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시간이 남아 교보문고를 방황하다가 "웹 인간론"이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 작년에 재미있게 읽었던 우메다 모치오의 '웹 진화론'과 뭔가 비스무리해서 살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 아저씨가 또 다시 낸 책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공동저자로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이름이 떠억하니 박혀있는 것을 보자마자 히라노 게이치로가 책을 썼던 말야??? 하고는, 바로 계산대로 달려가서 책을 사고 까페에 가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1. 두 사람이 16시간에 걸쳐 행한 대담을 정리한 형식이라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며 속에 담고 있는 내용 역시 그닥 무겁지 않고 슬렁슬렁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깊은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고, 전작인 '웹 진화론'에 비하면 시야도 한정되있다는 느낌이 들긴하지만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대담이라는 것 자체가 양방향성을 띄고 있고 우메다 모치오 혼자서 떠들어댄 책이 아니라, 바로 "히라노 게이치로"가 그 대척점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걸어온 길이 다른 만큼, 대담의 방향 역시 상이하게 나타나는데 모치오 는 그야말로 웹 신봉자이며,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이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는, 절대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게이치로는 신세대라 하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이 남아있고 웹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Web (의 엔지니어링, 비즈니스, 기타 등)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관심가진 사람일수록 이 쉽고 간결하게 쓰여진 책을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우메다 모치오의 한없는 낙관주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히라노 게이치로의 비판적이고 비관적인 시각에서 해석해야 하지만 말이다.
2.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송"을 보면서, 젊은 사람(75년생)이 어떻게 이런 방대한 책을 쓸 수 있었을까....라고 감탄했었다. 이 책 서두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그 해답이 되었다.
'장송'을 집핍할 때에는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지금 그 작품을 객관적으로 돌이켜보면 정보의 양이라는 의미에서 그 나이, 그 기간에 그 정도의 소설을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장송'은 제게 뛰어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존재했기 때문에 완성된 작품입니다. 물론 인터넷 상에는 유익한 정보나 믿을 만한 정보는 거의 없었습니다..... (ㅋㅋ) 어쩄든 작업의 효율성은 엄청나게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는, 게이치로 같이 Web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의 시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중심에만 매진할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은 어떻게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가를 깨닫는 것이 히라노 게이치로를 통해 이 책이 줄 수 있는 51%의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3. 지난 연말에 읽었던 김영하 씨의 "퀴즈쇼"가 생각났다. '퀴즈쇼'의 경우 90년대 PC통신 세대를 겨냥해서 작정하고 쓴, 오늘날 우리 시대의 얊팍한 인터넷 지X인 문화에 대해서 비판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었는데, 마치 '웹 인간론'은 퀴즈쇼의 일부를 대담형식으로 꾸며낸,
아니, 사실 그보다는 '퀴즈쇼'는 '웹 인간론'의 일부를 소설형식으로 꾸며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웹 상에서 보여지는 여러 행태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혹은 미국 등 나라를 초월해서 대부분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것 같다. 그런 행태 자체를 모치오 처럼 긍정적으로 볼 것이냐, 게이치로/김영하 처럼 부정적으로 볼 것이냐는 종사업종, 디지털/아날로그에 따라 양분하면서 이해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된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사회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정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가볍게 쓰여진, non-IT인을 위한 대담집은 사실은 IT인부터 읽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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