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이 타이타닉 이후 11년만에 다시 만난 작품이라며
화제를 모으고, 여기에 낚인 아무것도 모르는 관객들의 분노도 모았던 

'Revolutionary Road'에서 사실 주목해야 할 것은 주연 배우가 누구냐라기보다
(물론,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는 것 자체도 주목할만한 일이지만)
감독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샘 멘더스, 
1965년 8월 1일 생. 잉글랜드의 Berkshire 의  Reading 출생
풀네임은 Samuel Alexander Mendes 이며 케이트 윈슬렛과 결혼.....

... 따위 말고

그가 전에 만든 작품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케빈 스페이시가 무너져가는 중년을 담담하게 그린 <American Beauty> 가 대표작이라고 꼽을 수 있으나
- 실제로 이 영화도 상당부분 오버랩 되는 부분도 있다 -
난 영화를 보는 내내 <Road to Perdition> 이 생각났다.


<아들과 함께 '퍼디션'으로 가는 톰 행크스, 쥬드 로가 마중을...>

<로드 투 퍼디션>을 보면, 탐행크스 부자는 '퍼디션'으로 가고 있기에 곧 영화 제목이 영화 내용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Perdition' 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파멸, 지옥, 지옥에 떨어짐" 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이다.

즉, 영화 제목인 <로드 투 퍼디션>은 
영화의 소재이자 영화의 주제를 동시에 담고 있는 중의적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퍼디션'이 아닌 '지옥'으로 가는 마이클 설리반>

샘 멘더스가 이번에는 자기 와이프를 출연시키고,
11년전 (영화 속) 연인이었던 디카프리오를 남편으로 하여,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찍었다.
원작 소설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어찌되었건 이번에도 중의적인 "로드"를 들고 왔다.



교양 있고 멋진 젊은 휠러 부부는, 
아름다운 집이 놓인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이사온다.

아름다운 교외에서 멋진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들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레볼루셔너리 (대변혁의, 대전환을 가져오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레볼루셔너리 삶을 위해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고 싶어했던 그들은 '레볼루셔너리 로드'라는 곳에서
자신들의 소망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정착한 것이 
그들 삶의 1차 혁명이자, 샘 멘더스의 첫번째 중의적 유희다.



<겁나 행복해보이는 프랭크와 에이프릴.... 그러나?>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에이프릴 휠러는,
이곳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지겹게 느껴지고 곧 새로움, 가능성, 꿈을 찾길 원한다.
여기서부터 둘의 사이는 멀어지고, 한때 해결안을 찾아냈던 휠러 부부는 다시 각자의 이유로 인해 멀어지게 된다.

- 프랭크는, 승진과 연봉인상, 새로운 기회라는 멋진 챤스를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화장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ㅇㅇ 기구를 빌미로 에이프릴을 '제정신이 아닌 어머니'로 몰아붙힌다.

   비단 남녀 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에 있어서 상대의 약점을 자신의 기회로 승화(-_-)시키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한다는 점을 보면, 프랭크의 태도는 굉장히 야비하면서도 충분히 있음직한,
그러니까 그만큼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묘사라고 볼 수 있다 - 


<동네 아줌마 아들, 미친 수학박사>

사실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이 정상이 아닌데, 오직 단 한사람만이 "실질적인" 정상인으로 나온다.
동네 아줌마의 아들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수학박사 '존'이다.
프랭크의 동료, 프랭크의 부하, 옆집 부부, 부동산 아주머니 모두가 사회적 관계와 체면이라는 가면을 쓰고
좋은 이야기, 입에 발린 이야기, 자신의 것을 집착하려는 이야기를 하는 반면

전기치료로 그나마 있던 수학 능력마저 사라진 존은, 
Nothing to lose 의 마인드로 될대로 되라 식으로 맘대로 떠들어대고, 
그 것이 프랭크와 에이프릴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게 불편한 진실!)


"I'm glad that I'm not gonna be that kid"
- 존의 이 대사는 프랭크가 영화 내내 울부짖는 갓* 이나 *쉿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파괴적인 욕설(저주?)

 
만약, 에이프릴도 / 프랭크도 아닌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면,
존의 행동이야말로 가장 '비'현실적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 ...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파국으로 치닫고, 결국 에이프릴은 극극극단적으로 혁멍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 에이프릴의 대변혁을 알게 된 프랭크는,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미친듯이 뛰어가는 것으로 
샘 멘더스의 두 번째 중의적 유희와 함께 "교양 있고 멋진 젊은 부부"의 아름답던 모든 것은 끝이 난다.


마지막에 프랭크가 뛰어가던 그 road는 무슨 길이었을까? 어디로 가는 걸까?
그는 왜 그렇게 에이프릴을 대했으며, 왜 에이프릴은 그런 선택을 했을까?

휠러 부부 혹은 에이프릴은 만약 
그들이 원했던 1단계 이상향인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떠나
2단계 이상향인 파리에서는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을까?

에이프릴 스스로의 고백에서도 '파리'는 단지 구실일뿐 최종 목적지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에이프릴은 그 어디에 갔더라도 결국 행복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을 것같다.

현실과 이상(혁명 혹은 레볼루션)은 공존할 수 없던 것일까?
... 에이프릴에게 있어서 어쩌면 진정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오직 단 한 곳 밖에 없을 것이고, 
    그녀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로드 투 퍼디션>처럼 대놓고 중의적인 의미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레볼루셔너리 로드> 역시 감독의 역량과, 배우의 역량 그리고 튼실한 스토리가 잘 혼합되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괜찮은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 엔딩 크레딧의 "For Mia and Joe"는 샘 멘더스와 케이트 윈슬렛의 딸과 아들이라고 한다.
기껏해야 열살 내외일 것 같은 아이들에게 이 영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로버트 로드리게즈처럼 자기 아이들 보라고 <스파이 키즈>같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모를까-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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