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잡아다 줄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라’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한빛비즈의 ‘지금 당장 회계공부 시작하라’는 한 수 더 뜬다.
‘고기 잡아오라고 시키진 않겠다. 맛있는 고기와 상한 고기를 구분할 줄 알기만 해라.’라고 말한다.
이 책은, 회계사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에게 회계의 중요성을 알려주면서 어떻게 회계 정보를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마케팅은 너무나 중요해서 마케터에게만 맡길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의 관점에서 이를 변주하자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회계는 너무나 중요해서 마케터도 알아야만 한다”라고.
회계의 본질은 의사결정이다.
이 책은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유용한 판단 도구가 될 수 있는 각종 회계 정보를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경영의 언어인 회계를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마치 영문학을 공부하려면 영어를 공부하고, App을 만들려면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이 책은 복잡한 회계 계산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회계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풍부한 사례로 쉽게 쓰여진 책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다뤄야 할 것들은 다 다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아야만 하는 회계”를 설명하는 이 책의 진가는 다양한 사례에 있다.
연예, 소설, 스포츠, 만화, 미드, 영화 등 다양한 주변 사례를 통해 회계의 A to Z를 설명해주고 있다. 잉글랜드의 축구팀에 속한 이청용과 박주영 선수가 현재 놓인 위치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는 ‘원가’가 얼마인지? 유튜브 조회수 8억건을 넘긴 싸이는 2012년 11월 현재 얼마만큼의 돈을 벌었는지?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스마트폰, 애니메이션 말고도 무엇을 만들었는지? 등등 일상 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쉬운 사례를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를 먹기 좋게 잘 떠주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한빛비즈의 ‘지금 당장’ 시리즈로 나온 제목이지만 부제를 감히 달자면, “회계학자의 대중문화 읽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꼼꼼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매사에 덤벙덤벙하던 20살 청년은 전공 필수라는 회계 과목이 무척 싫었다.
딴에는 열심히 계산해서 차변과 대변을 맞췄다고 했는데 마지막에 가서 보니 몇 십억이 오가는 계산 속에서 단돈 50원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까짓 50원쯤! 내 돈 보태드릴게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찌되었건 교수님은 100점짜리 문제에서 단 20점 밖에 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하셨다. 애당초 불가능한 흥정을 끝으로 그 청년 인생에서 회계 계정은 마감되었다. 강산이 변한 세월이 흐르고 우연히 회계와 관련된 책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결코 쉽게 읽을 수 없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술술술 책을 다 읽고 나서 청년은 생각했다.
“아, 이 책을 대학 때 보았더라면 그깟 '50원' 때문에 울지 않았을 텐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