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상경계열을 졸업하였지만, 경제학은 공통필수에 해당하는 과목들만 듣고 남은 학창 시절 내내 외면했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간에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은 내게 전혀 매력적이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였다. 그렇지만, 사회에 나와 이런 저런 일을 하고 공부를 하다 보니 단지 학문으로서가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동작 원리로서의 ‘경제’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왔고 마치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듯 학창 시절의 무관심이 아쉽게 느껴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매일 아침 신문을 펴기만 해도 도대체 미국의 금리 인하 소식이 한국 증시에 왜 영향을 주는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의 작은 변화가 중남미 국가의 경제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직관의 수준이 아니라 ‘음…그러니까 말이지…’하면서 명상 아닌 명상에 접어들게 만드는 것은 나름 凡 ‘전공인’으로서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곤 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한빛비즈에서 출간된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의 기획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한빛비즈에서 기존에 나왔던 지.당. 시리즈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세계경제’를 다룬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은, 더 이상 신문의 경제 섹션을 읽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도 된다는 반가운 이야기나 나름 없었다.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인 저자 박유연 씨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뉴스를 보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그저 피상적으로 소식을 접하고 단편적으로 판단할 뿐이다.[이]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다. 국제 경제 뉴스가 우리 경제에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고, 결국 내 일과 재산이 어떻게 될지 전망하는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라고. 유레카!
책의 구성은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흐름을 따라 읽다 보니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내용도 분량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이 손에 들어온 그날 한번에 다 읽어버렸다.
1장에서는 세계 경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논한다. ‘세계’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속해 있는’ 영역임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 개개인에게도 ‘세계 경제’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를 논하기에 앞서 2장에서는 기본 원리에 대해서 어렵지만 쉽게 이야기해준다. 3장에서는 1장과 2장에서 논한 내용을 바탕으로, 2012년 현재 세계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주요 경제 블록으로 나눠서 – 미국, 유럽,아시아, 중국 등 –으로 설명하면서 요동치는 흐름 속에서의 판도 변화와 함께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 4장에서는, So what? 을 말한다. ‘세계 경제가 어떤 원리에 따라서 어떻게 움직이고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겠는데…그래서 그게 나와 무슨 관계야?’ 라는 의문에 대해 우리의 약점과 리스크, 그리고 대응방안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구성 자체가 탄탄하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이러한 구성을 따라가다보면 세계 경제가 내 은행 잔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어려운 개념이나 흥미로운 사례는 각각 별도의 박스처리를 해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종종 컬러풀한 그래프를 통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화폐의 상대적 가치와 환율의 관계 그래프(P.102)>
경제의 세계화, 세계의 경제화는 불가피한 변화이다.
특히나 인터넷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초연결(Hyper-connected) 시대에서는 더더욱 흐름이 빨라지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Occupy 운동처럼 경제의 비대화, 탐욕화에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하고 그에 대해서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의 세계화를 금지하거나 막기에는 ‘세계 경제’는 이미 저절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되어 버렸다. 원하건 원치 않건 그 흐름에 대해 어떻게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깨닫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는 가까이 두고 살펴 볼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