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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방법, ~~하는 비결 따위의 책은 대부분 가당치도 않은 것들이라 생각해왔다.
일요일 오후 교보문고를 한가로이 거닐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은
'책을 읽는 방법'이라는 또 하나의 가당치도 않은 책이었지만
동시에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귀퉁이에 자리잡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사진이었다!

가당치도 않은 책 제목이었지만
히라노 라는 브랜드 하나를 믿고, 나아가 "프로 독서가의 기업비밀"이라는 귀여운 카피에 혹해서
냉큼 사서, 언제나 그렇듯이 탐앤탐스에 자리 깔고 앉아서 단숨에 해치워버렸다.

우메다 모치오와 함께 쓴, '웹인간론'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히라노 게이치로는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한 젊은이이기에 앞서
한명의 작가로서, 정보를 접하고 처리하고 활용하는 현대인들의 패턴에 대해서
다소 못마땅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었다.

동일선상에서, 본 책을 통해서
속독에 매진하고, '책'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단순한 실용 서적만을 탐닉하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독서가 무엇인가를
'감히' 이야기해주고자 본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젊은 작가의 치기 어린 주장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시대의 독서 수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책이라고 할까?

책은 크게 3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기초편 / 테크닉편 / 실천편.
이런 구성 자체가 어찌보면 아이러니하면서도 이 책의 본질을 뜻한다고 볼 수 있는게
기초/테크닉/실전 으로 나뉘어진 구성은
그야말로 '~~하는 방법'이라는 "실용" 서적에 120% 걸맞는 구성이 아닌가 싶다.

고백하건대, 나 자신부터가 속도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독서를 해오고 있었다.
책을 한권 붙들고는, '음... 앞으로 3시간, 11시까지 다 읽어야지' 하는 주문을 외우며
책을 펼치기 시작하니... 어찌 끝까지 똑같은 주의를 기울이며 볼 수 있었을까-
대부분의 책이 용두사미 꼴로 뒷부분에는 대충대충 읽으며 책장을 덮고는 '아 다읽었다!'라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최근 내 독서 패턴이었으니, 나야말로 속독 매니아였고
나와 책, 나와 저자와의 대화를 스스로 포기한 채
저자의 목소리가 아닌, 내 생각을 책을 통해서 듣고 싶어하는 아집과 폐쇄적 독서가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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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양이 늘어나면서 처리 불가 상황이 되자, '평판이 좋은 베스트셀러나 읽어볼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 문제는 Sales Volume, Reputation에 기반한 베스트셀러라는 것이 결국 대부분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이라는 것일수도 있다.
   주로 1% 혹은 20, 30을 위한 주식,펀드,부동산 등 재테크에 관한 책이거나
   혹은 마**로 같이 정체도, 가치도 알 수 없는 책이 상위권을 항상 차지하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노태우시절에 나온 상실의 시대가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거 보면 그냥 재미있을 따름이다.

한달에 책을 백권 읽었다느니 천 권 읽었다느니 자랑하는 사람들은,
라면 가게에서 개최하는 빨리 먹기 대회에서 십오 분 동안 다섯그릇을 먹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 히라노의 본심이 들어있는 대목이다. 라면 빨리 먹기 대회라니! 사실 살짝 뜨끔했다-
   분명히, 책 중에서는 공장에서 찍어내고는 독자들이 인스탄트로 끓여먹으면서도
   신라면 판매량만큼이나 팔리길 바라는 책들도 있다.
   다음 구절과도 대비되지만, 와인같은 책들과 라면같은 책은 사실은 타겟층도, 집필의도 자체가 다른,
   그야말로 다른 시장에 존재하는 상품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경제,경영,처세,실용서적 읽기가 취미"라는 사람들이 주위에 이다지도 많을 줄은 몰랐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을 20년 동안 집필했다고 하면서,
그것은 최상의 보르도를 단숨에 마셔버리는 것과 같은 부끄럽고 천박한 짓이 아닐까?
- 히라노의 말처럼, 20년 동안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책은 나름대로의 저자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 고민하고 쓴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책들이 후자이느냐...에 대해서 히라노도 나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알고 있던 히라노와 그의 '슬로리딩'을 통해서 유추하는 바로는,
   원샷하는 맥주 같은 책 따위에 대해서는 알 바 없지만,
   최상급 와인과도 같은 책들에 대해서만큼은 Slow Slow Slow 마셔라.라고 주문하고 있다.

테크닉편에서의 몇 가지 팁을 소개하자면,
■ 조사, 조동사에 주의하라
■ 사전 찾는 습관을 기른다
■ 작자의 의도는 반드시 있다
■ 앞 페이지로 돌아가서 확인하자
■ 남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읽는다
■ 밑줄과 표시
■ 再讀 이야말로 가치가 있다


8시 정각에 탐앤탐스에 앉으면서, 언제나 그렇듯이 "3시간"을 목표로 잡고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 아아아 나 이러면 안되는구나; 슬로리딩해야지- 슬로 슬로- 슬로- 슬로, 슬로우, 스을로우......
일부러 천천히 읽고, 줄치며 읽고, 앞 페이지로 돌아가보기도 하고, 잠시 책을 덮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끄적여보기도 하고....... 하면서,
슬로 리딩에 관한 책 자체를 슬로 리딩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가 심플하고 얇아서 2시간 반 남짓에 해치울 수 있었다.


제일 마지막 테크닉은 바로 재독이었다.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책을 오 년후, 십년 후에 가끔씩 꺼내 다시 읽어보라.
...우리는 자신의 성장의 흔적을 실감할 것이다.
...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책과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책은 더없이 소중한 인생의 일부가 될 것이다.
'책을 읽는 방법'이라는 책 자체를 과연 3년 5년 10년 뒤에 다시 꺼내어 읽어볼지,
혹은... 그때까지 책을 보관하고 있을지조차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서 슬로리딩의 가치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더 없이 소중한 내 일부라고 할 수 있을 것같다.

책을 읽는 방법 상세보기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독서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제안하는 '슬로 리딩' <책을 읽는 방법>은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로 꼽히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독서법을 담은 책이다. 스물넷의 나이에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해박한 지식과 도시문명에 대한 섬세한 시각으로 주목을 받아온 저자가, 그 작품세계의 근간이 된 창의적인 독서 기술을 전해준다. 독서가의 입장에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속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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