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 조르디 쿠아드박 지음 / 북로드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
헌혈 센터 직원도 아니고, 간혹 혈액형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당혹스럽다. “xx형입니다”라고 하면, “아!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대꾸를 해줘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고작 4가지 분류로 나눠놓으면서, 이상하기 짝이 없는 스테레오 타입에 껴맞춰서 ‘그 사람은 xxx한 사람이야. 왜냐하면 xx혈액형이니까 말이야’라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함을 넘어 부당함 내지는 무지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성격 대신 행복에 관해서 논하는 이 책은 적어도 그런 면에 있어서 만큼은 혈액형에 비하자면 훨씬 합당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아니 오히려 흥미로운 점이 많은 책이다. 총 52가지 섹션을 6개 장에 나누어 담은 ‘행복학’에 관한 이 책은 수 많은 주제(섹션)별로 심리학자, 경영학자, 의학자 등이 세월에 걸쳐 연구한 각종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행복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학문적 근거 있음”이라는 든든한 빽과 함께 외롭지 않다는 안도감을 건네 준다.
오늘날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행복은 ‘주관적 안녕감’으로서 ‘부정적 감정은 피하고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며 삶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이다. 주관적 안녕감은 무엇이며,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다 필요 없다. 삶의 만족감과 관련된 것이라고만 생각하자.
삶의 만족감과 행복에 관한 본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행복에 대한 진지한 잡담
2장. 행복한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3장. 지극히 사적인 행복
4장. 행복을 오해하지 마라
5장. 진정한 행복의 비결
6장. 행복은 실천하는 것
이 책의 특징은 행복에 관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 있다. 즉, 한 섹션에 3-5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단 분량에 부담이 없고,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또한 다루는 내용도 돈, 주거지, 건강, 미모, 자녀, 나이, 결혼, 섹스, 친구, 목표, 직업 등 다양한 주제에서의 행복의 의미와 이를 증대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사람살이의 모든 측면에서 볼 수 있는 행복을 소소한 것부터 거시적인 국가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존에 알고 있는 관념을 깨어 부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4장 행복을 오해하지 마라. 이 특히 대표적이다.
20. 돈이 행복하게 해줄까?
21. 직장에서 머나먼 전원주택과 직장 옆 원룸 중 어디가 행복할까?
22. 건강해야 행복할까? –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한다!
25. 가장 행복한 나이는? – 65~85세라고 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행복’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이 좋은 점 또 하나는 각 섹션 별로 레퍼런스(참고문헌)이 모두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많은 한국 번역서들이 원 저자의 노고를 애써 무시해가면서 – 참고문헌 정리하고 인쇄해봐야 얼마나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 참고문헌 자체를 빼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고맙게도 이를 모두 살려주어 만약 연구 결과의 원문이 궁금하다면 이를 직접 찾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정상’을 ‘비정상’으로 만든 좋은 사례라고 해야 할까?
행복에 관한 대표적인 개념 중 하나는 GDP와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 지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한국의 낮은 순위일 것이다.
<섹션 8.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 세계 가치관조사의 Ronald Inglehart>
책에 따르면, 행복은 개인적인 목표에서 온다고 했다. 행복이 되었든, 경제력이 되었든 간에 무의미한 거시 숫자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짜 행복과 성공과 만족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싶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