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people),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 아브라함 링컨, 게티스버그 연설(1863) 

 

150년이 지난 오늘날, 저 말이 유효하다고 믿는 대한민국 국민은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국민을 등진(against people) 정치가 보편화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국민의 정부에서 경제 멘토로, 참여 정부에서 경제 과외교사로 활약한 저자 최용식 씨는 이제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 대통령을 위한 경제학(최용식 / 한빛비즈 을 집필했다. 비록 책 제목은 대통령을 위한것이지만,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 국민을 위한 책이라고 한다. 국민 개개인이 경제 현황과 전망에 대해 똑바로 직시하고 있어야, 그에 합당하는 정치인을 키워내고, 그렇게 선출된 대통령과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세울 수 있고, 다시금 국민을 위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은 서문에서부터 작심하고 강하게 나간다. 비단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복지 문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복지만능주의에 대해 비판하면서, 성장을 해야 복지가 가능한 구조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잠깐! 저자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간접적이나마 몸을 담은 경력이 있지 않은가? 지난 두 정부는 복지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지 않았던가? 저자의 입장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최근 일련의 복지주의가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과도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일까? 어찌되었든 저자의 주장은 책 전반에 걸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복지와 성장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경제 이슈는 그만큼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고, 2012년 대한민국 사회가 분열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복지는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며, 성장이라는 수단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고.

복지를 통해서 성장을 이룬다는 것은 수많은 해외 사례를 통해서 불가능한 것이라고 입증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진정한 대안은 민영화, 개방화, 규제완화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이야기한다. 복지를 위해서는 새로운 집행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신의 직장은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국가 주도의 복지 우선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보편적 복지가 재정부담과 함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공공사업, 복지정책에 대해 반대 의견을 펼치는 저자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대로 신자유주의의 전면 도입 역시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 대다수의 정책이 빛과 그림자를 가지고 있듯이 신자유주의는 효율화라는 긍정적인 부분을 가져올 수 있지만 소외되는 집단을 만드는 폐해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쟁은 책 한 권으로 정리될 수준의 문제는 절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념적 가치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는 언론과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만큼 암울하고 비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위기설의 근원지는 대부분 정부에서 나왔는데, 이는 사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서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외부 환경만큼 좋은 핑계거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한국이 더 크게 발전하기 위해서 지금만큼 좋은 기회가 없으며, 이 기회를 잘 잡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 경제가 절대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국민들이 자부심과 희망적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성장이 먼저든 분배가 먼저든 무엇이 중요하랴? 허리띠 졸라매고 키운 다음에 나눠먹든, 일단 주어진 것을 나눠먹고 힘을 내서 덩치를 더 키우든 간에 정말 중요한 것은 “내일 먹을 것이 있다라는 사실 자체를 자각하는 것이 희망을 잃은 오늘날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선거가 몇 일 남지 않았다.

어느 쪽이 웃고 어느 쪽이 씁쓸해하던 간에 그들에게는 고작 5년의 권력이 주어질 뿐이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5년은 한국 경제에게 회복 불가능한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던 노키아가 5년 사이에 부도 가능성 55% 취급을 받으며 이토록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그리고 국민을 위해 50년 뒤를 내다보는 경제 정책을 펼치는 대통령을 가져볼 때도 되지 않았는가, 똑똑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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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탱고경영

저자 형원준 | 출판사 한빛비즈



Do the Tango on Business Process Platform


이 책은, SNS로 대표되는 초 연결 사회에서 기업 경영이 어떻게 변모해가고 있으며, 이런 환경 속에서 생존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성공 기업이 되기 위해 대처해야 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고객과 밀고 당기며 함께 춤추는 TANGO 탱고라는 춤에 비유해서 탱고 경영을 화두이자 책의 제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탱고 경영의 기본 컨셉과 함께 세 가지 요소를 각각의 장으로 구성해서 총 4개의 장으로 보기 좋게 나뉘어 있다.


첫째, 고객과 밀착하는, 리얼타임 동기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 조차도 실시간으로 처리해서 조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병목 현상을 푸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또한 SNS 등을 통해 소비자를 포함한 각종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케 되면서 대량 생산, 일방 생산에서 벗어나 그때 그때 수요에 실시간으로 맞출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둘째, 파트너와 협업이 되는 (글로벌 표준) 플랫폼 화

플랫폼이 플랫폼으로 가능케 하는 것은 표준화와 모듈화라는 두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표준화를 통해서 어느 누구라도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잘게 쪼갠 모듈화를 통해서 큰 부담 갖지 않고 작은 부분이라도 플랫폼의 일부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플랫폼의 거래 비용에 관한 점이다. 경제학자 Robert H. Coase 는 거래 비용 Transaction Cost 라는 개념을 소개하여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을 단순히 소개하면 Make or Buy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덜 비용이 드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솔루션 업체인 SAP Korea의 대표인 저자는, 어설프게 직접 개발하거나 저가 솔루션을 쓰지 말고 글로벌 표준 플랫폼인 SAP을 쓰라면서 드러나지 않게 - 그러나 노골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즉 SAP 솔루션을 ‘BUY’하는 것이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게 이 책의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셋째, 파트너와 정량적, 정성적, 감성적으로 하나가 되는 감성 소통

마켓 3.0 시대에 소비자의 감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단지 기업 경영을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감동을 주고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저탄소 배출이라던지 사회적 책임과 같은 패러다임이 새로운 시대의 경영 철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전반에 걸쳐 복잡한 영어 약어가 난무하고 있고, 글로벌 경쟁 환경의 묘사가 정신 없이 녹아 있어서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탱고 경영은 쉬운 듯하면서도 경영계의 복잡한 개념이 담겨 있는 경영 철학이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탱고 경영의 좋은 예는 바로 당신 손에 이미 들려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쓴다는 스마트폰은 동일한 스펙의 하드웨어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 깔려있는 앱(App)의 가지 수를 고려하면 대한민국에 동일한 스마트폰은 단 한대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Mass Customization) 방식이 바로 탱고 경영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경영 환경은 – 필립 코틀러라는 경영학의 대가가 지칭했던 아니건 – 3.0 시대에 돌입했고 좋든 싫든 거의 모든 기업은 초 글로벌 환경 속에서 생존해나가야만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되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노키아, 모토로라, 닌텐도, 코닥이 이미 문을 닫았거나 닫기 일보직전에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보다 훨씬 영세한 기업은 앞으로 10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저자가 주창하는 탱고 경영의 3 요소 – 리얼타임, 플랫폼, 감성 소통의 원칙을 잘 따른다면 오늘 창업한 회사가 10년 뒤 아니 5년 뒤에 글로벌 1위 기업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은 바로 그런 ‘인생 역전’을 가능케 하는 3.0 경영에 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S.

1. 

추천사를 쓴 싸이월드 창업자 형용준 씨는 지은이 형원준 씨의 친 동생이다. 대한민국 IT 업계에서의 용감한 형제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가족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겠지만, 친동생이 추천사를 써 준 것은 뭔가 어색한 게 사실이다.


2

책의 전반에 걸쳐 ERP 분야에서 사용되는 수 많은 약어가 등장한다. 일부 처음 들어보는 약어는 영어 풀이를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제법 있었다. 책의 말미에 Glossary 를 통해 풀이를 해줬으면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3.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네 슈퍼마켓이나 식당에서 메뉴를 두 배로 늘리면 재고는 네 배, 다섯 배로 늘어나는 것”(P.199) 처럼 이 책의 약점 중 하나는 사례를 여러 번 들면서 책의 분량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져 버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정 경기 타수에 대한 비유, 캐터필러 사의 센서 부착 사례 등 뿐 아니라 SAP이 인수했다는 석세스 팩터 소개와 함께 HANA 솔루션의 (자랑)소개 등 동일 사례를 굳이 여러 번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또한 탱고 경영의 3대 요소가 서로 혼재되어 등장하면서도 불필요한 분량이 늘어난 부분도 감안하면, 실제 책의 내용은 2/3 정도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4.

저자의 궁극적인 희망 중 하나는, 완벽한 정보화를 통해서 ‘네트워크끼리의 정보가 통합되는 것은 인류가 하나 되는 방향으로의 진화’라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지향점은 ‘포기할 수 없는 물질 문명 속에서 인본적인 균형’을 찾는 ‘홍익인간형 기업/CEO’라고 결론 짓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결론은 지나친 비약이면서 그야말로 뜬금 없는 결론이 아닌가 싶다.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던 것일까? 굳이 그렇게 맺지 않고 탱고 경영의 컨셉과 요소, 지향점만으로도 뜻하는 바가 충분할 것 같은데…다소 무리수를 던지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사족이자 궁금증.

지은이는 파트너와의 협업과 감성 소통이 중요하다는 탱고 춤을 직접 즐기고 이 책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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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훈민

저자 김훈민은 KDI 연구원으로 중앙대 경제학과와 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졸업하였다. 소문난 독서광으로 유명하며, 소장하고 있는 개인 장서가 2만권이 넘는다. 특히 경제학 분야 서적에 있어서 개인으로는 본인이 가장 많은 경제학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며, 머지않아 KDI 도서관보다 본인이 소장한 도서가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읽고 쓰는 활동에 관심이 많아 현재 KDI, 한국경제신문, MBN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저자 : 박정호

저자 박정호는 KDI 전문연구원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KAIST에서 경영학 석사를 그리고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학위 콜렉터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며,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모두 필요한 것들이라 주장하고 있다. 평소배워서 주자!”라는 신조를 갖고 있어 EBS, 금융투자협회, 라디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금융소외계층 등을 위한 강의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한국경제신문, 사이언스 타임스 등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집안에는 후대들에게 경제학을 강의하는, 소위 경제학자가 네 분이 계시다. 그래서였을까?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 난 절대로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을거야. 라는 어줍잖은 반항심에 경영학을 택했고 경제학은 최소한의 필수만을 듣고 무사히 대학 졸업장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좀 더 공부를 하고자 했을 때,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여러 가지 당면한 현실 이슈를 접했을 때 나는 경제학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을 후회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사회과학적으로 진지한 접근을 할 때 경제학은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었고,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수 많은 이슈도 사실은 경영학에서 다루는 피상적인 접근보다 경제학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는 비록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지극히 제한적인 단서를 달고 있지만 경우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학이 하나의 학문으로서도 훌륭한 많은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인문 사회 내에서는 손꼽히는 체계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굳이 학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지 않더라도 우리네 삶 속에는 매일매일 경제적인 의사결정이 알게 모르게 녹아 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결정하는 가격 체계, 자원의 희소성 속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 등은 누가 딱히 가르치지 않더라도 인간의 역사 속에서 실천되고 발전되어 온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학적인사고는 곧 人間 또는 人文과 불가분의 관계로 존재해 왔던 것이다.

 
두 명의 KDI 연구원들이 내 놓은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두 저자는 신화와 설화에서 출발하여, 역사를 거쳐, 문학, 예술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 온 필부필녀 혹은 황제의 선택과 의사결정 속에 본인이 인지하건 못하건 녹아 들어 있는 다양한 경제학적 개념을 설명해주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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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거품 사건 또는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튤립 투기 광풍 사건 등은 오늘날에도 또 다시 반복되는 광기와 패닉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하나의 경제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역사 속에서 귀감이 되는 사건이 많다라는 저자들의 말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문학과 예술 속에도 경제 논리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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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만의 독특한 해석도 있는 것 같고, 이미 경제학계에서 많이 논의 되어온 해석에 대한 단순 소개도 존재하지만 특히 어릴 적 동화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Oz의 마법사> 같은 경우에는 무척 흥미로운 소개가 되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은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은 분식회계로 인해 촉발되었다(p.88)’ 라던지, Peter Wiles가 소련 계획 경제를 두고 Perfect computation 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는 점이던지(p.131), Edward Bellamy라는 작가가 유토피아를 그린 <뒤를 돌아보면서(1888)>라는 소설을 출간했고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들은 개인적으로 관련되어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했다.

 

 그러나, 기존의 텍스트를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자의성이라는 함정에 빠질 위험도 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 문학작품 속에서 드러난 경제 현상은 작품들을 안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해설이자 새로운 경제적 지식을 알려주는 일석 이조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 해설에 동의하지 않거나 해설이 억지스러울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 편에서 ‘<크리스티나의 세계>와 제한된 합리성의 경우 최근 경제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행동 경제학과 제한된 합리성에 대해서 설명은 꼭 해야겠으나 마땅한 사례를 찾지 못해서 억지로 붙인 게 아닌가 싶다. 심지어 마무리 부분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그 어색함이 극도로 드러났다.

특히 마지막 챕터는 무의미하지 않나 싶다. 철학적인 인간과 경제학적인 인간. 인문 또는 철학이 경제학과 괴리되어 있지 않다라는 사실은 책 전체를 통해서 전달해 왔는데, 굳이 별도의 챕터를 통해서 이를 다시 넣는 것은 뭔가 억지스런 에피소드들이 아닌가 싶다. 경제학자의 윤리 강령이라던지, 유대인의 세계경제 지배력과 같은 이슈가 본 책의 큰 주제와는 크게 관계가 없지 않나?

 
 
저자들은 감세, 부동산 정책, 최저임금제 등 현실에서 첨예한 논쟁이 일고 있는 분야에 대해 인문학적 텍스트를 통해서 혹은 대가들의 입을 빌려서 논지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중립성을 지키는 듯하면서 넌지시 본인들의 생각을 전하는 방식은 저자들이 KDI 소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하면서도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장점이자 아쉬운 점은, 일종의 퀴즈이자 기억력 테스트를 해 나가는 방식이 좀 더 일관적이었으면 좋았을 법했다. 경제학의 개념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나로서는, 각각의 서론 인문학에서 나타나는 사례 를 읽으면서, ‘아 이번 절은 OOO에 관한 이야기이겠구나라고 추측하는 지적 유희를 즐기고 싶어 했는데 이러한 구성 방식이 일관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본문 중간 중간에 언급되는 주요한 참고문헌 원문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알려주거나 최소한 관련된 (경제학자) 인물의 Full name을 언급했더라면 추가적인 학습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몇 년 사이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를 읽거나 그림을 읽거나 역사를 알지 않으면 마치 CEO가 될 수 없는 것 같은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경영이라는 기업인의 본업조차도 못하면서 타 분야를 접목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비즈니스라는 것이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문학의 중요성이 다소 과장되었을지언정 허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근 학계에서 또는 산업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제기되고 있는 융합 또는 통섭에 관해 의미 있는 접근법을 제시해준다. --합을 통해서 새로운 개념을 도출하는데 까지는 부족했지만, 적어도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사례를 접목하여 경제학이라는 분야를 넓히고자 하는 시도에서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 미디어 경제학이라는 이름 하에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 간 적이 있다. 소위 언론학자라 불리우는 주요 대학 교수님들이 모여 앉아서 경제학 전공한 사람들이 미디어에 대해서 뭘 안다고 미디어 경제학을 연구하나라는게 그 학회의 핵심 화두 중 하나였다. 그 분들께 여쭙고 싶었다. 본인들은 경제학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기에 미디어 경제학을 연구하십니까 라고. 융합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분야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른 분야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융합의 처음이자 끝이 아닐까 싶다. 이미 출판계에는 이러한 시도의 책이 종종 나오고 있는데, 다양한 주제를 담은 시리즈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크리스 앤더슨이 쓴 <Longtail>은 블로그를 통해 저자가 화두를 던지고 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계속 사례를 발굴하고 살을 붙여 나가 책이라는 형태로 나올 수 있었다. 비단 <Longtail>뿐이 아니라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여러 서적들이 이런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 내에서, 적극적인 웹 참여 문화가 아직 발전기에 놓인 상태에서 이런 식의 출간은 지나친 욕심일까?  
이 책에서 제시된 모든 개념들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들 + 누락된 개념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선정해서 <네티즌의 경제학 서재(가제)>와 같은 책을 만들면 어떨까? 영화를 주제로만 해도 무수히 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있을텐데. ‘Dark Knight’에서의  게임 이론, ‘철의 여인에서 드러난 영국의 경제위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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