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를 정리하다, 지나간 나의 20대에 큰 힘이 되어 주었던 영양제와 같은 책을 '발굴'했다.

제목은 불순하기 짝이 없다. 까페에 들고 가서 읽다가...뭔가 민망한 마음에 표지를 가리고 읽은 적도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건, 1996년에 예문 출판사에 나온 건데

판권이 바뀐 건지... 요즘은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오는 것 같다.


 

비록 제목은 불순하지만, 이 책은 22살에 일본 최고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한 무라카미 류가 본인의 학창 시절인 1969년을 배경으로 하는 자전적 성장 소설이다. 일본의 전공투에서부터 비틀즈, 롤링스톤즈, 제니스 조플린, 히피 문화가 배경이 되어 요즘 말로 '잘나가고 Cool해지고 싶은' 소년의 이야기랄까?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부천국제빤타스띡 영화제에서 감상하기도 했다.




제목은 불순하기 짝이 없다. 까페에 들고 가서 읽다가...뭔가 민망한 마음에 표지를 가리고 읽은 적도 있었다.


선생, 형사, 동네 불량배와 같은 권력층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진 남자 고등학생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짝사랑하는 아리따운 여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온갖 꾀를 지어내고 시시하기 짝이 없는 동네에 페스티벌이라는 문화를 가져오는 선구자이다. 더 나아가 단지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라는 현수막을 학교 외벽에 설치하고 119일 동안 근신을 먹은 문제아 이기도 하다.


오직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재미 있어서'라는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읽는 이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없이 유쾌함에 가까운 성장기'라고 해야할까?


나는 이 책을 20살에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만약 고3때 처음 읽었더라면 내 인생이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가끔 해본다.

학교를 점거하고, 교장실에 X 테러를 저지르는....일 까지는 못했겠지만,

하여튼 더 재미 있는 10대를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대에 접어들어서 이 책을 읽은 게 다행스럽기도 하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지나간 버린 시간을 붙잡고 후회하기 보다는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어찌되었든 학창 시절에 근신, 정학을 안 받게 해주었다는 장점도 있고....)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던 것과 비슷한 20대 초 중반의 젊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힘든 10대 학창시절을 견디고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왔지만....

세상은 마음 먹은 대로 잘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더욱 힘들어만 가는 시기의 그들에게

비록 돌아갈 수 없는 10대 시절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위안을 받고,

동시에 과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권하는 바이다.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주인공이 옥상을 바리케이트 점거하고 아래로 내건 현수막의 문구다.

권력에 저항하고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센 권력을 갖는 게 아니라 

(그들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상상력을 가지는 길이다.

즉, (기성세대 등 기득권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 그들을 이기는 길인 것이다.


예전에 장기하와 얼굴의 노래 중에 '별일 없이 산다'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었다.

그 노래야 말로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였던 것이... 69의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네가 깜짝 놀랄만한 애기를 들려주마 /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 뭐 별다른 걱정 없다 / 나는 별일 없이 산다


... 그런데 사실 이 책은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하다는 느낌이 어디 20대에만 오는가?

30대 애정 푸어도, 40대 에듀 푸어도, 50대 하우스 푸어도 다 마찬가지로 힘들다. 나이들면서 내색을 안할 뿐이지.

그럴 때 아무 생각 없이 즐겁고 유쾌하게, 마치 한편의 코메디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삶에 지치고 보이지 않는 권력에 압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의 당신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힘이 주어질 것이다. 상/상/력.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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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몬에서 조사한,
"부모를 닮은 배우자와 결혼하겠는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05/08) <연합뉴스 기사>

남자의 경우, 어머니를 닮은 배우자가 좋다가 42.9% 로 싫다보다 2.2%P 많은데 비해
여자의 경우, 아버지를 닮은 배우자가 싫다가 65.4% 로 좋다보다  47.5%P나 압도적으로 많게 나타났다.


존경하고 경외하는 무라카미 류께서 말씀하시길,

여자를 얻으려면 여자의 아버지를 이겨라.

라는 투로 어느 책에선가 이야기했는데 (무슨 책인진 기억이 안난다)


말인 즉슨,

여성의 입장에서 평생동안 가장 오래동안, 가장 많이 바라본 남성이 바로 자기 아버지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남성상=아버지 로 동일시하게 되고, 따라서 배우자를 찾을 때
자기 아버지와 유사하거나 +@인 남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류의 관점에서 본다면, 저런 설문조사는 큰 힘-이 된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가련한 위상이야 사실 말할 것도 없긴 하지만
65%의 대한민국 여성 동지가 자기 아버지를 닮은 사람을 싫어한다는 점에서 볼 때

바로 그 65%의 여성이 가지고 있는 남성상이란게 대체로 부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해본다면,
남자 대 남자로서 장인어른을 이기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까?!


정작 무서운건 17.9%의 여성들 : 아버지와 닮은 배우자가 좋다. 라는 바로 그런 여성들.

능력있고 성공하고 부드럽고 자상하고 따스하고 사려깊고 아내를 위하고 자식을 위할줄 아는
그런 아버지들 밑에서 자란 여자들은...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

그렇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는 적절한 표현은 아니겠지만ㅋ
좋은 아버지 밑에서,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여자들이
결과적으로 더 좋은 아내가 되고 더 좋은 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적(장인어른)이 막강할수록
전리품(너무나 성차별적 표현인가@)이 값지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을터!!


.... 근데, 왜 남자들은 어머니가 좋다(42.9%)라는 의견이 여자에 비해 더 많을걸까?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위대함이 입증되는 수치인걸까  혹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마마보이 기질이 드러나는 수치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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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본 기산데, 저녁에 보니 네이버 메인에 2개의 기사가 노출되면서
각각 백여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얼핏 읽어보니...

어버이날에 참 훈훈한 기사군요. 라는 반어법을 구사한 댓글도 있고,
슈퍼맨-슈퍼우먼 논쟁에서 확장되어 군대 가산점이 튀어나올랑 말할 하기도 하고...
니가 아버지의, 남자의 고충을 알어? 이래서 딸낳으면 안돼-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어버이날에 노출할만한 기사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런 가엾은 기사가 대한민국 부모님(특히 아버지)의 현실일지도......


네이버 : 동아일보 기사

네이버 : 파이낸셜뉴스 기사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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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참 뭐하다- / 신해철, 지승호 공저 / 부엔리브로

사실, 출간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다만, 나는, 그저, 단지,  Nell 4th Separation Anxiety 를 예약 구매하고자 했는데
CD 1장만 달랑 사면 배송비가 부과된다고 해서 놀란 마음에
신간 서적을 뒤지다가... 이책을 발견하고 덜컥 장바구니에 넣어버린 경우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딱 2개로 함축될 수 있는 내 고등학교 시절의 키워드 중 하나가 N.EX.T 라는 점에서
- 나머지 하나는 독서실 지하에서 매일 2시간씩 하던 Capcom 에서 나온 Street Fighter EX -

실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사고 싶었으나
단지 ' 너 아직도 신해철 좋아하냐?'라는 자신에게 묻는 질문에 대답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

그렇다고, 배송비를 아끼려고 샀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잖아!'라는 지적 앞에선 숨을 수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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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에 대한 이야기, 나아가 문화적이건 정치적이건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태도, 음악에 대한 일관성,  아이돌 그룹에 대한 생각,  기독교에 대한 생각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 사람은 정말 영리한 사람이구나 와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면이 있으면서 진짜 자기 삶을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대한 태도에서는 Hero 와 Hope 를.
Komerican Blues와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에서는 우리, 혹은 너희 나아가 대한민국에 대한 생각을.
그 외의 수많은 '철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철학적인 가사들이
그저 가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고가 가사를 낳고 표현을 낳고 행동을 낳는.......
대한민국이라는 후진국 내에서만 놓고보면 누구보다도 앞서있는 선진'국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책장을 다 넘기고 나니, 소장하고 있는 그의 모든 앨범을 꺼내서
- 부끄럽거나 혹은 자랑스럽게도 그 중 몇몇 앨범에는 친필 사인이 녹아들어있는 -
그가 걸어왔던 길이자 동시에 10대 후반의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길을 되돌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면접 때,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말에 대뜸 '신해철이요' 라고 했던 녀석이나
S모 전자의 입사지원서 존경하는 인물로 '무라카미 류'를 썼던 녀석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자신 조차도 알 수 없지만,
상호 링크된 두 사람이 가르쳐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만큼은 오랫동안 간직될 것 같다.


98년 경에 읽었던 '무라카미 류는 도대체?'에서 신해철이 쓴 글이

류와 나의 가장 큰 공통점은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끔직이도 싫어하는 것이다.
나는 류가 말한 "권력을 가진 자에게 복수하는 것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초라한 기성세대가 정말 싫다.
기성세대로 그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나는 사춘기 3년을 살다 죽겠다.

라는 구절이 여전히 나에게 전적으로 유효한지는 알 수 없지만,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만큼은 아직까지, 앞으로도 지속되길 스스로에게 바란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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