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강남역 교보 사거리를 지나가다보면
아, 이제 계절이 바뀌었구나. 를 실감할 때가 있다.

지난 금요일 강남역을 지나다가,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갑자기 쌀쌀해진 찬바람 뿐만 아니라 교보문고의 글판이 바뀐걸 보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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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버스안에서 중얼중얼 거리며 외우려고 하는, 광화문글판의 시들은
잔잔하게, 은은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마음 속에 다가온다.
http://www.kyobo.co.kr/introduction/cikokngwhi_history.do?p_cmd=intro


은은히 스며드는 가을 자락은,
반성과 성찰과 도약과 충전과 종결과 출발과 후회와 허무와 함께 공허로 다가온다.
그래서, 가.을.인가보다.


- 조향미 시인의 '국화차' 원문 -

찬 가을 한 자락이
여기 환한 유리잔
뜨거운 물속에서 몸을 푼다
인적 드문 산길에 짧은 햇살
청아한 풀벌레 소리도 함께 녹아든다
언젠가 어느 별에서 만난
정결하고 선한 영혼이
오랜 세월 제 마음을 여며두었다가
고적한 밤 등불 아래
은은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고마운 일이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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