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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13 당신은 추억이 있나요? "반짝반짝 추억전당포"

반짝반짝 추억전당포 / 요시노 마리코 / 북로드

 

역무원 이모카와 미쓰루조차 한번도 전당포 간판을 직접 본 적이 없는데, 열한 살 난 아들인 야마토는 마치 실제로 본 적이라도 있는 듯한 말투로 전당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전당포에 가본 적은 없다. 아주 어릴 적 동네에 전당포가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지만, 전당포에 대한 추억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물론 전당포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었기에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참 유치한 제목이다. 아이들이 전당포에 추억을 맡기는 뻔한 감상에 젖는 이야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페이지 넘기다보니 이 ㅊㅜㅇㅓㄱ 전당포가 재미를 담보로 나의 시간을 빼앗아 가버렸다.

 

소설은 리카와 하루토라는 각기 다른 인물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7년에 걸쳐 이야기하면서, 두 사람이 추억을 맡아주는 마법사를 중심으로 교차하는 지점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머니에 대한 싫은 기억을 모조리 전당포에 맡기는 하루토와, 왕따 당하는 친구를 구해주고 호감 갖던 남자애로부터 고백 받는 리카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 등 많은 이들이 어릴 적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요시노 마리코는 너무나 생생하게 들려준다.

 

특히 리카가 쿨해서 멋있다고 생각한유키나리와 가까워지고 연인이 되고 결국에 씁쓸한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은 10대 특유의 감성과 함께 그 당시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성적 사고를 잘 섞어서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정이 식어가면서 종결 지어질 무렵에는 흔히들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라고 말한다.그 말은 지금의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다음에는 좋은 사람 만나렴이라는 마지막 배려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너를 이렇게까지 위하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주렴이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은 쉽게 부인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님이 남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잊혀진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유키나리의 매정함에 질린 리카가 생전 처음으로 전당포에 가서 그와의 즐거웠던 추억을 모두 지워버리겠다고 했을 때 유키나리는 사실상 애정 전쟁의 가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뻔뻔하면서 험악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치 짐 캐리 주연의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에서 헤어진 연인이 서로의 기억을 화풀이하듯 지워버리는 것처럼.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진정한 상대를 찾는 법은 추억이 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이라고 했던 마법사의 말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연인이 나의 영원한 현재진행형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학창 시절 만나던 친구에게 우리 오래 오래 사랑하자라는 말을 종종 했었다. 어느 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영원히 사랑하자라고 말하지 않는 거야? 라고. 오래 오래 사랑하는 것과 영원히 사랑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거니까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냥 그녀와의 하루 하루에만 충실하고 싶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녀는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

 

 추억은 이런 것이다. 사람에 대한 추억, 장소에 대한 추억, 사건에 대한 추억....모두가 

 “추억 같으 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도 특별히 문제될 일은 없으니까.”(P.20)이라지만,

좋았던 것이든 나빴던 것이든 간에 그것이 있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지금의 나를 존재케 하는 것이 바로 추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어릴 때 추억은 어느 바닷속에 잠겨 있을까? 혹은 매일마다 지나다니는 출퇴근 길의 어느 돌멩이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절대 알아볼 수 없겠지만.

 

하루하루 각박하게 살아가는 어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본인도 모르고 있었던 자신의 그림자를 한번쯤 뒤돌아보고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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