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렇고 그런 경영 (이론)에 관한 책인가? 아이러니하지만 지루하게도 “파괴와 혁신”이라니.
C. Christensen이 주창한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이 주목을 받은 뒤로 파괴와 혁신 없이는 경영학에서 논하는 그 어떤 성공 사례도 설명하기 어렵게 되었다. 특히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기술 변화로 인해 경쟁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21세기에서 파괴와 혁신이라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표현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뒷표지를 보고는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죽은 경영학자들에게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없다”
도발적이면서 선언적인 문구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소위 말하는 경영 구루 Guru에 대해서 논할 자격도 없는 나이지만, 뻔하디 뻔한 경영학 이론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반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을 ‘죽은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이 책은 과연 무슨 내용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게다가 책 서문 앞에서 언급된 “경제학은 현상을 분석하지만 경영학은 생존을 위해 진화한다”
라는 또 다른 도발적인 문구는, 왜 이 책이 거의 20년 전에 인기를 끌었던 경제학 관련 책 제목과 유사한 카피를 말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려주고 있다. 경제학을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겠지만, 경제학에 비해 더욱 진화가 절실한 경영학이야말로 죽은 아이디어가 발 디딜 틈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지금껏 당신이 알던 경영학은 죽었다 2) 창조와 혁신에 대한 오해와 진실 3) 권한과 통제의 두 축을 장악하라 4) 기업을 성장시키는 하이퍼포머의 조건. 각 장마다 5개의 절로 구성되어서 총 20개의 '비상식적인' 21세기의 '상식'을 논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모든 절이 비슷한 흐름을 지니고 있다.
우선 살아 있다고 알고 있는 경영 이론을 소개하고, 그 이론이 지닌 한계와 문제점을 진단한다.
그리고 나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상식의 경영 이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공통 구조는 어떤 독자에게든 장점이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경영이론에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본인이 알고 있던 이론이 지닌 한계와 함께 새로운 대안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경영 이론 자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 절에서 기존 이론과 새 이론을 모두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상반되는 아이디어를 모두 접하게 되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도발적인 아이디어는 분명 21세기에 필요한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오래된 아이디어가 반드시 잘못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네모를 그릴 필요도, 때로는 세모를 그릴 필요도 있는 것이 진짜 ‘경영’이고, 어떤 도형을 택할 것인지는 경영 환경이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가지 이론을 모두 알게 되는 것은 오히려 득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동아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이자 국제경영학 박사라는 저자의 이력에 맞게 풍부한 참고문헌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 학술서적이 아닌 이상에야 국내 저서에서 참고문헌 자체를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최신 논문을 비롯한 100개가 넘는 참고문헌을 통해서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더 깊은 내용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위한 교량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논하는 20개의 아이디어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경영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언급된 20개의 ‘未生’ 아이디어가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완전히 살아있는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