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저자
조르디 쿠아드박 지음
출판사
북로드 | 2014-02-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사소한 습관에서 복잡한 인간관계까지 행복학 연구가들이 밝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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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 조르디 쿠아드박 지음 / 북로드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

 

헌혈 센터 직원도 아니고, 간혹 혈액형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당혹스럽다. “xx형입니다라고 하면, “!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대꾸를 해줘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고작 4가지 분류로 나눠놓으면서, 이상하기 짝이 없는 스테레오 타입에 껴맞춰서 그 사람은 xxx한 사람이야. 왜냐하면 xx혈액형이니까 말이야라고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함을 넘어 부당함 내지는 무지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성격 대신 행복에 관해서 논하는 이 책은 적어도 그런 면에 있어서 만큼은 혈액형에 비하자면 훨씬 합당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아니 오히려 흥미로운 점이 많은 책이다. 52가지 섹션을 6개 장에 나누어 담은 행복학에 관한 이 책은 수 많은 주제(섹션)별로 심리학자, 경영학자, 의학자 등이 세월에 걸쳐 연구한 각종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행복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학문적 근거 있음이라는 든든한 빽과 함께 외롭지 않다는 안도감을 건네 준다.

오늘날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행복은 주관적 안녕감으로서 부정적 감정은 피하고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며 삶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이다. 주관적 안녕감은 무엇이며,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다 필요 없다. 삶의 만족감과 관련된 것이라고만 생각하자.

 

삶의 만족감과 행복에 관한 본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행복에 대한 진지한 잡담

2장.       행복한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3장.       지극히 사적인 행복

4장.       행복을 오해하지 마라

5장.       진정한 행복의 비결

6장.       행복은 실천하는 것

 

이 책의 특징은 행복에 관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 있다. , 한 섹션에 3-5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단 분량에 부담이 없고,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또한 다루는 내용도 돈, 주거지, 건강, 미모, 자녀, 나이, 결혼, 섹스, 친구, 목표, 직업 등 다양한 주제에서의 행복의 의미와 이를 증대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사람살이의 모든 측면에서 볼 수 있는 행복을 소소한 것부터 거시적인 국가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존에 알고 있는 관념을 깨어 부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4장 행복을 오해하지 마라. 이 특히 대표적이다.

 

20. 돈이 행복하게 해줄까?

21. 직장에서 머나먼 전원주택과 직장 옆 원룸 중 어디가 행복할까?

22. 건강해야 행복할까? –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한다!

25. 가장 행복한 나이는? – 65~85세라고 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행복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이 좋은 점 또 하나는 각 섹션 별로 레퍼런스(참고문헌)이 모두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많은 한국 번역서들이 원 저자의 노고를 애써 무시해가면서 참고문헌 정리하고 인쇄해봐야 얼마나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참고문헌 자체를 빼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고맙게도 이를 모두 살려주어 만약 연구 결과의 원문이 궁금하다면 이를 직접 찾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정상비정상으로 만든 좋은 사례라고 해야 할까?

 

행복에 관한 대표적인 개념 중 하나는 GDP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 지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한국의 낮은 순위일 것이다.

 

 

<섹션 8.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세계 가치관조사의 Ronald Inglehart>

 

책에 따르면, 행복은 개인적인 목표에서 온다고 했다. 행복이 되었든, 경제력이 되었든 간에 무의미한 거시 숫자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짜 행복과 성공과 만족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싶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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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인문학과 거리가 먼 편이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인문학이 싫다. 그건 마치 플레밍의 법칙 대신 락커인 마냥 손가락으로 peace를 그리던 시절에 가지고 있던 물리학에 대한 감정과 유사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작 학생 때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가 전부 경제학과 경영학에서 나오는 줄만 알았었는데 머리가 조금 굵어지고 사회에 나와보니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깨달음이 있다고 해서 정작 인간의 존재 이유, 사유의 방식, 심리적 동기 등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경시해왔던 인간자체에 대한 경외감이 깊고 또 깊어지면서 예전보다 더 멀어지고 더 어려워졌다는 게 사실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인문학이 싫다. 마치 존 앰브로즈 플레밍 경(Sir)을 이해하려고 들면 들수록 정작 더 싫어졌던 것처럼.

  

그런데, 정말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보르헤스를 말하고, 라깡을 말하고, 아도르노를 말하는 것인가? 이런 사람들이 떼거지로 등장하기 때문에 플레밍 경과 동급으로 취급한 것인 것이었을까?

 

 


모든 순간의 인문학

저자
한귀은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3-05-10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인문감성으로 허무한 일상의 가치를 되찾다!인문학이 빛을 발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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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국문학 교수이자 스스로 인문학 과격주의자라고 칭하는 40아줌마가 있다. 주로 하는 일이라고는 최백호부터 장기하까지 노래를 들으며 센치한 감상에 빠지거나, <연애시대>부터 <신사의 품격>까지 드라마를 청승 맞게 본방사수하는 게 특기이다. 어디 그 뿐이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부터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에 이르기까지 책을 논하고, <러브 액츄얼리> 부터 <은교>까지 다양한 영화에 대한 을 푼다.

 

 

 

소소한 일상에 숨겨진 인문감성

 

온갖 수많은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이처럼 문어발, 백화점 식의 소재로 논하고자 하는 목적은 결국 단 한 가지 인문감성을 채우고자 함이다. 소소하게 지나가는, 돌이켜 곱씹어 봐야지만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미묘한 순간들. 그 순간 순간 속에서 나를 나답게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인문감성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자 이 책의 목표이다.

 

인문감성이란 마치 이런 순간을 뜻할 것이다. 내 애인의 스마트폰에 어떤 앱이 깔려 있는지에는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을지언정, ‘가장 최근에 재생한 노래또는 가장 많이 재생한 노래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사람에게는 결핍된 그 것말이다 

[500일의] 썸머가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의 제목을 물은 남자였다. 참으로 별것도 아닌 희한한 일로 결혼까지 한다고 생각할 줄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는 자기 애인이 읽고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를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물어보는 일은 대단한 사건인 것이다(p. 214)

 그러니, 일상에서의 사소한 의미부터 재발견하는 작업을 시작하라고 주장한다.

 

 

공주의 망상이 진실로 빛나는 때 

사랑이 사유로 반짝이는 순간

나에게서 낯선 행복을 발견하는 순간

고독이 명랑해지는 순간

상처가 이야기로 피어나는 순간

우리가 기꺼이 환대할 순간 

5개 챕터의 제목들이다. 제목을 처음 보는 순간 소녀 또는 공주스럽다…’ 내지는 낙관주의 혹은 망상주의자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저자 한귀은 교수는 솔직하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놓치지 않는다. 그것이야 말로 자기 자신을 찾는 첫번째 단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애인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없다. 거짓말을 하면 결국 자기 자신이 속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했을 경우, 내 애인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 자산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p. 87)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비록 겉으로는 잘 드러나 있지 않지만, 여성을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40대 아줌마 선배가 20대와 30대 후배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시각을 풀어서 설명해주는 느낌이랄까? 보편적 감성으로서 남성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는 반면, 일부 글에서는 약간 망설여지고 머뭇거려지는 순간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 명의 남성 독자로서는 조금 아쉽다고 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이 책의 진실된 단점 중 하나를 꼽자면, 짧은 감상과 치유는 될 수 있어도 그 울림의 소리가 내면에 오래 머물러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중문화를 통해 가볍게 풀어나가고자 했던 이 책의 장점이 동시에 단점이 되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 스쳐가는 모든 순간 속에서 새로운 감성을 느끼고 자기 자신에게 충만하고 싶다면 일독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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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철학자를 배출했고 이성과 합리성의 전통이 흐르는 나라라는 정도는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엄밀히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회사를 중심으로,

스마트 혁명의 광풍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에서 독일은 그에 반하는 反 운동도 제법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 치매>라던지, <달콤한 로그아웃> 으로 살아가던지 등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주는 폐해를 다룬 책이 독일 국적의 저자로부터 종종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난 단지 토스터를 원했을 뿐>도 그 연장선상에 놓인, ANTI-기술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어지간한 인터넷 유머보다, 댓글보다, (어처구니 없는) 네이버 뉴스보다 더 웃기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 및 작가 경력의 저자는 본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현대 기술 문명을 새까만 블랙 코미디로 재포장하고 있다.

 

 


난 단지 토스터를 원했을 뿐

저자
루츠 슈마허 지음
출판사
을유문화사 | 2013-05-2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신기술은 어떻게 우리를 늘 피곤하게 만드는가?이 세상의 모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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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매일마다 진화하고 있다.

IT 뉴스를 1개월만 보지 않아도 당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저자는 반문한다.

"왜 기계들이나 설비 기구들은 원래 있었던 그대로 단순하게 남아 있지를 못할까? 최소한 30년 전 것들만이라도 좀 그대로 있으면 안되나? 무엇이든 최신화하려는 현대의 기계 산업은 최신화의 선동자가 되어 버린 것만 같다."

 

그리고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한 답도 알고 있다. 이렇게 자꾸 신제품이 공급과잉 상태임에도 꾸준히 시장에 출시되어야

"어쨌든 경기가 돌아가고, 경제 전문 잡지나 사용 설명서를 찍어내는 출판사들도 일거리가 생기게"
되니까라고 진단하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네비게이션,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저자는 주변의 수많은 IT제품을 하나하나 다 "까고" 있다.

별로 나아진 것도 없으면서 오히려 불편해진 주제에 '첨단'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본질은 파악하지 못한 채 ''하다는 이유로  첨단 기기와 서비스에 열광하는 현대인들을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죽하면, 석기시대인이 현대인보다 나았다는 비교를 할까?

 요지는 그렇다

석기시대인은 비록 30살까지밖에 못 살았지만 하루에 12시간의 자유시간이 있었기에 10~30살까지 20년 동안 평생 8 7,600시간의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 잘난 유럽인들의 경우(미국인은 더 심할 것이며, 한국인은 더 더 심할 것이라 확신한다)

하루에 고작 한 시간의 자유 시간만이 있으며, 10~78살까지 68년간의 총 자유시간은 고작 2 4,820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석기시대인들의 시간보다 무려 3분의 1이나 줄어든 시간밖에 쓰지 못한다."라고 애통해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워 하지들 마시라.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친절한 저자는 4줄 요약으로 책을 끝맺었다.

 

·    기술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    계속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하고 있고, 주변 환경들도 변하고 있다.

·    기본적으로 석기시대가 모든 면에서 훨씬 좋았다.

·    사람들은 늘 작동되지 않는 기기들 때문에 속을 끓이며 산다.

 

물론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깔깔깔 웃어가면서 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은 기꺼이 소중한 자유시간(+)을 이 책에 투자할 만 하다.

 

Posted by O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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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이 이긴다

저자
모기룡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3-03-2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착한 사람들이 이긴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착한 사람’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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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하는가?

…… 그런데 왜 당신은 그만큼 인정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행한가?

혹시 당신이 착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 아닌가?

어쩌면 당신은 착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온 사람들이 정작 왜 불행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만약 정말 착한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나아가 성공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접근 방식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독특한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그런 부분이다. 새로운 윤리사상이라 할 수 있는 덕윤리를 통해서 개인이 어떻게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가를 밝혀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상당히 흥미로운 접근의 책이지만, 아쉽게도 저자 서문을 넘기고부터는 흥미를 유지할 만한 요소를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책의 구성은 1. 착함이란 무엇인가, 2. 당신은 이성적인가 감성적인가, 3. 어떻게 덕을 실천할 것인가 라는 3장 아래에서 15개의 챕터가 있으며, ‘덕윤리가 어떻게 21세기의 새로운 선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심리언어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인지과학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본인의 학문적 커리어처럼 본 책에서 선함덕윤리에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표현 방법이나 표현 내용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느껴진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도덕 관념 혹은 상식에 대해서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하나하나 반박을 하면서, 그 대항마로 내세우는 덕윤리는 실체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덕윤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어디 시골 동네 이름인지도 모르겠다만, 덕윤리에 대해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덕윤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서 논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행해져야 할 작업은 덕윤리의 정의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핵심 과정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마치 당연히 덕윤리에 대해서 독자들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출발하는 기분이다.

 

예를 들어 보자. 

지금까지 공리론과 의무론, 이성의 시대였다.

그러나 물질주의와 결과주의 시대는 점차 막을 내리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ㅇㅇㅇ이 힘을 얻을 것이라 기대된다.

 

라고 한다면, ㅇㅇㅇ이 무엇이든 간에 ㅇㅇㅇ의 정의를 먼저 자세히 해주고 왜 ㅇㅇㅇ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것이 보편적인 논리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 책에서는 ㅇㅇㅇ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 자체를 너무나 당위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절차는 불필요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물론 ㅇㅇㅇ이란 덕윤리다.

 

 

두 번째 문제점은, 기존의 의무론과 공리주의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약점을 들어서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면서, 덕윤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무한사랑에 가까운 방어논리를 펴고 있다는 점이다. , 덕윤리는 마치 완전무결하고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 저자 본인이 덕윤리에 대해서 속된 말로 꽂혔다고 해서 너무 지나치게 아전인수격으로 높게 평가한다는 점이다. 이는 첫번째 문제점에서의 당위성에서 파생된 것이라 생각한다. 덕윤리의 도래 자체가 너무나 당위적이기 때문에, 덕윤리를 비판하는 모든 논리에 대해서 방어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그 방어의 도가 지나쳐서 마치 용비어천가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세 번째 위험한 부분은 편파적 사랑의 가치에 대해 주장하는 부분이다.

차별적이고 편파적인 사랑을 할지라도 그 대상을 확대시키면 공동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고이러한 사랑의 확장은 인류 전체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난 이런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국수주의와 민족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오랜 역사에 걸쳐 입증된 사례인데, ‘나쁜 동기를 지닌 공동체에 대해서 반대하고 더 큰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공동체를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지구상에 얼마나 될 것인가? 만약 이게 정말 보편적으로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미안한 이야기지만 전 인류가 초인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믿는 책상머리 연구자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이 없었던 것은 5절 오타쿠는 착할까, 착하지 않을까라는 부분이다.

오타쿠는 결과적으로 해롭다고 비판하면서, 공리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이 좋으면 좋은 것이라는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 오타쿠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해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착각이며, 덕윤리적 관점에서 본다면 지극히 해로운 존재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공리주의적 주장에 대한 비판을 약간 비틀어 보자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저자는) 덕윤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덕윤리는) 좋은것이라고 밑도 끝도 없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저자 역시 자기 편의주의적으로 공리주의적 관점에 빠져서 덕윤리를 바라보고 있으며, 불필요하게 오타쿠를 꺼내어 들어서 본인의 설익은 주장을 논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 저자는 오타쿠를 변태 또는 역겨움의 존재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논리 전개 자체의 미흡함은 차치하더라도, 너무나 편협한 주장이 아닌가 싶다.

 

더욱 신기한 것은, 저자 본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 관해서 장문의 리뷰를 썼다는 것이다. 에반게리온은 그 내용 자체가 오타쿠에 관한 내용일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둘러싼 팬덤 자체가 거대한 오타쿠 문화를 형성한 그야말로 오타쿠를 위한, 오타쿠에 의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오타쿠를 비판하는 자가 오타쿠 문화의 핵심에 관한 리뷰를 썼다?

이 정도 내용으로 정성을 들여 쓸 정도면 이미 오타쿠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싶다. 본인의 과거에 대한 자아비판적 성격으로 본 챕터를 집필한 것인지, 혹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본인은 어디까지나 애호가이며 매니아일뿐 오타쿠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오타쿠가 아닌 내가 보기에, 오타쿠에 대한 오타쿠적 비난 자체가 오히려 더 역겹게 느껴지지만. 만약 착함이라는 항목에 겸손함이 포함된다면 그러한 덕목에 대해서도 저자본인 스스로가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을 내려보기를 감히 권한다.

 

 

철학과 윤리를 논하는 '논리적인' 책은 거의 읽지 않은 나로서는 그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책이 몇 권 되지 않는다. 다만 최근에 읽은 기억나는 책이라곤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와 (조금 확대하자면) 만들어진 신정도일 것이다. 비교 대상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지는가? 각자 자기 분야에서 30년 이상의 내공을 쌓은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이 불공평한가? 똑같은 한 권의 책을 두고 읽어야 하는 독자의 관점에서는 지극히 평등하다고 생각된다. 모기룡 씨는 분명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자기 논리에 있어서 불필요한 부연설명이 너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정작 본인의 핵심 메시지도 놓치는 우를 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은 저자의 주장만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여러 부분에서 이도 저도 아닌 방어논리가 불쑥 불쑥 튀어나와서 정작 저자의 논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편이다. 이는 인터넷 글쓰기, 블로그 포스팅 성격에 가깝다고 봐야할 것 같다. 만약 저자가 덕윤리의 가치에 대해서 주장하고 싶다면 끝까지 밀어부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데, 자기 소신이 필요한 곳에서는 한없이 움츠러들면서 (마치 악성 댓글에 미리 쉴드를 치듯이) 정작 자기 소신이 불필요한 곳에서는 과잉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소신과 내공이 300페이지가 넘는 책에서 일관적으로 펼쳐 나가기에는 아직 미흡하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덕윤리는 A라는 점에서 훌륭하다. 물론 B도 나름 괜찮은 부분이 있다.덕윤리는 B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덕윤리는 A 뿐만 아니라 B도 포함하기에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내게는 이런 황희 정승같은 논리가 비겁하게만 느껴진다.

 

나의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다.

 

나는 좌뇌형 인간이며, 감성보다 이성을 중시한다.

나는 의무론적이며 공리주의적 사고를 중시한다.

따라서 나는 의무론과 공리주의적 관점에 기반한 '선함'을 추구하겠다.

그러므로, 나는 덕윤리가 논하는 선함에 대해서는 굳이 관심 갖지는 않겠다.

 

 

p.s. 베스트셀러 넛지(Nudge)’의 공동 저자인 Cass.R.Sunstein은 시카고대학 로스쿨 교수로서 주로 마이너리티의 중요성, 사회 통합의 의미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람 심리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며 왔지만, 그의 기본 뿌리는 어디까지나 법률이며 법학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책에서는 계속해서 심리학자 선스테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통섭의 관점에서 혹은 선스테인이 심리학 저널에도 논문을 발표했기 때문에 심리학자라고 칭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기본 뿌리는 법학자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뭐 선스테인 본인이 나 심리학자요라고 말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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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넷 물음표 위에 서다

저자
권은아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2-08-14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서른 넷, 당신은 행복한가?빛나는 삼십 대를 위한 현실적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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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일단 눈길이 간다. 서른 넷이라니? 서른 셋도, 서른 다섯도 아니고 34라니(부끄럽게도,내 나이잖아!) 책 속에서는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추측컨대 서른 다섯이면 이미 삼십대 후반에 접어든 것 같고, 서른 둘이나 셋은 아직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가 아닐까? 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27살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면 34살은 대리 4년 차가 되어 과장 진급을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을 시기이기도 하다(적어도 내가 다녔던 회사는 사원 4, 대리 4년의 체계였다). 뭐가 되든 어쩌랴? 서른셋 싱글 내집마련 이라는 책과 서른다섯까지는 연습이다 또는 서른다섯의 사춘기 사이에 낀 것이 서른 네 살인데.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의 제목에서 느낌이 온다.

 인생의 진도표” / “관계의 주기율표” / “마침표가 없는 일” / “쉼표도 삶이다

랩처럼 운율 Rhyme을 맞춰 읽어보면 그 의미가 더 살아난다. 각각이 문장 내에서 그리고 전체 흐름에서 의미를 지닌 단어들이라고 생각된다. 저자가 짬짬히 적은 글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고 하지만, 제법 구성이 짜임새가 있고 마치 깐깐하지만 알고 보면 자상한 언니/누나가 술 잔을 마주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책을 읽다가, 자기 계발서에 실린 충고의 전형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았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좋은 충고에 속하는 것들이지만, 일부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2B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그랬나 보다. 본인이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다른 이에게/후배에게는 하라고 권유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사실 이는 전체 내용 중 아주 일부에 속한 것이고, 거기에는 저자 개인의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테니 눈 감아 줄 수 있다. OO를 해봐야 잘 아는 건 아니지 않으니까 그게 무엇인지는 읽는 이들의 판단에 맡긴다. 

 

 최근 나는 어릴 적 나를 키우고 이뻐해 주신 외할머니를 천국으로 보내 드리게 되었다. 마지막 장례 예배를 드리고, 외할아버지 홀로 40년 간 지키신 무덤에 나란히 내려드리면서 이별의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픔을 달래고 돌아오는 길에 이 책을 읽었는데,

사랑하는 부모님을 잃은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무리 남들 눈에는 충분히 사신 분이었다 할지라도 그 이별이 너무 빨리 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P.117)”

라는 구절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다. 아직 내가 할머니께 갚아야 할 사랑은 너무 많이 남았는데….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저 구절에 마음이 꽂힌 것은, 내가 비슷한 사건을 막 겪었기 때문이리라.

 

자기계발서 혹은 자전적 에세이의 특징은 저자와 독자가 교감하는 지점이 개개인마다 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적어도, 권은아씨와 나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에 대해서 그 순간만큼은 교류하고 있었다. 이런 책은 크게 얻을 수 있는 게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읽는 이가 어떤 상태냐,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서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교감에 실패하더라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지 않을까?

 

일에 지쳐서 쉼표가 필요한 사람, 그러나 커리어에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를 찍고 싶은 사람, 인간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데 있어 명확한 표가 필요한 사람, 내 인생이 지금 어디쯤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도표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세세하고 잔잔하면서도 울림 있는 조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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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정치경제학

저자
박훈탁 지음
출판사
더난출판사 | 2012-08-2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경제위기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꼼수의 비밀!『위험한 정치경제학』...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돌아보라 1997.

 

돌이켜 보던데, 1997년은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해였다. ‘동렬이도 없던 해태 타이거즈 왕조가 마지막 우승을 한 해였으며, 풋풋한 사랑의 열병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해였으며, 동시에 수능문제집에서 헤어나지 못한 10대의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7년은 적어도 당시를 기억하는 대한민국 모든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해였다. 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 라는, 이름도 생소하고 물리적인 실체도 불명확한 단체가 한국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IMF의 관리를 겪게 된 이유가 소위 말하는 전염이론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당시 동남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마치 태풍마냥 한반도에 상륙해서 초토화시켰기 때문에 한국이 그런 수모를 겪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당시 동남아를 들었다 놨다 했던 Hot Money는 오히려 한국으로 들어와서 97년 가을 대한민국은 적어도 재정적으로는 오히려 안정상태에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된 목표이자 일관된 주장은, 1997년 말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트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치와 경제가 음험한 관계로 맺어져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일반 대중들이 정치인들의 보편적인 특성에 속지 않고 현명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 때 이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다 또는 이 모든 게 청계천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본인의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전자를 택할지 후자를 택할지는 다르겠지만, 사회가 이 모양인 것이, 내 은행잔고가 이 수준인 것은모든 것이 다 대통령 OOO 때문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이와 유사하다. “IMF가 발생한 것은 1997 11월에 발생한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의 금융개혁법안 거부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또한 정치인들의 포풀리즘적 성향과 단기 성과집착주의는 비단 대한민국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의 목숨은 미국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기 때문에, 결국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FRB의 의사결정은, 정치적으로 절대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은 경험적/실증적 분석과 동시에 이론적 배경을 통해 금융위기가 발생한 인과적 과정 Causal Process’를 설명하는 탄탄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Bruce G. Carruthers의 비교경제사회학 논문에서 단서를 포착하여, 4단계의 논리적 매커니즘을 통해 금융시장은 정치적 안정성과 연계되어야만 성립 가능하다는 주장에는 어떠한 반박도 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저자 주장의 핵심은 역사적 제도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탄탄한 이론적 근거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전반적으로 다소 불편하다. 너무 단정적인 어투 때문이다. 예를 들어

또다시 글로벌증시 대폭락과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그 시기가 에셋자산운용 강방천 회장이 일본의 국가부도가 날 것으로 예측한 2017년이 아니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P.211)”

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이 맞다는 보장도 어디에도 없다.

 

저자의 이러한 강한  그리고 삐딱한 - 시선은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과 미래에 닥칠 잠재적 위기를 다른 이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남과 다르게) 꿰뚤어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소위 반골기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은 다수보다 똑똑한 소수라는 의견 다양성의 관점에서 깊게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 이런 사고방식(이런 저서)에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쉽게 비판할 수 있지만, 그 비판의 주체가 되는 자기 자신만큼은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책의 많은 부분이 역사적 제도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렇게 지나치게 특정 이론에 집착하고 마치 만능열쇠와 같이 활용할 경우에는 오히려 자그마한 반론에 의해서도 전체 주장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내외의 학술적 논거를 비롯하여 다양한 참고문헌을 자랑하고 있지만, 후반부의 글로벌 경제에 대해 진단하는 부분에 이르게 되면 마치 Economist지와 Wall Street Journal의 요약본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물론 근거 없는 예측과 단정은 위험하다. 그러나 특정 소스에만 의존하는 주장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저자 박훈탁 씨는 과거를 돌이켜 살펴보고 일정한 흐름을 찾아내어 논리를 구성하는 능력은 탁월하나, 아쉽게도 미래를 내다보는 독립적인 시야는 아직까지는 찾아내지 못한 것 같다.

 

 

방대한 결론의 끝은, 중산층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주식투자만이 살 길이라는 결론을 접하게 되면 힘이 쭉 빠지고 만다. 국내외의 정치경제적인 그릇된 구조에 대한 진단과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서였을까? 혹은 어찌되었건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달해야만 한다는 강박증 때문이었을까?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다.

     특히, 선물 투자는 절대로 하지 말되 선물 시장의 흐름을 읽은 다음에 초우량주와 ETF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하나는, 토지 구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주요 지역의 땅값은 비싸니까 지방 농지를 구입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직접 농사를 짓기 위한 지리적, 시간적 여유 확보를 위해서는 가능하면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라고 한다.

 

 

두 주장이 참신하면서도 실행 가능하게, 그럴듯하게 들리는지....?

 

 

<위험한 정치경제학>은 앞으로도 시리즈로 출간할 계획인 것 같다. 정치인들의 본질적인 음흉한 속성을 밝혀내고 비판하는 것은,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메이저언론부터 블로거까지 모두가 갖춰야 할 중요한 태도이다. 다만, 부디 다음번 위험한 정치경제학 2.0’에서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비전까지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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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를 정리하다, 지나간 나의 20대에 큰 힘이 되어 주었던 영양제와 같은 책을 '발굴'했다.

제목은 불순하기 짝이 없다. 까페에 들고 가서 읽다가...뭔가 민망한 마음에 표지를 가리고 읽은 적도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건, 1996년에 예문 출판사에 나온 건데

판권이 바뀐 건지... 요즘은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오는 것 같다.


 

비록 제목은 불순하지만, 이 책은 22살에 일본 최고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한 무라카미 류가 본인의 학창 시절인 1969년을 배경으로 하는 자전적 성장 소설이다. 일본의 전공투에서부터 비틀즈, 롤링스톤즈, 제니스 조플린, 히피 문화가 배경이 되어 요즘 말로 '잘나가고 Cool해지고 싶은' 소년의 이야기랄까?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부천국제빤타스띡 영화제에서 감상하기도 했다.




제목은 불순하기 짝이 없다. 까페에 들고 가서 읽다가...뭔가 민망한 마음에 표지를 가리고 읽은 적도 있었다.


선생, 형사, 동네 불량배와 같은 권력층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진 남자 고등학생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짝사랑하는 아리따운 여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온갖 꾀를 지어내고 시시하기 짝이 없는 동네에 페스티벌이라는 문화를 가져오는 선구자이다. 더 나아가 단지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라는 현수막을 학교 외벽에 설치하고 119일 동안 근신을 먹은 문제아 이기도 하다.


오직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재미 있어서'라는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읽는 이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없이 유쾌함에 가까운 성장기'라고 해야할까?


나는 이 책을 20살에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만약 고3때 처음 읽었더라면 내 인생이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가끔 해본다.

학교를 점거하고, 교장실에 X 테러를 저지르는....일 까지는 못했겠지만,

하여튼 더 재미 있는 10대를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대에 접어들어서 이 책을 읽은 게 다행스럽기도 하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지나간 버린 시간을 붙잡고 후회하기 보다는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어찌되었든 학창 시절에 근신, 정학을 안 받게 해주었다는 장점도 있고....)


내가 처음 이 책을 접했던 것과 비슷한 20대 초 중반의 젊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힘든 10대 학창시절을 견디고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왔지만....

세상은 마음 먹은 대로 잘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더욱 힘들어만 가는 시기의 그들에게

비록 돌아갈 수 없는 10대 시절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위안을 받고,

동시에 과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권하는 바이다.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주인공이 옥상을 바리케이트 점거하고 아래로 내건 현수막의 문구다.

권력에 저항하고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센 권력을 갖는 게 아니라 

(그들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상상력을 가지는 길이다.

즉, (기성세대 등 기득권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 그들을 이기는 길인 것이다.


예전에 장기하와 얼굴의 노래 중에 '별일 없이 산다'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었다.

그 노래야 말로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였던 것이... 69의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네가 깜짝 놀랄만한 애기를 들려주마 /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 뭐 별다른 걱정 없다 / 나는 별일 없이 산다


... 그런데 사실 이 책은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하다는 느낌이 어디 20대에만 오는가?

30대 애정 푸어도, 40대 에듀 푸어도, 50대 하우스 푸어도 다 마찬가지로 힘들다. 나이들면서 내색을 안할 뿐이지.

그럴 때 아무 생각 없이 즐겁고 유쾌하게, 마치 한편의 코메디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삶에 지치고 보이지 않는 권력에 압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의 당신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힘이 주어질 것이다.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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