한 드라마가 정선에겐 가슴을 두드리는 울림이 있었다. (p.210)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제 1원칙: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당당하게 말하라제 2원칙: 경청하라제 3원칙: 친절하라제 4원칙: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말하라제 5원칙: 다른 사람을 인정하라제 6원칙: 좋은 질문을 하라제 7원칙: 평등하라제 8원칙: 당신의 이야기를 하라제 9원칙: 거침없이 웃어라제 10원칙: 삶을 모험이라고 느껴라제 11원칙: 자유롭게 말하라
난 인문학과 거리가 먼 편이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인문학이 싫다. 그건 마치 플레밍의 법칙 대신 락커인 마냥 손가락으로 peace를 그리던 시절에 가지고 있던 물리학에 대한 감정과 유사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작 학생 때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가 전부 경제학과 경영학에서 나오는 줄만 알았었는데 머리가 조금 굵어지고 사회에 나와보니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깨달음이 있다고 해서 정작 인간의 존재 이유, 사유의 방식, 심리적 동기 등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경시해왔던 ‘인간’ 자체에 대한 경외감이 깊고 또 깊어지면서 예전보다 더 멀어지고 더 어려워졌다는 게 사실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인문학이 싫다. 마치 존 앰브로즈 플레밍 경(Sir)을 이해하려고 들면 들수록 정작 더 싫어졌던 것처럼.
그런데, 정말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보르헤스를 말하고, 라깡을 말하고, 아도르노를 말하는 것인가? 이런 사람들이 떼거지로 등장하기 때문에 플레밍 경과 동급으로 취급한 것인 것이었을까?
여기 한 국문학 교수이자 스스로 ‘인문학 과격주의자’라고 칭하는 40대 ‘아줌마’가 있다. 주로 하는 일이라고는 최백호부터 장기하까지 노래를 들으며 센치한 감상에 빠지거나, <연애시대>부터 <신사의 품격>까지 드라마를 청승 맞게 본방사수하는 게 특기이다. 어디 그 뿐이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부터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에 이르기까지 책을 논하고, <러브 액츄얼리> 부터 <은교>까지 다양한 영화에 대한 ‘썰’을 푼다.
소소한 일상에 숨겨진 인문감성
온갖 수많은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이처럼 문어발, 백화점 식의 소재로 논하고자 하는 목적은 결국 단 한 가지 ‘인문감성’을 채우고자 함이다. 소소하게 지나가는, 돌이켜 곱씹어 봐야지만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미묘한 순간들. 그 순간 순간 속에서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인문감성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자 이 책의 목표이다.
인문감성이란 마치 이런 순간을 뜻할 것이다. 내 애인의 스마트폰에 어떤 앱이 깔려 있는지에는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을지언정, ‘가장 최근에 재생한 노래’ 또는 ‘가장 많이 재생한 노래’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사람에게는 결핍된 그 것말이다.
[500일의] 썸머가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의 제목을 물은 남자였다. 참으로 별것도 아닌 희한한 일로 결혼까지 한다고 생각할 줄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는 자기 애인이 읽고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를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물어보는 일은 대단한 사건인 것이다(p. 214)
그러니, 일상에서의 사소한 의미부터 재발견하는 작업을 시작하라고 주장한다.
공주의 망상이 진실로 빛나는 때
사랑이 사유로 반짝이는 순간
나에게서 낯선 행복을 발견하는 순간
고독이 명랑해지는 순간
상처가 이야기로 피어나는 순간
우리가 기꺼이 환대할 순간
5개 챕터의 제목들이다. 제목을 처음 보는 순간 ‘소녀 또는 공주스럽다…’ 내지는 ‘낙관주의 혹은 망상주의자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저자 한귀은 교수는 솔직하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놓치지 않는다. 그것이야 말로 자기 자신을 찾는 첫번째 단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애인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없다. 거짓말을 하면 결국 자기 자신이 속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했을 경우, 내 애인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 자산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p. 87)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비록 겉으로는 잘 드러나 있지 않지만, 여성을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40대 아줌마 선배가 20대와 30대 후배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시각을 풀어서 설명해주는 느낌이랄까? 보편적 감성으로서 남성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는 반면, 일부 글에서는 약간 망설여지고 머뭇거려지는 순간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 명의 남성 독자로서는 조금 아쉽다고 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이 책의 진실된 단점 중 하나를 꼽자면, 짧은 감상과 치유는 될 수 있어도 그 울림의 소리가 내면에 오래 머물러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중문화를 통해 가볍게 풀어나가고자 했던 이 책의 장점이 동시에 단점이 되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 스쳐가는 모든 순간 속에서 새로운 감성을 느끼고 자기 자신에게 충만하고 싶다면 일독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