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 물음표 위에 서다

저자
권은아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2-08-14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서른 넷, 당신은 행복한가?빛나는 삼십 대를 위한 현실적인 멘토...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제목에 일단 눈길이 간다. 서른 넷이라니? 서른 셋도, 서른 다섯도 아니고 34라니(부끄럽게도,내 나이잖아!) 책 속에서는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추측컨대 서른 다섯이면 이미 삼십대 후반에 접어든 것 같고, 서른 둘이나 셋은 아직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가 아닐까? 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27살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면 34살은 대리 4년 차가 되어 과장 진급을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을 시기이기도 하다(적어도 내가 다녔던 회사는 사원 4, 대리 4년의 체계였다). 뭐가 되든 어쩌랴? 서른셋 싱글 내집마련 이라는 책과 서른다섯까지는 연습이다 또는 서른다섯의 사춘기 사이에 낀 것이 서른 네 살인데.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의 제목에서 느낌이 온다.

 인생의 진도표” / “관계의 주기율표” / “마침표가 없는 일” / “쉼표도 삶이다

랩처럼 운율 Rhyme을 맞춰 읽어보면 그 의미가 더 살아난다. 각각이 문장 내에서 그리고 전체 흐름에서 의미를 지닌 단어들이라고 생각된다. 저자가 짬짬히 적은 글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고 하지만, 제법 구성이 짜임새가 있고 마치 깐깐하지만 알고 보면 자상한 언니/누나가 술 잔을 마주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책을 읽다가, 자기 계발서에 실린 충고의 전형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았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좋은 충고에 속하는 것들이지만, 일부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2B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그랬나 보다. 본인이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다른 이에게/후배에게는 하라고 권유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사실 이는 전체 내용 중 아주 일부에 속한 것이고, 거기에는 저자 개인의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테니 눈 감아 줄 수 있다. OO를 해봐야 잘 아는 건 아니지 않으니까 그게 무엇인지는 읽는 이들의 판단에 맡긴다. 

 

 최근 나는 어릴 적 나를 키우고 이뻐해 주신 외할머니를 천국으로 보내 드리게 되었다. 마지막 장례 예배를 드리고, 외할아버지 홀로 40년 간 지키신 무덤에 나란히 내려드리면서 이별의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픔을 달래고 돌아오는 길에 이 책을 읽었는데,

사랑하는 부모님을 잃은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무리 남들 눈에는 충분히 사신 분이었다 할지라도 그 이별이 너무 빨리 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P.117)”

라는 구절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다. 아직 내가 할머니께 갚아야 할 사랑은 너무 많이 남았는데….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저 구절에 마음이 꽂힌 것은, 내가 비슷한 사건을 막 겪었기 때문이리라.

 

자기계발서 혹은 자전적 에세이의 특징은 저자와 독자가 교감하는 지점이 개개인마다 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적어도, 권은아씨와 나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에 대해서 그 순간만큼은 교류하고 있었다. 이런 책은 크게 얻을 수 있는 게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읽는 이가 어떤 상태냐,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서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교감에 실패하더라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지 않을까?

 

일에 지쳐서 쉼표가 필요한 사람, 그러나 커리어에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를 찍고 싶은 사람, 인간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데 있어 명확한 표가 필요한 사람, 내 인생이 지금 어디쯤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도표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세세하고 잔잔하면서도 울림 있는 조언이 될 것이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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