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0 여년의 간격을 두고 '군중 혹은 대중' 에 관해 쓴 두 권의 책.
 

The Crowd, A study of popular mind, 1896      - Gustave Le Bon
The Wisdom of Crowds, 2004                      - James Surowiecki

Web 2.0 에서 흔히 말하는 집단 지성을 언급하는 데 있어
일종의 바이블이 되고 있는 '대중의 지혜'와

그 책보다 100 여년 먼저 나왔으면서, 제임스 서로위키에게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프랑스 혁명과 전후의 역사를 둘러싼 '군중 심리'에 관한 책.

'군중 심리'를 읽으면서, 작년에 재미있게 읽었던 '대중의 지혜'를 다시 들쳐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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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는,
100 여년 전에 썼다는 것을 감안해도 놀랍도록 새롭고 신선하면서,
오늘날 현대 사회의 양상에 대한 많은 예측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일부 부분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는 관점도 있지만, 이는 "100 년전"을 감안하면
저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당시 사회의 인식 수준이 그정도에 불과했다는 한계를 뜻하는 것이니
오히려 재미있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군중의 특성 가운데 몇가지 - 충동, 흥분, 분별, 능력의 상실... - 는 여자, 미개인, 어린애 같은 진화의 열등 유형에 속하는 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요즘 누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으려니와, 이렇게 말했다가는 ... 뎅강....


책 전반에 있어서, 프랑스 혁명에서의 군중의 등장과 그 뒤로 이어지는 절대군주 나폴레옹의 재등장,
그리고 몰락, 왕정으로의 회귀, 또 다른 혁명, 또 이어지는 실패... 속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회의와 함께 계몽주의와 합리주의에 대한 부정이 강하게 깔려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회의 동력으로, 새로운 사회의 권력으로의 "군중" 에 대한
저자의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짙게 배여있다.


몇 가지 인상적인 문구를 추려보자면...

P56 군중에게 어필하는 예술은 백이면 백 하나같이 낮은 수준이기 마련이지만 특수한 재능을 요구한다. 연극이 성공할 것인지의 여부는… 각본을 받아 본 극장 지배인 자신도 성공 여부를 확신하지 못한다.
P212 우리가 과거 종교사상을 공격할 수 없었던 것처럼 군중의 주권도 공격할 수가 없게 된것이다…. 당시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종교사상의 지배권을 확인하고도 자유사상가가 이것을 공격할 엄두를 낼 수 있겠는가?


군중은 혹은 대중은 절대 집단인가? '항상 옳은 선택을 내리는가?

개인적인 관심사가 바로 여기서 출발하는데,
Collective Intelligence 는 옳은 선택인가? Wikipedia 와 Britanica 의 논쟁에서 보는 것처럼,
집단의 결정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오늘날 사람들은 '인터넷에 의해서' 과거 그 어느때보다 똑똑해졌다고 자부하지만,
과연 그렇다고 해서 <전혀 이성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요소의 Social Contamination 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작년 여름 웹을 뜨겁게 달구었던
진중권 선생님과 특정 일부 익명 네티즌들과의 한판 승부가 떠올랐다.
진거사가 공격했던 것은, 디워 자체에 대해서거나 심형래 감독에 대해서가 아니라
디워를 둘러싸고 있는 '군중들의 태도'에 대해서 공격한 것이라고 볼 때,

당시 사회에 감염되기 시작하던 전체주의 혹은 사회주의에 대한 경고 못지않게
인터넷이라는 가면의 무기를 지니게 된 감염된 대중들을 향한 공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관점에 따르자면> 진거사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대중을 "논리로 설득"하려 했기 때문이란다.
... 그렇기 때문에 '네티즌때문에 꼭지가 돌았다'라는 말이 오히려 설득력있었던 것은 아닐까? ㅋ


집단의 선택이 항상 옳을 수만은 없다. 더군다나 감정적인 분위기에 감염되어 버린 집단은
구성원 개개인의 결정보다도 낮은 수준의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따라서. 그런 감염을 억제하고 Cascading 혹은 Herding Behavior 을 차단하기 위해서
James Surowiecki 가 언급했던, 개방성 독립성 그리고 다양성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군중 사이에서 개방성, 독립성, 다양성을 유지할 것이냐?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2008 년 한해 동안 내가 찾아내야 할,
논문 주제와도 직결되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ㅜㅜ


그 밖에도, 군중에 대한 저자의 시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몇 가지 예문을 적어본다.

P64 군중이 무의식적 동기에 많이 좌우되고 합리적 판단에 어둡다고 지나치게 불평해서는 안된다

P75 군중은 사실과 허구를 식별하지 않으려는 명백한 경향이 있다

P194 아주 전문적인 성격이 아닌 의제를 놓고 협의하기 위해 심의회가 열렸을 경우 참가자의 지
적인 기준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P194 배심원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든 판결이 동일하다는 사실에 전문가들도 놀라고 있다.

P201 우리는 단연코 배심원 제도를 지지해야 한다. 배심원이야말로 어떤 개인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군중을 형성한다. … 나로서는 부당한 기소를 당할 경우 배심원의 심판을 받을지언정 단 한건이라도 사법관의 심판을 받을 생각은 없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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